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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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사랑의마을’을 시작할 때 모금을 하며 내세운 슬로건이 있다. 그 중 하나가 ‘1000원의 사랑을 믿자’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1000원이면 그래도 할 만한 게 있었다. 커피 한 잔, 담배 한 갑, 웬만한 거리의 버스비 정도는 넉넉히 되었다.
순전히 모금으로만 노인시설을 운영해야 했으니 고초가 얼마나 컸을까. 지나 와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모한 짓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그렇게 부족함 없이 무의탁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 은혜다.
한 구좌에 1000원, 더도 덜도 아닌 1000원. 취지를 이해한 성도들을 중심으로 일반인들까지 십시일반 계좌에 돈을 넣어주었고, 그 1000원짜리들이 모여 어르신들에게 편한 잠자리와 먹성들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비록 조립식 건축물이지만 숙소도 두 채나 지었고 땅도 확충하였다.
1000원이 얼마나 힘이 있는지 그때 실감했다. 근데 요새는 100원의 힘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있다. 시대가 많이 흘렀고, 돈 가치는 더 떨어졌는데도 이 100원의 힘이 얼마나 센가 모른다.
물론 각도가 조금은 다른 이야기다. 요샌 재래시장보다 현대식 할인마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시대다. 근데 이 마트라는 곳에 가면 으레 카트라는 게 입구에 떡 버티고 있다. 누구든 마트에서 물건을 사려면 이 카트를 끌고 매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근데 문제는 100원을 카트 손잡이 오른쪽에 달린 동전투입구에 집어넣지 않으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 놈의 ‘100원’ 때문에 혼이 난 적이 있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갔는데 지폐는 있는데 동전이 없는 거다. 그것도 100원짜리 동전이.
이런 때 대략난감하다. 밖에 있는 내게 아내가 전화를 해 반찬거리를 사가지고 들어오라고 했다. 다른 때야 아내가 동전을 챙기지만 이 날은 아무런 생각 없이 마트를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출입구에서부터 동전 100원짜리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서성이는 날 보고 눈치를 챈 점원이 100원짜리 한 개를 빌려 줘 가까스로 장을 보고 온 적이 있다. 100원의 힘! 난 그때 100원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톡톡히 깨달았다. 언제부턴가 대부분의 카트에는 동전 투입구가 생겼다.
5~6년 전만 해도 동전을 안 넣어도 그냥 카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샌 아니다. 대부분의 마트가 카트에 동전투입구를 달아놓았다. 카트를 아무 곳에나 팽개치고 가는 손님들 때문에 이런 제도가 생긴 것이다.
카트를 운반하는 알바에게 물어봤더니 요샌 아무 곳에나 카트를 팽개치고 가는 손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내 아내도 꼭 그 100원을 다시 챙기기 위해 카트 저장소까지 돌아가서 카트를 밀어 넣고 온다.
혹 버려진 카트를 발견했을 때는 얼른 끌고 가 그 카트에 들었던 100원을 챙겨가지고 오며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100원 벌었네.” 한다. 이럴 때는 참 우습기도 하다. 그러나 이 100원짜리 동전 하나가 얼마나 그릇된 생각과 습관을 바꿨는가 하는 것은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작은 것이라고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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