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화 한통화가 왔습니다. 교회에서 강화수련원에 농사 지은 고구마 왔느냐고요 엊그제 광고를 했거든요? 고구마 캐는 날이니 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 강화에 함께 다녀오시라고요 아직 받은바 없어서 모른다고 했죠? 전화하신 성도는 강화에서 농사지은 고구마를 한상자 드리고 싶은데 어쩔까 싶다고요 교회에서 고구마 가져오는 것 봐서 필요하면 연락 드리겠다고 했죠 전화 없으면 충분히 있는가보다 생각하시라구 사족을 달면서... 얼마나 사무적인 말이예요? 다정한 목소리로 포장했지만 내용은 그런 응답을 드렸어요 저녁에 남편에게 보고를 했습니다. 남편이 말하기를 "그럴때는 고구마를 달라고 하라"는 겁니다. 교회에서 고구마가 목사님집에 가져올텐데 왜 고구마를 또 달라고 하느냐 고구마 먹을 사람도 없는데 왜 쓸데없이 욕심을 부리느냐고 했죠 욕심을 부리지 않고 누군가에게 양보하는게 저로서는 덕인줄 알았습니다. 거저 준다고 받기만 하는 사모의 입장이 늘 송구하던 터였으니까요 하지만 목양자인 남편의 심정은 고구마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고구마 농사를 애써 지은 후 목사님에게 한상자 드리고 싶은데 이왕이면 귀한 대접이 되었으면...하고 생각하는 성도의 마음을 읽은 것입니다. 목회자의 가정은 청빈으로 모범을 보임은 물론이지만 청빈을 넘어서야 한다는게 남편의 속내인것을 눈치 챘습니다. 성도들이 주고 싶은 마음을 받고 그 받은 것들을 누구에겐가 더 필요한 사람에게 사랑을 담아 나누어 준다면 사랑은 흘러 흘러 갈것입니다. 미쳐 깨닫지 못해서 오늘 그분에게 "성도님이 농사지은 고구마를 먹고싶습니다" 라고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실은 그제 어떤 분이 농사지은 고구마 한상자를 넌즈시 자동차에 넣어 주셨거든요? 고구마가 필요한 가정을 찾아내느라 은근히 살피다 보면 고구마도 사먹을 수 없는 어려운 가정들을 알게될것 같습니다. 악을 행하지 아니해서 선한 사람이 아니라 선을 행치 못한 죄로 고달파 해야할 성도의 삶 율법의 감옥에 갇혀 있는 삶이 아니라 복음의 자유를 만끽하는 삶 탁 트인 사랑과 자유의 두 날개로 날고 싶습니다. 이제 누가 뭘 준다고 하면 감격하며 기쁘게 성큼 받아야겠습니다 받는데 익숙하고 뻔뻔한 사모들이 아주 싫었는데 그게 바로 사모의 kown-how 인것 같습니다. 욕심없는 깔끔한 사모님의 이미지는 터분하고 시원시원한 사모님의 이미지만 못한것일까요? 이미지야 어떻든 생긴대로 사는 것이겠지만 사랑은 영원하고 흘러 흘러 넘쳐야 한다는 것에 깊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