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전화를 받던 날입니다.
아내가 응급실에 입원했는데 혼자 수속할랴 돌볼길이 없다고
사모인 저에게 환자 보호자로서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병원에 당도하니 환자는 음독자살을 기도한 상태였고
참담한 광경이 내 앞에 펼쳐졌습니다.
여기 저기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와 환자를 바라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환자는 의식이 몽롱한 순간인데도 계속 입에서는
험한 욕을 하고 있었고 간혹" 왜 안죽어! " 하면서 그야말로 죽지못해서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간호원은 내게 특명을 내렸습니다
"보호자 되세요? 빨리 무엇을 먹었는지 알아내세요"
이 말의 뜻은 수면제인지, 쥐약인지, 제초제인지 무엇을 먹었는지
정확하게 환자의 말을 알아내라는 것입니다.
환자는 계속 이랬다 저랬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까스로 알아낸 것은 제초제를 먹었다고 했습니다.
간호사는 위세척도 거부했습니다
제초제는 전혀 살 가망이 없기 때문에 세척을 할 필요도 없답니다.
그녀는 말초신경부터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최후에 두 마디 말을 분명하게 내게 남겼습니다.
"부끄러워요"
"살고 싶어요"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장성한 아들 둘을 남기고 남편과의 불화로 가출을 할때
어려운 형편에 적금 들었던 2천만원 통장을 들고 나갔고
집에 돌아왔을때는 남편앞에 속죄 마져 힘들어서
소주에 제초제를 타 마신 상태였습니다.
장례예배때 참 힘들어하는 목사님을 보았습니다.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천국에 갔다고 해야할런지
사는 동안 행실로 보아 또 자살을 했으니 지옥에 갔다고 해야할런지
죽은자는 하나님의 심판에 맡기고
살아있는 가족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장례를 마친후
나는 한동안 죄책감에 사로잡혀야 했습니다.
내 교회 집사가 자살을 하도록 방치하고 무관심했다는 것 때문에
미안하고 괴로웠습니다.
그 후 1년여지난후 집사님은 재혼을 하였습니다.
상대는 딸둘을 데리고 사는 믿음 좋은 다른 교회 집사님입니다.
갑자기 가족이 3명에서 장정 6명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아내가 죽은 바로 그 교회에서 새가정을 이루어 살때 참 힘겨울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구설수에도 아랑곳 없이 새 아기를 낳았습니다.
늦동이가 되는 셈이지요 그 아기가 지금 유치원생입니다.
가족 7명을 거느리기에는 직업이 매일 노동직인지라 무척 힘들것입니다.
그러나 씩씩하게 두 결손가정이 믿음 하나로 버티며 충성스런 일군으로
교회에서 봉사하며 오늘도 귀한 직분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실패한 그 자리에서 어떻게 믿음으로 승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온전한 성공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내외는 인천에서 목회 실패하고 부산으로 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시 인천 땅에 돌아와서 목회하게 하셨습니다.
인천 땅에 오줌도 안 누겠다고 막말로 싸늘한 마음을 갖고 떠났지만
그 실패한 수치의 땅에 돌아와 나름대로 오늘을 일구어내도록 하셨습니다.
이 가정을 볼때마다 "믿음이 이기네!" 이 찬송이 나옵니다.
때로 장소를 바꾸고 환경을 떠날때 상처를 치료받기도 하지만
할수만 있다면 낭패한 그 자리에서 믿음으로 역경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입니다.
믿음은 모든 수치를 가려줍니다.
믿음은 모든 패배를 성공으로 바꾸어줍니다.
믿음은 모든 절망위에 우뚝 세우는 승리의 깃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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