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목회를 시작한 지 2년여 쯤 되었을 때 이야기다. 어머니와 아내는 이미 우리 교회의 교인이었고, 좀 시간이 경과한 후 그 어머니와 아내의 아들이며 남편인 ㅅ씨가 교회에 나왔다. 그리고 몇 달 후 그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러 예배를 마치고 차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그는 느닷없이 내게 물었다. “목사님, 천국에는 술이 있어요?” 하도 갑작스럽고 황당한 질문이어서 한참을 어리둥절해 하다가, “아마, 없을 걸요!?” 성경에 그런 얘기가 없으니 이리 대답할 수밖에. 근데 그는 미동도 않고 또 묻는다. “담배도 없겠죠?”, 그리고 재차 묻는다. “예쁜 여자들과 같이 술을 마실 수는 더욱 없고요? 룸살롱은요? 역시 없겠죠.”
그러더니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렇게 못을 박는다. “그럼, 목사님! 천국은 무슨 재미로 산대요? 재미도 없는 천국엔 왜 가라는 겁니까?”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그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한 애기인 걸 안다. 왜냐하면, 그가 교회에 나오자마자 주일마다 교회에 출석했고 성경에 대하여 열심히 배우는 중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이후 대화에서 “목사님들은 참 재미없을 것 같아요. 세상의 재미와는 담을 쌓고 사시니. 신부들은 그래도 술·담배는 하잖아요. 하긴 그들은 결혼을 안 하지.” 하며 나름대로 목사를 위로하는 걸 봐서 그저 웃자고 한 얘기란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의 그런 엉뚱한 질문이 30여년 목회하는 동안 계속 내 마음 한 귀퉁이에 여운으로 물결치고 있다. 세상의 관점으로 하늘을 보는 그 천진함이 그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서 말이다. 이미 ‘성도’라고 불리면서도 아직 세상의 여느 사람과 그 생각이 다르지 않은 이들은 너무나 교회 안에 많다.
특히 세상의 성공주의가 교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알 사람은 거의 다 아는 사실이다. ‘교회 잘 다니면 부자가 된다. 십일조를 바치면 부자가 된다. 병을 고치려면 열심이 있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시작한 세상적 신앙관은, ‘몇 년을 다녔는데도 부자가 못 되는 것은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십일조를 드렸는데도 축복을 못 받는 것은 주의 종에게 불순종해서다.’ 등 웃지 못 할 이론으로까지 발전한다.
신앙은 어떤 의미에서 생각의 개조작업이다. 세상의 사고인 합리성에 갇힌 머리를 예수님의 말씀으로 씻어 열어젖히는 작업이다. 합리성의 감옥에서 이성을 꺼내 무한한 하나님의 일하심에 굉장한 능력이 나타남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간의 합리성을 넘어 하나님의 초월성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하는 작업이다.
어느 성도가 가진 관심이 아직 세상의 것이라면, 자신의 사고의 틀을 벗어던지지 못한다면, 보이고 만져지는 것에 머물고 있다면, 그는 아마 아직 성도가 아니거나 엉뚱한 관점으로 살아가고 있는 돌연변이 성도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성도가 그렇지 않은 성도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가진 생각이 극히 정상적이라고 여긴다. 그 세상적 신앙관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한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점점 신앙생활 하기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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