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부터 교회에서 중보기도 교육을 시켜서
중보기도팀을 만들어 계속하고 있다.
그 후에 중직들이 목회계획 세미나를 열고 교회발전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갖게 되었다
장로부인이라는 사람이 중보기도 훈련을 받고
몇번 중보기도하는데 나오더니 시지부지 나오지 않았다
이유인즉은 중보기도하라고 주는 기도제목이 맨날 똑같고
병고쳐달라, 취직하게 해달라는 등의 너무도 자질구레한
제목들이라서 기도할 기분도 나질 않는다고 했다.
한마디로 기도제목들을 보면 유치하다고 했다.
그 말에 순간 나도 미동을 느꼈다.
늘 인간사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보면
'이런 기도를 왜 자기들이 하지. 남들에게 기도해 달라고 하는가'라고
느끼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김밥집 팔려고 내 놓았는데 빨리 팔리게 해주세요"
"시험관 아기 다시 시도하는데 성공하게 해주세요"
"고3 입시공부중이니 기도해 주세요"
"남편 구원받게 해주세요"
"온 가족 건강하게 해주세요"
"병원에 입원했는데 속히 퇴원하게 해주세요"
"우울증으로 시달리고 있으니 해결해주세요"
"부부 문제가 심각한데 화목하게 해주세요"
거의 비슷한 제목의 기도들을 날마다 내 놓고 기도해 달라고 한다.
지금 생각하니 그 장로부인의 말은 파괴적인 말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때는 몰랐다. 솔찍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니 일단은 수용해야 된다는 심경이었고
그 말에 나도 일부 공감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왜 이 새벽 정확하게 다시 들려오는 것일까?
그것이 중보기도 하지 않아야할 이유가 된다는 말일까?
중보기도 하러 나오는것이 짐이 되니
그런 이유를 들어 합리화 할려고 한 말은 아닐까?
기존의 기도하는 사람들의 행위를 일체 편견으로
무익하고 무모한 짓을 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중보기도 하지 못할 이유라도 된단 말인가?
그때 왜 묻지 못했을까?
그럼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요?
어떤 기도를 해야 유치하지 않고 고상하겠소?
이렇게 물어볼 것을!
세상끝날까지 동행하시겠다고 약속하신 우리 하나님
애굽에서 노예살이 하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음소리를 들으셨던 하나님
머리터럭까지 세시는 하나님
질그릇같은 우리의 연약함을 체휼하신 하나님
그분께서는 우리의 연약함, 유치함, 부족함을 비웃지 아니하신다
유치하다고 나무라시지 않으신다.
무식하다고 업신여기지 아니하신다.
하나님께서 천하보다 귀하고 오늘도 버리지 못하시고
소중하다는 여기는 내 이웃들인데 어찌 그리 말 한마디로 무시하고
중보기도의 사명을 버릴 이유라고 떠벌이게 두었던가?
그럼 고상하고 대단한 기도제목은 무엇일까?
나라와 민족을 위해
세계 평화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환경문제와 세계도처의 선교사들을 위해
위정자들과 북한의 지하교회를 위해
이런 제목들의 기도는 고상하고 위대한 기도인가?
"김밥집 빨리 전세 나가게 해주세요"
이런 기도는 유치한 기도인가?
어떤 기도는 너무 유치해서 못하고
어떤 기도는 너무 크고 피상적이어서 못하고
그럼 어떤 기도를 해야하는가?
내게 있어서 중요하고 현재 가슴아프고 헤어나올 수 없는 문제
혼자서 기도할 수 없어서 기도를 부탁해 온 성도의 애절한 믿음의 기도부탁을
그런 연약함속에서 기도마져 잘 안 되어 남에게 기도를 부탁할 수 밖에없는
성도의 믿음의 눈높이를 공감해 본적이 있는가?
모두가 다 신앙의 질과 눈높이가 다르고 성숙도가 차이가 난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수 있고
내가 보기에도 연약하고 어리고 유치할 수 있다
그 모든 입장과 처지를 너그럽게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을 싸 안는다는 것은 그리 쉽지않다
그들을 내 안에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곧 교만이다
그들이 내 수준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성숙하지 못한 유치함이다.
그들 곁으로 그들 마음 속으로 찾아 오신 우리 주님의 겸손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그래서 주님이 하신대로 연약하고 유치한 이웃들을 위해
중보기도를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나의 미성숙한 어리석음을 매일 보고 있기 때문에...
내게 중보기도를 안해도 되는 이유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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