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은 것’과 ‘눈 마주보는 것’의 차이를 아는가? 아마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눈 맞았다’고 함은 남녀가 정분이 났다는 이야기이고, ‘눈을 마주보았다’는 말은 말 그대로 서로 눈이 마주쳤다는 말이다.
지방의 교역자들의 모임이 있어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할 때 일어난 일이다.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상주위에 앉아 있고, 늦게 도착한 지방 감리사님 부부가 들어섰다. 자리를 찾던 감리사님 부부는 J목사님 앞에 앉게 되었다.
그러자 J목사님이 “사모님 나와 눈 마주보고 앉게 되셨네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기회를 놓칠세라 내가 농담을 했다. “예, 사모님과 눈 맞았다고요?” 장중에 웃음보가 터졌다.
조금은 서먹할 수 있었는데 이 한방의 조크가 무거운 분위기는 일거에 사라져 버리게 했다. 물론 누구도, 심지어는 당사자들도, 같이 유쾌한 웃음을 웃어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참으로 희한한 말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만약, 만약 말이다. 정말 둘이 눈 맞은 관계라면. 내가 한 말은 농담이 아니라 정곡을 찌른 말이 될 터다. 또,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농담을 받아들여줄 아량이 없다면 유쾌함은 고사하고 실없이 잔혹한 말이 되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전자도, 후자도 아닌 것을 확신하기에 그런 농담을 한 것이고.
앞에서 든 두 말은 아주 비슷하다. 어감도, 사용된 단어들도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뜻은 천양지차다.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속은 전혀 다른 경우다. 사람들은 종교는 마음의 위안을 얻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선하게 살기 위한 것이며 조금 더 진행시키면 좋은 내세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종교가 이 말에 그렇다고 동의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크리스천인 나는 이 말에 그리 동의할 생각이 없다. 고집불통이기 때문인지, 기독교의 교리가 독특해서 그런 건지, 하여튼 그렇다. 근데 이런 생각은 대부분의 크리스천이 그럴 것이다.
바로 여기에 기독교인들이 소통부재의 인간들로 매도되기도 하는 부분이 있다.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면 ‘종교는 다 같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남의 종교를 깎아내리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이 아니라, 기독교의 독특성 때문에 그렇다.
마치 ‘눈 맞은 것’과 ‘눈 마주보는 것’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인 것과 같다. 종교라고 말하는 범주에 들어와 달라면 들어갈 수는 있다. 그러나 ‘다 같은 길을 가는 거니 이 길도 되고 저 길도 되는 걸 인정하라’면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내 생각이 독특해서가 아니라 크리스천 됨의 아이덴티티 때문에 그렇다. ‘눈 맞은 것’과 ‘눈 마주보는 것’이 같다고 하는 게 성립한다면 나도 까짓 꺼 그렇게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말이 같은 뜻이라고 말한다면 그는 바보이거나 어린아이일 것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것, 아니 비슷하지만 틀린 것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비슷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정말 다르다. 특히 신앙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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