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역사에 나타난 자기 부정의 역사/이중표의 ‘별세론’을 중심으로” 이중표목사 6주기 추도식 및 별세포럼(한신교회, 2011.7.6 11시45분)
저는 이중표 목사님과 가까이 그리고 친하게 지내게 된 것을 하나님께서 저에게 베푸신 크신 은혜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2004년 10월 19일 “사랑하는 이중표 목사님!” 이라는 제목의 글을 국민일보에 실었는데 그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서로를 좋아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전화로 인사를 나누며 목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아이들처럼 반가워 하며 좋아했습니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빵 한 조각을 서로 나누면서도 정을 느끼곤 했습니다. 지난 여름 사할린에서 열린 CIS 선교사대회에 참여하여 함께 먹고 자고 놀고 지내면서 마냥 즐거워하고 좋아했지요. 날마다 이 목사님과 단 둘이서 울창한 산속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마음과 말을 주고 받았을 때 우리는 연인 같은 느낌마저 가졌습니다. 작년 성탄절 때 카드 속에 써서 보낸 목사님의 편지를 지금도 성경책 속에 넣고 다닙니다. 사랑하는 이중표 목사님! 저는 이 목사님을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바로 어제 주일 아침 예배 중 간 이식수술을 앞둔 아기(지성이)를 안고 기도하다가 갑자기 이 목사님 생각이 나서 이 목사님을 위해서 그리고 아기를 위해서 기도를 했습니다. 이 목사님의 아픔과 고통은 많은 병자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기도 합니다. 수술을 앞둔 이 목사님을 찾아 아산 병원을 방문했을 때 사랑하는 손자를 귀여워하던 모습이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목사님 드리려고 가지고 갔던 곰 인형을 손자가 먼저 받아 들고 좋아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손자를 기쁘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했지요. 국민일보에 실린 “별세 단상”은 세상에 취해서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주님을 바로 바라보고, 십자가를 바로 바라보고, 천국을 바로 바라보게 하는 청량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로 하여금 주님과 십자가와 천국을 바로 바라보게 한 사람들 중에는 고난의 아들 철원이와 고난의 딸 송명희 시인과 별세의 종 이중표 목사님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의 단상 “성자의 꿈”은 허상에 사로잡힌 나 같은 많은 목회자들에게 도전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쓰셨던 다음과 같은 고백도 깊은 교훈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암에게 속삭여주었다. ‘네가 내 몸을 찾아주어 고맙다. 나는 별세를 배우는 하나님의 종이며 별세의 수련생이다. 내게 별세를 가르쳐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 주렴.’ 그런 생각을 하니 암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내 마음은 더욱 자유롭고 평화롭기만 했다.” 사랑하는 이중표 목사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세상에 파묻혀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님과 십자가와 천국을 밝히 보여주십시오. 성 프랜시스에게 주셨던 은혜를 목사님에게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2004년 10월 18일 오전 김명혁 목사」
저는 2005년 7월 7일 또 다시 “사랑하는 이중표 목사님!” 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일이 있는데 그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오늘 2005년 7월 7일에 다시 “사랑하는 이중표 목사님!” 이란 제목으로 목사님에게 사랑과 존경의 글을 띄웁니다. 바로 이틀 전 목사님을 찾아 뵌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때 저는 목사님과 눈에 눈을 맞추고 목사님의 손을 꼭 붙잡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을 때 “살아계신 하나님 아버지!” 라고 하고는 더 이상 기도의 말을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물이 가슴과 목에 가득 찾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참 만에 다시 “살아계신 하나님 아버지!” 라고 기도를 시작하고는 마치 임종 기도를 하는 것 같은 기도를 드렸지요. 폴리캅과 프랜시스와 손양원 목사님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사나 죽으나 혼탁한 한국교회에 오직 주님 사랑을 순수하게 나타내 보이게 하시고, 오직 십자가의 주님만을 순수하게 나타내 보이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지요. 그리고 순교자들이 고통을 당할 때 그 모든 고통을 제하신 주님께서 이 목사님이 당하는 모든 고통을 제해 달라고 기도를 했지요. 사랑하는 이중표 목사님! 그 동안 수고를 많이 했습니다. 병상에 있던 지난 수 개월 동안에도 십자가의 주님과 별세의 주님을 밝히 증거하기 위해서 모든 정력과 모든 진액을 다 짜 내었습니다. 세상에 미친 한국교회의 목회자들과 신자들에게 십자가의 주님과 천국을 밝히 보여주시기 위해서 작고 세미한 그러나 온유하고 겸손하고 진실한 주님의 음성을 밝히 들려주셨습니다. 이 목사님은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깊고 심오한 영적 감동과 영감을 전해주셨습니다. 지난 3월 2일 국가조찬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제가 제일 먼저 전화를 건 사람이 바로 이 목사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란 조그만 회개의 기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때 이 목사님은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는 지금 회개할 자격도 없을 정도로 마음이 강퍅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지요. “이 목사님이 회개할 자격이 없다면 도대체 누가 회개할 자격이 있습니까?” 의인이 너무 많은 지금, 분노와 정죄가 너무 많은 지금, 이 목사님은 지극한 겸손과 온유와 용서와 사랑을 몸으로 나타내 보여주셨습니다. 사랑하는 이중표 목사님, 편히 쉬십시오. 손양원 목사님과 동인 동신 군이 먼저 가 계시는 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오. 아니 순교하신 저의 아버지 김관주 목사님과 어머님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아들 철원이가 먼저 가 있는 천국에서 우리 주님을 마음껏 찬양하면서 편히 쉬십시오. 목사님은 2005년 7월 7일 오전 4시 30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동안 별세를 설교하시면서 죽음을 상징하는 4자를 많이 쓰셨는데 (교회 전화는 594-4141, 집 전화는 535-4744),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교회와 천국을 상징하는 7자와 관련된 7년(2+5) 7월 7일 7시(4+3)에 세상을 떠나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조만간 목사님을 천국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2005년 7월 7일 김명혁 목사 드림」
저는 금년 즉 2011년 1월 28일 “원로에게 듣는다” 라는 주제로 국민일보 김성원 기자와 대담을 한 일이 있는데 한국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분석을 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연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세속화와 인간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가 너무 세상의 정치 경제 문화의 유행을 따르게 된 것이 문제이고 너무 사람 중심이 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주의와 성공주의에 사로 잡혀 있고 물욕과 자리 욕과 명예욕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설교는 웃기고 울리는 탤런트의 모습을 띠게 되었고, 예배는 감성을 자극하는 시끄러운 대중 음악회의 모습을 띠게 되었고, 행사와 프로그램은 학교나 학원의 모습을 띠게 되었고, 교회의 행정은 기업이나 회사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단체들과 세력들을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분노와 증오의 칼을 휘두르게 된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목회자들과 일반 신자들의 삶의 모습에서 세상과 구별되는 수고와 고난, 절제와 청빈, 금욕과 성결, 화해와 평화를 사모하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정치와는 무관한 쪽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공은 항상 위험한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우리 시대의 중심 이슈는 정치 경제 사회문제가 아닌 도덕적이고 영적인 문제라고 지적했고, 우리가 힘쓸 것은 용서와 사랑을 베푸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귀담아 들어야 할 귀중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는 또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떠남과 버림과 항복이란 말을 자주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신교회가 고 이중표 목사님 6주기를 맞아 추도식과 별세 포럼을 개최하면서 저에게 “교회 역사에 나타난 자기 부정의 역사/이중표의 ‘별세론’을 중심으로” 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해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발표를 하기 전에 제가 2009년 8월 7일 통일선교대학 개강예배에서 떠남과 버림과 항복의 중요성을 지적한 일이 있는데 그 내용의 일부를 먼저 소개합니다.
「통일은 하나님의 뜻과 비전입니다. 남북 통일은 물론 모든 민족과 세계와 우주의 통일은 하나님의 뜻과 비전이고 성경의 목표이며 완성 점입니다. 그러면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들이 살아야 할 떠남과 버림과 항복의 삶에 대해서 간단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는 떠남과 버림과 항복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는 자기 집착입니다. 자기 가문, 자기 지역, 자기 민족, 자기 나라에 집착하는 것이 인간의 근본적인 이기적 본성입니다. 그래서 떠나고 버리며 항복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브라함이 그 훈련을 받았습니다. 모세가 그 훈련을 받았습니다. 사실 인류의 구원과 화평과 통일의 주님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떠남과 버림과 항복의 삶을 사셨고 떠남과 버림과 항복의 죽음을 죽으셨습니다. 하늘 영광을 버리고 떠나셨습니다. 자기의 의지를 하나님의 의지에 항복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당하는 삶을 사셨고 그리고 자기의 생명을 스스로 버리시는 대속의 죽음을 죽으셨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배들 중에 떠남과 버림과 항복의 삶을 산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성 프랜시스였습니다. 프랜시스는 떠남과 버림과 항복과 청빈과 약함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재산도 평안한 삶도 세상의 향락도 학문도 아버지로부터의 상속권도 아버지도 모두 버린 채 한 평생 가난과 청빈과 약함의 삶을 살았습니다. 한경직 목사님도 장기려 박사님도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떠남과 버림과 항복과 약함의 삶을 사셨고 무소유로 가난하게 청빈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교회 역사에 나타난 자기 부정의 역사/이중표의 ‘별세론’을 중심으로” 라는 주어진 제목으로 간단하게 발표를 하려고 합니다.
우선 교회의 머리가 되시고 교회 역사의 시작이 되시는 예수님이야말로 자기 부정의 삶을 사셨고 자기 부정의 죽음을 죽으셨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하나님 되심을 부정하시고 자신의 신적 권위와 신적 권능과 신적 생명까지 모두 부정하셨습니다. 그리고 종의 형체와 사람의 모양을 지니며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습니다(빌2:7,8). 이와 같은 자기 부정은 사람들은 물론 천사들까지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하고 모순되고 어리석어 보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같은 자기 부정이 인류를 구원하시는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님의 모습이었고 하나님과 예수님을 발자취를 따르는 참된 제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예수님은 자기를 따르려고 하는 주님의 제자들은 반드시 자기를 부정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마16:24). 자기를 부정하고 부인하되 자기 생명까지 부정하고 부인하여야 한다고 말씀했습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존하리라”(요12:24,25).
그 다음 사도중의 사도이며 이방의 사도로 교회를 가장 많이 세운 사도 바울이야말로 자기 부정의 삶을 살고 자기 부정의 죽음을 죽은 사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전에는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대단한 신뢰와 대단한 자부심을 지니고 살던 극히 인간적이고 극히 세속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아무 흠이 없는 의인이라고 자처하던 극히 오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전의 자기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나도 육체를 신뢰할만하니 만일 누구든지 다른 이가 육체를 신뢰할 것이 있는 줄로 생각하면 나는 더욱 그러하리니 내가 팔일 만에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의 족속이요 베냐민의 지파요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요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요 열심으로는 교회를 핍박하고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로라”(빌2:4-6). 그러나 다메섹 도상에서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을 만난 이후부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사도 바울의 관점은 완전히 바뀌어졌습니다. 사도 바울처럼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부정한 사람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자기 자신을 미화하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묘사할 때는 부정적이고 멸시적이고 혐오스러운 표현들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What a wretched man I am!)(롬7:24). “나는 육신에 속하여 죄 아래 팔렸도다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노라 그러므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이것이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 7:14•18•21•24). “죄인 중의 내가 괴수니라”(딤전1:15). 결국 사도 바울은 자기 생명에 대한 애착도 철저하게 부정했습니다. 그에게는 건강도 장수도 아무 의미가 없었고 속히 죽어서 세상을 떠나기를 소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담대하여 원하는 바는 차라리 몸을 떠나 주와 함께 거하는 그것이라”(고후5:8). “내가 그 두 사이에 끼였으니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을 욕망을 가진 이것이 더욱 좋으나”(빌1:23). 또한 사도 바울처럼 세상을 철저하게 부정한 사람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세상과 민족과 가문과 교육과 종교적 전통에 대한 묘사도 모두 부정적이었습니다. 이전에 유익하던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해로운 것으로 그리고 배설물로 여긴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빌3:7,8). 이전에 신뢰하고 자부하고 유익하다고 생각하던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해로운 것으로 그리고 배설물로 즉 똥으로 여긴다고 고백한 사도 바울이야말로 자기 부정과 세상 부정의 선구자였다고 하겠습니다.
그 다음 평화의 사도 성 프랜시스야말로 자기 부정의 삶을 살고 자기 부정의 죽음을 죽은 성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랜시스는 버림과 청빈의 삶을 살았습니다. 프랜시스는 1182년 2월 이태리 앗씨시의 부유한 포목상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는 재산도 평안한 삶도 세상의 향락도 아버지로부터의 상속권도 모두 버린 채 한 평생 가난과 청빈의 삶을 살았습니다. 프랜시스가 21세 되던 해 어느 동굴 속에 들어가서 깊은 명상과 기도에 빠졌는데 그 때 그리스도를 깊이 만나 자기를 헌신했고 세상의 것을 모두 포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예수님의 말씀을 붙잡고 그 말씀대로 살려고 했습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마16:24). “네가 온전하고자 할 찐대 가서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 그리고 와서 나를 좇으라”(마19:21). 프랜시스는 두 벌 옷을 가지지 않고 신을 신지 않고 맨발로 걸어 다니며 한 평생을 살았습니다. 프랜시스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포기했고 세상의 향락도 포기했고 아버지의 유산과 상속권을 포기했고 아버지 자신까지도 포기했습니다. 프랜시스는 버림과 청빈을 그를 따르는 형제들의 삶의 첫째 규칙으로 삼았습니다. “누구나 자기 소유를 포기하는 사람은 형제단에 들어 올 수 있다. 거친 수도복 외에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못한다. 불의한 재물을 버려야 한다. 남을 헐뜯고 미워하는 악마의 마음을 버려야 한다. 세상을 즐기는 쾌락을 버려야 한다. 사람을 속이는 거짓을 버려야 한다.” 프랜시스는 자기는 가난이라는 이름의 여인과 결혼했다고 선언하며 절대 청빈과 완전 무소유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심지어 지식과 학문도 버렸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날 지식과 학문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나도 한 때는 책을 모아보고 싶은 유혹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형제들이여, 명심하여 들으십시오.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때문에 스스로 무식하게 되는 사람이 진정 행복합니다. 지식처럼 사람을 교만하게 만드는 것이 없고, 지식처럼 사람의 정신을 흐트러 놓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프랜시스는 자신과 세상의 안일과 평안을 버리며 부정하되 가난과 고통 자체가 되면서까지 자신과 세상의 안일과 부요함을 버리며 부정했습니다. 그는 우주와 모든 것을 사랑했는데 고통과 죽음까지도 사랑했습니다. “나는 가난이란 이름의 여인과 결혼했습니다. 비애는 나의 자매이고 고통과 죽음도 나의 자매입니다.” 그는 가난과 고통을 사랑하는데 그치지 않았고 가난과 고통 자체가 되었습니다. 가난하고 고통스럽게 살았고 가난하고 고통스럽게 죽었습니다. 주님을 너무 사랑했고 주님의 삶을 문자 그대로 닮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가난을 옷으로 삼고 고난을 양식으로 삼아야겠습니다.” 물론 그가 고행 자체를 예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랑이 궁극적인 동기와 목적이었습니다. “꼭 필요한 것은 고행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프랜시스가 가난과 고통을 사랑한 근본적인 이유는 주님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었고 가난한 사람들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2년은 주님께서 지니셨던 고통과 비슷한 극심한 고통을 몸과 영혼에 지니고 살다가 고통스럽게 죽었습니다. 그의 눈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몸과 영혼의 고통은 극심해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무한한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는 1226년 10월 3일 4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주님 품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는 주님이 벌거벗은 몸으로 죽으셨던 것처럼 자기도 벌거벗은 몸으로 죽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형제들이 그에게서 옷들을 모두 벗겨내고 그를 맨 땅 위에 뉘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형제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을 전하고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마지막 말을 하고서 눈을 감았습니다. “오, 나의 자매 죽음이여.” 주님을 너무 사랑했고 주님 닮기를 너무 소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평화의 사도 성 프랜시스야말로 자기 부정의 삶을 살고 자기 부정의 죽음을 죽은 최고의 성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님이야말로 자기 부정의 삶을 살고 자기 부정의 죽음을 죽은 성자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손양원 목사님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순수한 믿음과 사랑과 소망의 유산을 물려 받아 자신과 세상에 대한 애착을 모두 벗어버리고 자기 부정과 세상 부정의 삶을 살면서 주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생명을 다 쏟아 바친 긍휼과 용서와 사랑의 성자였습니다. 손양원 전도사는 1939년 7월에 평양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상도 사람으로서 전라도 여수에 있는 나병원 교회인 애양원 교회에 전도사로 부임해서 사랑과 정성을 쏟으며 나환자들을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기 몸의 건강은 전혀 돌아보지 않고 나환자들의 환부를 손과 입으로 만지고 빨면서 나환자들을 지극한 사랑으로 돌아보았습니다. 손양원 전도사는 또한 신사참배를 반대했기 때문에 1940년 9월 일경들에 의해 체포되어 여수 경찰서, 광주 형무소, 경성 구치소, 청주 구치소 등에서 8. 15 해방까지 5년 간의 옥고를 치르며 갖은 고문을 다 당했으나 주님을 향한 일편 단심의 믿음과 사랑을 결코 버리지 않았습니다. 손양원 전도사가 1940년 9월 일경들에게 끌려 갈 때 그의 부친 손종일 장로님이 아들에게 준 성구는 손양원 전도사의 자기 부정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쳤는데 그 성구는 바로 마10:37-39이었습니다. “아비나 어미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니라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마10:37-39). 손양원 전도사는 1945년 8월 해방 후 다시 애양원 교회로 돌아와 그의 남은 생애를 애양원 나환자들과 동고동락하며 그들에게 모든 정성과 사랑을 쏟아 부었습니다.
손양원 목사님은 (1946년 3월 목사 안수 받음) 1947년 경 부산 초량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던 중 앞 못 보던 어느 여신도가 눈을 뜨게 되었다고 소리를 지르자 시끄러우니 조용하라고 타이르며 눈을 뜨게 된 것이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손양원 목사님은 자기를 나타내는 것을 완전히 부정했습니다. 1948년 10월 여수 순천 반란 사건 때 손양원 목사님은 자기의 두 아들을 총살한 공산당 안재선을 긍휼과 용서와 사랑으로 끌어 안아 자신의 양아들로 삼기도 했습니다. 1949년경 서울 남대문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할 때 교회가 내건 현수막을 걷어치우지 않으면 집회를 인도하지 않겠다고 말한 일도 있었는데 그 현수막에는 “세계적인 성자 손양원 목사”라는 글귀가 써 있었다고 합니다. 손양원 목사님은 자기를 나타내는 것을 완전히 부정했습니다. 1950년 6월 25일 6.25 전쟁이 일어나자 애양원 식구들이 1950년 7월경 손 목사님과 가족이 부산으로 피난을 갈 수 있도록 배 한 척을 마련했습니다. 손 목사님의 짐을 다 배에 실었습니다. 부흥 집회에서 돌아온 손 목사님은 그 사실을 알고 자기는 피난을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마지막까지 애양원의 나환자들과 함께 남아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배에 올라 피난을 가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은 자기들도 다 손 목사님과 함께 애양원에 남아 있겠다고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짐을 다시 내려 놓았습니다. 손 목사님은 자기와 가족들의 평안을 모두 부정하고 오직 나환자들을 사랑하며 그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손양원 목사님의 삶은 자신이나 가족이나 세상의 부귀영화와는 전혀 관심이 없는 오직 천국과 종말신앙에 의해 지배된 소망의 삶이었습니다. 그의 가슴과 의지와 시선은 세상이나 세상의 안일에 매이지 않았고 오직 천국과 내세에 붙잡혀 있었습니다. 손양원 목사님은 이 세상의 재물이나 평안이나 명예에는 티끌만큼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난을 애처로 삼고 고난을 선생으로” 삼으며 천국을 바라보면서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손양원 목사님은 옥중 생활을 하면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손수 지은 "주님 고대가"를 불렀습니다. 그 가사를 보면 그가 얼마나 간절히 재림의 소망 가운데 살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낮에나 밤에나 눈물 머금고, 내 주님 오시기만 고대합니다……” 그의 딸 손동희 권사님은 손양원 목사님의 천국 신앙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아버지는 하늘 나라의 복음을 전할 뿐, 현세의 안락과 풍요를 약속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가끔 안수 기도를 해 달라고 찾아오는 병자가 있었지만, 아버지는 특별히 병 고침을 위한 안수기도를 한 적이 없다. ‘나는 영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육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병들면 어떻습니까? 병신이면 또 어떻습니까? 잠깐인 나그네 세상에서 병신으로 살다가 천국 가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다구요.’ 이런 말로 병자를 돌려보낼 뿐이다. 나병환자들과 평생을 같이 보내며 그들을 사랑으로 돌보았지만, 그들의 병든 상태를 나쁘다거나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지 않았다.”
손양원 목사님은 결국 1950년 9월 13일 공산군에게 체포되어 2주일간 온갖 수모를 다 당하고 9월 28일 밤 11시쯤 미평 과수원에서 총살당하여 48세에 순교했습니다. 손양원 목사님은 공산군에게 끌려가기 전 애양원 나환자들에게 철야기도와 금식기도를 하게 하면서 다음과 같은 고백과 권면을 했다고 합니다. “첫째도 순교요, 둘째도 순교요, 셋째도 순교입니다. 순교를 각오하십시오. 때가 왔으니 잘 살려고 노력하지 말고 잘 죽기를 원하십시오.” 손 목사님은 자기의 생에 대한 애착은 이미 오래 전에 부정했습니다. 소위 원수들에게 대한 미움도 전혀 품지 않았습니다. 손 목사님은 평소 공산당이니 좌익이니 따위의 말씀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그의 딸이 증언했습니다. 손 목사님은 자기를 죽이려는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총 개머리 판으로 입을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저들을 용서해달라는 기도를 하나님께 간절히 드리면서 그가 그렇게도 사모하던 하늘 나라로 갔습니다. 이튿날 아침 남편의 순교 소식을 접한 정양순 사모는 남편의 시신 앞에서 지난 밤에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서 비통해 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오! 당신 소원대로 됐군요. 평소 주기철 목사님을 그렇게도 부러워했는데.... 하나님, 감사합니다. 평생 동안 주의 일을 하게 하시고, 손양원 목사가 소원하던 순교를 허락해 주신 은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손양원 목사님과 정양순 사모님이야말로 자신과 세상에 대한 애착은 모두 부정하고 오직 주님과 이웃과 원수만을 사랑한 이 시대의 사랑의 성자였다고 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개신교 선교의 선구자 유스티니안 벨츠와 한경직 목사님과 장기려 박사님과 이중표 목사님의 자기 부정의 삶과 자기 부정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따르는 참 제자의 삶은 자기와 세상을 부정하고 십자가를 지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마16:24). 주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던 제자 사도 요한도 이렇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치 말라”(요일2:15). “하나님 아버지! 세속화와 인간화의 거센 물결에 휩싸여 세상과 자신에 미쳐서 살아가는 부족하고 부끄러운 우리들로 하여금 십자가의 주님과 주님의 신실한 제자들이 걸어갔던 자기 부정의 삶을 조금이라도 살게 하시고 주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삶을 조금이라도 살게 하시고 그리고 그렇게 죽게 하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우리도 자기 부정의 제물 되는 삶을 살다가 자기 부정의 제물 되는 죽음을 죽게 하시옵소서!” 제가 2004년 10월 18일에 썼던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므로 발표를 마무리 합니다. “사랑하는 이중표 목사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세상에 파묻혀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님과 십자가와 천국을 밝히 보여주십시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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