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가 울렸다. 그렇게 울리기는 참 오랜만이다. 심방을 가자는 한 남자의 말이 저쪽에서 들려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러니까 사랑의마을에 들어와 목회하면서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전화, ‘심방을 가자’는 전화였던 거다.
기뻤다. 이제 나도 정상적인 교회(?)에 담임목사가 된 게 맞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기뻤다. 2년을 있었지만 누가 심방 가자는 전화 한 통을 안했다. 그게 나의 사랑의마을 사역이었다. 아직 산 너머 산이 있지만 부임한 교회에서 심방요청 전화가 온 거다.
사랑의마을에서 몸이 아픈 노인들이 많으니 첨에는 입원했다는 족족 병원으로 달려갔었다. 하지만 한둘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제풀에 겨워 이젠 누가 입원을 했다고 해도 그렇게 잽싸게 달려가지는 않는다. 그게 일상인데 어쩌겠는가.
그런데 이젠 성도가 입원을 하고 수술을 했으니 병원에 심방을 가자는 것이다. 내가 심방해야 할 그 남자는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했다. 두 남자(장로님)와 한 여자(아내), 그리고 나, 그렇게 넷이는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뒤졌지만 그 남자는 없었다.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하는 수 없이 간호사에게 물었다. 입원실로 갔다고 했다. 그녀가 가르쳐주는 병실로 갔다. 그 남자가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팔을 살며시 잡으니 눈을 뜨곤 놀랐다.
“어? 목사님, 여기까지 와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안 와 있었다. 중환자실이라고 해서 성경을 차안에 둔 채 중환자실로 갔었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병실로 가는 사이 난 차로 뛰어가 성경을 가지고 왔다. 근데 내가 먼저 도착한 거다. 아니나 다를까 병실을 못 찾고 헤매다 나중에야 세 사람이 들어왔다.
예배를 드렸다. 그 남자가 눈물을 닦았다. ‘아, 내가 설교를 잘하나 보다. 내 설교에 저렇게 감동하는 성도가 있다니.’ 착각도 유분수다. 착각도 자유다. 나의 착각은 그 남자의 말을 듣는 순간 무너졌다. 그렇게 은혜로운(?) 예배를 마쳤다. 눈물을 닦으며 그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5년만인 것 같습니다. 내가 병원에서 담임목사님의 심방을 다 받다니...”
그게 얼마나 소원이었으면, 그게 얼마나 간절했으면, 이렇게 눈물을 흘릴까. 그것도 남자가. 우리교회로 나를 인도하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조금은 마음에 와 닿았다. 소외되고, 아프고, 한스런 성도들의 가슴을 안아주라고. 그렇다.
내 품이 그리 넓지는 못하지만 이제 그래야겠다고 결심했다. 일부의 목자가 아니라 전부의 목자,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간 곪을 대로 곪은 아픈 가슴들이 있는 것 같다. 그간 지칠 대로 지친 영혼들이 있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 내게 준 모든 은사들을 동원하여 길 잃은 양들을 돌보는데 최선을 다할 터다. 아픈 가슴은 쓰다듬고, 쓰라린 영혼은 보듬어 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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