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처음 시작한 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 하는 도중 자꾸만
"그 가정이 누구네냐?" 고 물었습니다.
제가 대답할리가 없지요
상담내용을 누설하는 것은 아들에게도 삼가해야 하니까요
아들은 막무가내 궁금해서 추궁해왔지만 끝까지 대답을 안했는데
아들이 잠시후에 하는 말
"그런데 누구네 집 이야기인가 궁금해서 묻다가 그만, 이야기 내용을 잊어먹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요?
그러면서 아들이 괴로운게 있답니다.
자기의 큰 약점중에 하나가 담임목사님의 말씀을 명심하려고 마음에 타이르고 또 타이르건만
자꾸 깜빡깜빡 잊어먹어서 목사님을 무시하는 결과가 되어버려서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이건 정말 큰 일이지요
꼭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확인해서
담임목사님께 실례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신신당부 했습니다.
그런데...딱한 노릇은 그 수첩을 잊어먹는다네요
어찌 모전자전이 아니겠어요?
아들은 심지어 오토바이 사고난 뒤로 뇌에 이상이 온것 같다는 탄식까지 하면서
건망증에 대해 괴로워했습니다.
이 문제를 놓고 저도 기도할수밖에 없구나...생각하면서 한참 나무랬었는데
아이고...내가 천추에 한이 될 약점을 들어내고 왔으니
아들앞에 "건망증도 유전인가?" 라는 물음을 주고 왔습니다
어떤이는 전화걸다가 냉장고에 전화를 집어 넣는다는둥
업은 아이 3년을 찾는 다는둥
건망증 이야기야 밤 새워도 끝이 없지만 건망증도 유전인가요?
그런데 아들에게 희망적인 말을 듣고 왔습니다.
교회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듣고 충격먹고 고통스러워도
하룻밤 자고나면 다 잊어먹는다고 합니다.
남편도 똑같거든요?
교회에서 어려운 일이 있어 괴로운 밤을 지내도 자고 나면 다 잊어먹어요
저는 그 어려운 순간의 대화나 표정 분노 이런것들은 내 인생노트에
우표딱지처럼 고대로 붙어 있거든요?
(정말 잊혀졌으면 좋을 것들이 말이지요)
답은 하나입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사역자들에게는 약간의 건망증!
그것도 성도들이 할키고 찌르고 괴롭힌 기억들을 어쩌면 그렇게 새까맣게 잊어먹게 하시는 것일까요?
잊어야 어제처럼 여일하게 오늘 대할 수 있고
또 항상 동일한 자리에서 팔 벌리고 기다려주어야
괴롭힌 성도가 회개하고 돌아와 또 품에 안길것 아니겠어요?
이것으로 제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목사와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하는 사모라도 은사가 다르고 사명이 다르다는 것 말이지요
목회자들은 건망증이라는 은사를 또하나 주셨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안경 잊어먹은 것은 목회자에게 주신 은사하고는 아주 다른 건망증입니다.
마음속에 미움이나 원한들이나 섭섭함 같은 것들이나 몽땅 잊어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쓸데없는 것들은 차곡차곡 밑에 가라앉혀 두고 애꿎은 물건들이나 잊어먹고 고생을 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들에게 건망증을 주시되 이 못된 것은 유전으로 주지 마시고
자기 아빠에게 있는 괴로운 기억들을 잊어버리는 은사! 만은 부디 유전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묻습니다. "건망증도 유전일까요?"
이광우
수니 사모님,
건강하게 잘 다녀 오셔서
고맙습니다.
5학년 2반밖에 안 된
저의 증상에 비하면
극히 정상이십니다.
늘
강건하시고 평안하세요.
2006-10-20
남상순
엇? 목사님 얼마나 바쁘세요?
요즘 그 좋아하시는 사진도 못 찍으시는 것 같아요
가히 짐작이 갑니다. 교회부흥 하는 소리가 들리는것 아닌가요? 이래도 저래도 좋게 생각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안경 끈을 매달기로 결심했답니다 ㅎㅎㅎ
2006-10-20
아이
저도 건망증하면 누구한테 뒤지지는 않는것을 느낍니다. 토요일 중학생인 큰아이 교복 와이셔츠하고 바지를 빨면서 속으로 조끼가 안보이네? 생각하며 그냥 손빨래를 했습니다. 그리곤 무심코 지나갔고 주일날 저녁 갑자기 잠자기전 그 조끼가 생각난것입니다. 갑자기 내일 아침 입고 가야 할 조끼인데 그때서야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온 식구가 그 조끼를 찾기 시작했고 큰애는 분명히 학교에서 오면서 입고 왔다고 하고 난 분명히 학교에 놓고 왔다고 하고 시간은 11시가 넘어가는데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자고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가보기로 하고 월요일 아침 조금 일찍 큰애를 깨워서 학교에 가봐라! 하면서 보냈는데 학교에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작은아이하고 찾는데 집에 있었습니다. 급히 갖다주고서 난 너무 미안했습니다. 문자로 정중히 엄마의 잘못을 시인하며 미안하다 했더니 모든 것이 정상으로 회복되었죠. 그런데 문제는 분명 집에서 발견되면 엄마 아빠가 1억을 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신 학교에서 나오면 너가 내기로 했죠. 당연히 집에서 발견되었으니 결과는..... 학교에 갔다 와서 난 그랬죠. 너가 결혼할때까지의 비용은 1억이 넘을거라고. 그랬더니 작은애하는말..... 먹어주고 입어주고 그 모든값 내라고. 난 웃고 말았죠. 때로는 그런것 같습니다. 아무리 어른들의 말일지라도 때로는 아이들의 말이 맞을때도 있다는 것을 ... 아무리 어린 자녀들일지라도 함부로 생각하고 판단하면 안된다는것을 요. 하나님의 작품인 아이들을 현명하게 지혜롭게 잘 양육해야 한다는 것을.난 오늘도 하나님께 감사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2006-10-23
수니
ㅎㅎㅎ 너무 재미납니다.
남의 건망증 이야기를 들을때는 이렇게 재미나고 웃음이 나는데 자기일일때는 정말 초조하고 괴롭고 답답하고 딱하고 그래요 ㅎㅎㅎ 건망증 좋은 건망증에 걸립니다. 꼭 잊어야 할 것들을 쉽게 기억도 못하게 하옵소서 하지만 기억해야만 할 것들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