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바지 하나 가지고 **식당으로 와요" 식당의 위치를 잘 설명해 주었다. 바지를 가지고 오라니 얼마나 황당한가? 부지런히 혁대까지 챙겨서 아침에 입고나간 웃옷과 색갈이 맞을듯한 바지를 들고 급하게 달렸다. 도착한 식당에는 10여명되는 교우들과 심방을 마친 일행이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내가 들어서자 모두들 반가워했다. 특히 남편이 제일 반가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침 뚜욱! 떼고 즐거운 식탁에서 맛나게 먹는데 실토를 했다. 방금전에 자리에 앉다가 바지 찟어지는 소리가 나서 더듬어보니 엉덩이 쪽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한다. 아찔했다나! 이틀전 옷장을 정리하면서 지금 입은 옷을 꺼내며 입겠다고 해서 내가 말렸다. 이제는 버리자고...! 15년도 더 된 옷일뿐더러 유행에 너무 뒤떨어져서 사람까지 초라해 보인다고...! 하지만 남편은 막무가내였다. "언제 유행따라 살았나? 멀쩡한 옷을 왜 버리나?" "하지만 당신은 스타 아니우?" 대화는 이쯤에서 멈추어야 한다. 다음날 입고 출근을 했다. 그 옷을 입던 둘째날 그만 낡아 삭아빠진 옷이 힘없이 주욱! 찟어진 것이다. 함께 식탁에 있던 교우들의 난처한 얼굴이 염려되어 나는 한바가지나 수다를 떨었다. "집에 새옷이 몇벌이나 되건만 궁상을 떨고 고집이 세다고..." 자리에서 일어서니 속옷이 다 드러날 정도로 사정없이 천이 찟어져서 한발자욱도 걸어서 식당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새 옷으로 간신히 가리면서 수습을 했다. 동행한 사람들은 모두 멋적은 코메디에 웃느라 난처했다. 오늘 깨달았단다. '15년 이상된 낡은 옷은 입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하나 더 깨달아야 한다. '마누라 말을 들으면 자다가 떡을 얻어 먹는다는 것을...' 그리고는 다음날 남편은 내게 은밀히 자수했다. "어떤 권사님께서 금일봉을 주셨는데..." 알고보니 그날 식사를 함께 하던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릴 때가 된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평소에 목사님 옷한벌 해드리고 싶어 마음을 두고 돈을 뫃아오신 시어머님께 이날의 해프닝을 전해 드리면서 독촉을 한 모양이다. 그러면 이날 사건은 권사님의 기도를 속히 응답하시려는 각본이었나? 자부의 효심을 강조하시던 권사님의 말씀이 유난히 멋스럽게 들렸다. 목사의 아내들의 언어에 금기사항이 있다. 교인들에게 "이거 얼마 주고 사셨어요? 또는 어디서 사셨어요?" 이 말은 그것이 갖고 싶다는 말로 오해 받을 수 있다. "어머나! 이거 참 좋다" 이 말은 그것 사달라는 소리로 전달 될 수 있다. 목사의 금기사항은 바로 이거다. "심방하다가 바지 찢어지는 일 없도록 하라!" 교인들은 기회만 있으면 목사에게 베풀고 싶어한다. 가슴 뜨거운 코메디를 여기에 남겨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