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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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하수구와 변기가 문제를 일으켰다. 몇 주 전에 하수구가 막혀 상당한 투자(?)를 하고 뚫었다. 바깥에 있는 맨홀이 막혀 흘러넘쳐 하수구를 뚫는 공사를 하는 사람을 불렀다. 그가 수고한 시간은 20분 남짓, 수고비가 얼마냐는 내 말에 그는 “15만 원입니다.” 한다. 난 처음에 잘못 들었는지 알고 “얼마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15만 원이요.”라고 다시 말했다.
물론 공구를 가지고 와 더위에 수고한 것은 인정하지만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랴. 비싸게 뚫었지만 하수구에서 나던 냄새도 안 나고, 그간 신경 쓰던 일이 해결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몇 주를 보냈다. 그때 아내가 이렇게 말했었다. “얼마냐고 물어 보고 불렀어야죠.”
그게 몇 주 전 얘긴데 이번에는 변기가 문제를 일으켰다. 일을 보고 내릴 때마다 조금씩 굼뜨게 행동하더니 나중엔 아예 움직일 생각을 안했다. 공기압을 이용해 변기를 뚫는 기구도 이용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내는 외출했을 때 마트에서 변기를 뚫어준다는 액체를 샀다. 난 속으로 그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아내는 그게 뚫어줄 수도 있다며 변기 속에 들어부었다, 그러나 변기는 그리 호락호락하게 말을 듣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최종적으로 이번에도 업자를 부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듯했다. 전화번호부를 뒤적여 ‘하수구・변기 뚫음’이라고 적혀 있는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물론 전화번호부에 대문짝만한 광고를 한 저번의 그 업자는 배제한 채. 이미 한 번의 바가지(?) 경험이 있는 터라, ‘변기가 막혔다. 얼마면 뚫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난 전화기 저쪽에서 들린 소리를 의심해야 했다.
“3만 원입니다.”
“예? 얼마라고요?”
“3만 원인데요.”
이럴 수가? 그러나 좀 바쁘니 서너 시간 후에나 올 수 있다고 했다. 시간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둬 시간이 흐른 후 볼일이 급하여 변기를 사용한 후 물을 내렸다. 너무 자연스럽게 물이 내려갔다. 다시 몇 번 같은 행동을 반복해도 여전히 정상이다. 전화로 약속을 취소했다.
그 요상한 액체가 들어부은 지 몇 시간 후에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2,550원짜리가 대단한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15만 원과 2,250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다. 아니 15만 원과 3만 원 사이도 하늘과 땅 사이다. 근데 그런 차이가 먼저 물어봤는지 아닌지의 차이라면….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나 보다. 하지만 그건 너무 과장이고, ‘지혜롭지 못하면 손해를 본다’고 하는 게 맞다. 그래서 성경도 ‘뱀같이 지혜로워라’(마10:16)고 일침하나 보다. 우리의 삶의 현장은 때때로 우리의 지혜를 요구한다. 그분이 주시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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