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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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내가 쓴 칼럼을 들춰보다 ‘신념과 신앙’이란 제목의 글을 발견했다. 그 당시 매스컴을 들썩였던 비전향 장기수의 북한 이송을 다루는 칼럼이었다. 비전향 장기수들이야말로 신념 하나 때문에 자신의 일생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들이다.
작금 나는 신념과 신앙에 대하여 다시 곱씹게 되었다. 실은 요새 내가 맞닥뜨린 진통의 근본이 바로 이 문제 아닌가 해서 말이다. 물론 그 누구도 자신이 행사하고 있는 행위가 신념이라고 말하는 이는 한 사람도 없다. 모두 신앙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신앙이 아니라 신념인 것 같다.
‘신념’은 자신의 마음이나 의지를 굳게 믿는 것을 말하고, ‘신앙’이란 신이나 초자연적인 절대자를 의지하고 받드는 일을 말한다. 둘은 절대로 어울릴 수 없는 단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며 오해한다.
‘신념’은 자신을 기초로 한다. 자신에게서 출발하고 자신에게로 귀의한다. 자신만의 어떤 기준을 정해 놓고 그 기준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다. 남들이 가진 신념에 대하여는 자신의 것이 우월하다고 믿는다.
‘신앙’은 하나님을 기초로 한다. 하나님에게서 출발하고 하나님에게로 귀의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기준이며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신앙이다. 남들이 가진 신앙을 인정은 하나 수용은 하지 않는다.
신념과 신앙을 혼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 배타성 때문이다. 자신의 것이 다른 것보다 우월하다거나, 다른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것이 최고의 가치를 가졌다고 하는 그 배타성 말이다. 하긴 이 배타성이 없으면 신념도, 신앙도 존재할 수 없다.
세상은 신념이 강한 자들에 의해 움직인다. 오직 대통령이 되기만을 꿈꿨던 이들은 한 결 같이 어떻게 해서든지 그 자리에 않고야 마는 걸 우리 역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목표를 향한 신념은 참으로 대단했고 결국 그 자리에 올랐다. 그들의 꿈은 이뤄지는지 모르지만, 사회는 그들로 인하여 혼란을 겪었다.
나폴레옹이 그렇고 히틀러가 그랬다. 신념이 왜곡될 때 더욱 그렇다. 물론 정의로운, 사회적 합의가 있는, 신념은 차라리 사회를 안정시키고 전진시킨다. 링컨이 그랬고 여타의 정치적 신념을 옳게 사용한 이들이 그랬다.
공산주의를 포기하지 못하는 비전향 장기수나, 자신의 신앙적 노선(실은 신념이지만)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왜곡된 신념이라는 점에서 그리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합의한 일에 대하여 자신의 신념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모두 ‘자신’이다.
그 근거가 하나님이라면 그것은 신념이 아니라 신앙이 될 것이다. 신앙의 가면을 쓴 신념이 얼마나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하는 것은 신념이 아니라 신앙이다. ‘나’는 죽고 ‘하나님’만 살아야 한다. ‘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주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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