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은 것이지만 바꾸어야 할 것이 있다. 그런 게 한두 가지이겠냐 마는 대표적인 것 하나만 들라면, 단연 입맛이다. 난 사랑의마을 안디옥교회에 부임해서 입맛을 바꾸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싱겁고 맵지 않은 반찬에 고슬고슬한 밥이다. 그러나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반찬은 대부분 짭짜름하고, 밥 또한 지름하다.
그 이유를 난 너무도 잘 안다. 반찬에 대해서건 밥에 대해서건 충분히 그 이유를 공감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대중의 요구가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 식구의 평균 연령은 80세 정도다. 그러니 밥반찬이 대강 어때야 하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터.
옹골차게 높은 고개, 터무니없이 골진 골짜기를 지나며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엮은 분들이라, 웬만큼 짜고 웬만큼 매운 것은 맛도 아니리라. 그들이 살아 온 인생의 맛에 비하면 말이다. 그러니 반찬은 무조건 짜고 맵고 봐야 할 것이려니. 어르신들 중 누구 하나 성한 치아를 아직까지 간직한 분이 안 계시니 지름한 밥은 당연지사다.
이 분들이 우리 식구이기에 나의 요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물론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한 마디만 하면, 주방의 식구들은 쏜살같이 그런 것을 대령하고도 남을 분들이다. 그들의 솜씨나 그들의 신앙을 볼 때…. 그래서 더욱 그런 요구를 펼치기가 두려운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바뀐 환경은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갖게 한다. 또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한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쁜가를 떠나 그렇게 순응하는 내가 아주 신기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어르신들이 걱정되기도 한다. 그들은 한두 해를 살아 온 이들이 아니다. 적게는 65년에서 많게는 100년을 그렇게 살아 왔다.
그런데 공동생활을 하면서 다양했던 자신들의 그 무엇을 송두리째 빼앗긴 분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툼이 많다. ‘창문을 열어야 한다. 닫아야 한다.’ 하는 문제로 밤을 지세우고 아침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제 의견이 묵살된 것에 대하여 분을 참지 못해서 말이다.
일평생을 그렇게 살았지만 힘든 삶이었다면, 아니라면 여기서 여생을 보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포기할 만도 한데. 어르신들의 또랑또랑한 고집을 보면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난 그래도 어려서(?)일까? 몇 번의 식사시간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나의 음식에 대한 일가견은 버렸는데….
아, 또 내일은 무슨 일이 우리 어르신들의 심사를 건드려 놓을까? 아니, 그 어르신들의 그 어떤 사건이 나의 심사를 건드려 놓을까? 기대된다. 그리고 나의 막막한 목회의 험로가 궁금하기만 하다. 짭짜름하게, 그리고 지름하게, 내일도 그렇게 내 일기를 써가는 거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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