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세상은 참 이상하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 지 구분이 안 갈 때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는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한다. 누구는 원래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도 한다. 다만 인간이 편의상 만들어 놓았을 뿐이라고.
헌금이 중요할까, 헌금 드리는 사람이 중요할까? 교회 건물이 중요할까, 교회 안에 있는 성도가 중요할까? 너무 대답이 뻔한 우문이다. 그러나 대답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우리들의 교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대답을 잘해도 실생활이 그것과 다르다면 그 정답이 무슨 영향력이 있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들은 그렇게 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대답은 정답을 쓰고 실제로는 다르게 산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런 엇박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살벌한 전쟁터가 되어버릴 것이다. 가치나 진리가 혼돈되어 쑥버무리가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그런 세상에 잘 면역되어 있다.
매스컴에 발표하는 정부정책과 실제 사용하는 정책이 달라도 그런가보다 한다.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아도 먼저 그들의 속을 꿰뚫어보지 못한 자신의 무능과 어리석음을 책하는 여유로움까지 지니고 산다. 겉과 속이 다른 그들이 문제인데 이제는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는 만용까지 부린다.
이런 현상이 교회에서도 팽배하다. 아니 교회에서 먼저 그걸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설교하는 내용과 살아가는 내용이 전혀 다른 목사, 교회에서 신앙 좋은 봉사자로의 삶과 교회 밖에서 막 노는 성도, 이런 것이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성경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린다고 했는데. 하늘은커녕, 고작 교회 안에서 매거나 풀고도 교회 문밖에서조차 매거나 풀지 못하는 신앙인들을 향하여 하나님은 뭐라 말씀하실까.
내가 몸답고 있는 곳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예전에 어떤 교사가 내게 이런 말을 할 때만 해도 투정부리는 줄로만 여겼다. “목사님, 가르치는 것보다, 서류에 매달리는 시간이 더 많아요.” 가르치는 게 임무인 선생이 서류에 매달리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냥 투정일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군청에서 시설점검을 나온단다. 그 이야기가 돌면서 우리 사무실은 일주일간을 밤인지 낮인지 모르게 불을 지피고 산다. 집기의 여기저기 딱지가 붙고, 게시판도 확 바뀐다. 그들은 한 시간 머물다 휑하니 가버렸다. 끝났는가 싶더니 이사회가 있단다. 그러더니 또 며칠을 그리한다.
내가 직접 관여하는 부분이 아닌지라, 뭔 위로의 말도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고 있자니 참 딱하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산다. 정답과 오답 사이를 교묘하게 줄다리기 하면서. 정답은 정답이고 삶은 삶이라고 자위하면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