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열린문교회 담임목사. 시인. 수필가. 생명평화전북기독인연대 공동대표. 전북학복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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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복음과 상황》(발행인 : 이승장, 편집위원장 : 양희송) 2004년 1월호(통권 145호) pp.10-17에 수록된 글입니다. 사진은 생략합니다.
'북한'과 '통일'을 다시 생각한다
이광우_전주열린문교회 담임목사/수필가/시인, '전북학복협' 공동대표
평양, 가깝고도 먼 길
2003년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북)조선그리스도교연맹 중앙위원회(위원장 : 강영섭 목사)의 공식초청을 받아 남북나눔운동 대북지원사업 모니터링 작업과 함께 추가협력방안을 찾기 위해 남측 대표단 단장 홍정길 목사를 비롯하여 필자를 포함한 일곱 명의 남측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였다. 한국전쟁 후 몹시 가슴 아픈 냉전시대를 지나 60년 가까운 분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이 통하고 가슴이 통하는 우리 동족이 사는 땅, 휴전선을 넘어 한 두어 시간 차를 내달리면 닿을 수 있는, 한국의 예루살렘이라 일컬어지던 평양을 찾아가는데 중국 베이징으로 심양으로 돌고 돌면서 애먼 항공료와 숙박비를 엉뚱한 중국에 지불해야만 하는 참으로 속 쓰린 일정이었다. 똑같은 피부색, 비슷한 체구임에도 언어가 다른 탓에 사회주의 중국의 출입국 절차는 어찌나 까다롭게 느껴지던지, 북녘동포들에게 전해 줄 십여 개의 큰 선물상자들과 개인 소지품 가방을 포함해 스무 개 남짓한 짐짝을 한국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평양으로 어렵사리 통관시켜 져 나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한 핏줄인 형제를 섬기는 기쁨으로 그 버거운 일이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을 통해 북측의 입국사증을 받아 베이징공항을 이륙하여 평양으로 들어가던 11월 8일, 옅은 구름 위의 하늘은 퍽 맑았다. 비행 1시간만에 초·중등학교 시절 지도에서만 보았던 압록강 상공을 날며 내려다본 압록의 번득이는 기세는 얼마나 당당하고 의젓하던지, 내 눈길은 비좁은 항공기 유리창 아래로 잠시 환하게 빛나다 서서히 뒤쪽으로 밀리며 아쉽게 졸아드는 압록의 흔적을 하염없이 뒤쫓고 있었다. 이렇듯 큰 감격과 설렘 속에 반세기 넘게 잃어버린 내 조국의 상공에 결국은 다시 들어선 것이다. 마침내, "평양 상공"이라는 북측 고려항공 JS 152기 승조원의 안내방송을 들으며 내려다본 평양 일대의 산하는 이름 그대로 정말 '평평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땅'이었다. 북녘에는 남쪽보다 큰 산맥이 훨씬 많고 그러기에 북녘에는 평야지대가 거의 없으리라 던 오랜 지레짐작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선입견에 지나지 않았는지, 북녘에 머무는 동안 사람들의 부질없는 편견과 아집이 정말 얼마나 소름끼치게 무서운 것인지, 내 생각의 깊이가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음을 느껴야 했다.
주체사상탑을 바라보며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가 그렇듯 평양 거리 역시 예외 없이 어두운 잿빛 분위기다. 순안에 있는 평양 국제공항 청사에 들어서면서부터 실내가 어둡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분위기는 평양시내에 들어서서도 여전했다. 우리가 머문 양각도 국제호텔 로비도 꼭 필요한 곳 외에는 전등이 켜져 있지 않아 처음 들어서는 순간 몹시 어둡게 느껴졌다. 북녘 형제들이 자랑하는 인민대학습당 도서실에서도 낮에는 대부분의 실내등을 꺼 두어서 학생들은 햇빛이 비쳐드는 창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부하고 있었다. 평양 지하철의 실내도 마찬가지다. 밤에 숙소인 양각도 호텔에서 평양 시내 전체를 내려다보게 되었는데, 네온사인이 없어서 그런지 서울의 야경처럼 요란하게 밝지는 않았다. 대도시에서도 주택가에 시간제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보아 북한의 전력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대동강변에 세워진 170m 높이의 거대한 주체사상탑만큼은 밤늦게까지도 횃불처럼 밝게 빛이 났다. 그 주체사상탑 하단부 옆면에 300톤 무게의 통돌에 12연의 주체사상 찬양시가 새겨져 있는데, 찬양시에서 주체사상의 핵심을 요약해 놓은 핵심구절을 잠시 인용한다.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사람/가장 힘있는 존재도 사람/사람이 세계의 주인 자기 운명의 주인임을/인류에게 밝혀 주신/주체의 위대한 태양 김일성 동지!//"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주체사상의 기초입니다."//아! 인류해방의 장엄한 선언/인민대중을 세계의 지배자/미래의 창조자로 내세운/사람중심의 위대한 세계관/영원한 생명의 빛발이여(이하 생략)"
1986년 이후 '강철 서신'을 쓰면서 10만 주사파의 대부로 활동했던 김영환이 1999년에 전향하면서, "북한의 주체사상은 황장엽씨가 만든 주체 철학에다가 민족주의와 마르크스 레닌주의 사상이론, 수령론 등을 합쳐 만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에 의하면 주체 철학의 핵심은 위 인용시에서 보듯이 철저한 '인본주의'다. 그러므로 이 이론에 충실하기로 하면 사실 프롤레타리아 독재도 비판의 대상이어야 한다. 밤하늘에 환하게 밝혀진 붉은 빛 주체사상탑을 양각도 호텔에서 바라보면서, 삼천리 구석구석에 하나님의 '주권'이 회복됨으로써 이 땅에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이 참된 영적인 해방의 날을 단 하루라도 속히 맞기를 한없이 기도했다.
묘향산 가는 길, 한적한 향산고속도로
평양 봉수교회에서의 감격스런 주일예배를 마치고 김일성 주석의 고향집 만경대, 칠골교회 등을 돌아본 우리 일행은 함경도 자강도 평안북도의 3도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묘향산으로 가는 길에 향산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묘향산 가는 길에 신명철 장로(남북나눔운동 사무국장)께서 귀띔해 주시기를 북한의 고속도로는 평양을 중심으로 크게 십자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한다. 평양 남포, 평양 원산, 평양 향산, 평양 개성의 4개 고속도로망이 그것인데, 그 가운데서도 평양 향산간 고속도로가 가장 우수한 노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녘의 고속도로와 달리 북녘의 왕복 4차선 고속도로는 참으로 한적하기 그지없다. 한적한 평양 시내와 마찬가지로 대낮에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 그런지 친절하기 그지없는 북조선 그리스도교 연맹 형제들은 남쪽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한 '교통 체증'이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한적한 고속도로 상황으로 미루어 대체로 사회간접자본이 많이 부족하고, 물류체계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물류체계와 마찬가지로 일반인의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정보통신망 역시 통일 후 상당히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사라져 가는 한 세대
국제친선관람관이 있는 묘향산 근처에서 십 여명의 인민군 병사들이 근무 교대를 위해 줄을 지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현재 북한에서는 군대에 입대할 수 있는 기준신장을 최근 154cm에서 150cm로 좀더 낮추었다고 들었는데 북녘 병사들의 체격으로 보아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목격한 북녘의 40-50대 기성세대들은 그렇게 작아 보이지 않았다. 서구화된 신세대들의 체격이 기성세대보다 훨씬 큰 남쪽과 달리, 북녘에서는 70년대 이후 태어난 신세대가 춥고 배고프던 필자의 어린 시절처럼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중요한 모니터링 대상이었던 북한유아원을 북한 당국이 끝끝내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 속 쓰린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시간이 흐른 후 남북한의 현재 20대들이 서로 만날 때 체격 차이 때문에 어쩌면 서로에게 깊은 이질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몹시 두려운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힘찬 찬양에서 느껴지는 신앙의 맥
방북기간 동안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그리고 순안 지역의 가정교회를 둘러보았다. 가는 곳마다 한 가지 느낀 것은 북쪽에 있는 분들이 찬양을 참 좋아하며 또 아주 잘한다는 것이다. 찬양을 비교적 잘 한다 하는 목사 장로로 구성된 우리 일행이 불렀던 특송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봉수교회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힘차게 찬양하는 소리를 듣고 어떤 식으로든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도 신앙의 맥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심양 모란관에서 만난 북한 처녀
우리는 가정교회를 둘러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방북 일정을 마치고 다시 중국 심양으로 향했다. 꿈에 그리던 북녘 하늘 밑에서 동포들을 만났지만 북녘에서의 4박 5일이라는 시간은 서로의 가슴에 막힌 무엇인가를 뚫어내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똑같은 사회주의 국가인데도 개방에 성공한 중국 심양에 다시 돌아와서 맛보는 상쾌하고 자유로운 공기가 은근히 안타깝게 느껴졌다. 심양에 들르거든 반드시 모란관에 들러보라는 중국에 정통한 어느 선교사님의 조언(?)이 생각나서 우리 일행은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밤에 심양의 모란관에 들러 저녁식사를 하였다.
중국 주요 도시에 세워져 있는 모란관은 중국의 자본과 북한의 인력이 결합되어 세워진 유흥음식점인데, 북한의 인력은 물론 예술(춤과 노래)에 능한 북한 처녀들이다. 여기서는 라이브 무대가 딸린 실내에서 음식과 술을 들며 시간 시간 북한 처녀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필자의 작은 딸(18세) 아이 정도 되는 북한의 처녀들이 예쁜 한복에 가슴에는 김일성 주석 초상이 새겨진 배지를 달고 여종업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이 처녀들은 대부분이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비슷한 수준의 평양음악무용학교 출신들이다. 남한에 태어났다면 세계 유수한 예술학교에 유학도 갈 수 있는 실력을 지닌 대단한 예술 꿈나무들이다. 그들이 모란관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 왜 그 선교사님이 이곳을 꼭 둘러보아야만 한다고 말씀하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 가요, 중국 가요, 한국 가요 끝에 열정적인 김일성 찬가가 끝나자마자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주머니에서 약간 구겨진 편지 봉투 하나를 내밀며 겉면에 노래가사를 좀 적어 달라고 하였다. 그 아이는 구겨진 종이에 예쁘게 가사를 적어 내려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간 중간에 이름 석자 들어갈 만한 공백을 남겨두었기에, 궁금해서 "왜 가사 중간 중간에 글을 쓰지 않고 놔두었는가, 거기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가?"라고 묻자 약간 퉁명스럽게 "어떻게 위대하신 수령님 존함을 이 찢어진 종이에 쓸 수 있습네까?"하며 쏘아 부친다. 큰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사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아무 생각 없이 거룩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가. 꿈 많은 소녀가 조국의 부름을 받아 부모를 떠나 이국 땅 유흥업소에 와서 일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고, 아직 어리광을 부리며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할 앳띤 소녀의 입에서 철저히 이념화된 발언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현실, 너무 많이 무너져버린 '민족동질성'에 너무 속이 상했다. 그들이 부른 김일성 찬가가 하나님을 향한 찬양이 되길 마음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있다.
등 돌린 채 너무 멀리 달려온 남과 북
실내등은 아낄지라도 주체사상탑의 불빛만큼은 밝혀야만 하는 북한의 모습을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북한 당국이 허약한 경제 기반 위에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몸부림의 결과로 앳된 어린 소녀의 입에서도 거침없이 체제의 자존심을 세우는 말과 행동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휴전선 너머 북녘 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황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남녘에서는 물신숭배풍조의 영향 아래 어느 듯 자본(돈)과 향락이 무서운 왕이 되어버렸다. 이 자본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래서 자유 경쟁 시장 원리를 통해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던 이들은 자본의 권력으로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을 무참히 소외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정치판에서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검은 돈이 흘러 다니고 있음에도, 가난한 내 동족을 돕기 위해 북한에 4억 달러의 돈을 지원한 일로 줄줄이 감옥에 가고 이 대북 사업에 깊숙이 관계했던 재벌의 총수가 투신자살하는 게 또 어쩔 수 없는 우리 현실이다. 지난 60년 동안 남북 모두 다른 방향으로 너무 멀리 내달렸다. 통일을 다소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필자는 이번 방북으로 마치 깊은 꿈(이상)에서 조금씩 깨어나는 느낌을 받고 있다.
다른 해법이 있는가?
깊은 꿈에서 깨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와 분단된 역사 앞에 선 우리가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어떤 이들은 "북진 통일이라도 해서 북한의 민주화를 이루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이념과 체제를 떠나서 우리에게는 딱 한 가지 해법밖에 없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 평화적인 통일을 원한다면, 우리 남한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존중하고 그들이 중국식 사회주의 개방정책을 선택하도록 힘껏 도와야 하며, 북한 역시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함과 동시에 자본주의의 폐해인 인간 소외 문제를 해결하도록 남쪽을 성의껏 도와야 한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하는 것이다.
남한은 조건 없이 남는 전기를 북녘에 보내줌과 동시에 북한의 사회기간산업이 속히 재건되도록 도와야 한다. 양체제 양정부, 이른 바 남북연합단계에서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정도 시간을 두고 민간교류를 활발히 하면서 막혔던 사상과 이념의 간극을 좁히고 무너져버린 민족동질성을 서서히 회복시켜 자주적 평화통일의 토대를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맺어진 휴전협정을 정전협정으로 속히 바꿔야만 한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 이렇게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면 그 때 가서 그 신뢰를 바탕으로 1민족 1국가도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때쯤 되면 유럽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듯 한반도에도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남과 북이 상호 공존할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이를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참으로 멀고도 험한 길이다.
누가 이 일을 할 것인가?
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누가 이룰 것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소망을 찾을 수 있을까? 함께 방북했던 일행이 내린 결론은, 오직 하나님께만 소망이 있으며 하나님께서 쓰시는 교회에만 소망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한국교회가 남한 내 부질없는 이념 논쟁을 종결시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정치가들이야 자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해묵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끝끝내 사용한다 하더라도, 역사의 주인이 하나님임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거기에 함부로 장단을 맞춰서는 안 된다. 이제 남과 북이 이념 논쟁을 하기 전에 인도적 차원에서 서로 지원하고 지원 받음으로써 형제애를 강화하는 연습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통일은 누군가의 희생이 수반되는 일이기에 예수님의 희생을 영혼 깊숙이 경험한 한국교회 기독교인들 외에는 이 일을 주도적으로 감당할 기관이 없다는 홍정길 목사의 지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기에, 민족 통일 문제를 놓고 갈라서서 서로 자기 주장을 했던 한국교회가 이제는 조국통일을 위해 속히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이제 더 이상 이념 논쟁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사실 북한도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중국의 개방형 사회주의를 지켜보며 알게 모르게 조금씩 개방의 문을 넓혀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며, 남한 역시 지난 60년 동안 자본주의의 폐해를 깊이 인식하고 사회주의 성격이 강한 사회보장복지 제도를 대대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북이 갈라선 후 60년이 흐른 이 시점에서 남과 북 갈등의 골도 깊었지만 그 세월 속에 서로의 체제와 이념이 지닌 한계도 서로가 명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분단 60년 세월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 오랜 학습의 결과로, 이념 논쟁은 남북관계에서나 남남관계에서나 이제는 별 의미도 없고 예전처럼 힘을 쓸 수도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주의가 우월한가? 자본주의가 우월한가?"를 따지기 전에 어떻게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어 현실적으로 서로 잘 살 수 있는가를 모색해야 한다. 이 경제적인 현실 문제 앞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모두 다 수정될 필요가 있다. 남북통일을 함부로 이데올로기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 한 알의 밀 알이여!
평양 땅을 밟으면서, 우리 조국의 오랜 아픔과, 무언가를 자꾸만 감추고 싶어하는 북녘 형제들의 속 쓰린 속내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하나님께 감사한다. 아무튼, 부질없는 이데올로기의 망령을 이제 그만 훌훌 털고 어떻게든 민간차원의 남북교류와 화해의 흐름이 훨씬 더 커지기를 바랄 뿐이다. 복음 안에서의 평화적이고 자주적인 민족통일의 대업이 오직 우리 하나님께서만 하실 수 있는 일이라면, 이 일은 결국 오직 주 예수님의 몸 된 교회만이 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남과 북의 내 조국교회가 하나님의 사랑을 조건 없이 먼저 나눔으로, 민족화해와 평화적인 조국통일의 기름진 밀알이 되기를 희망하고 또 희망한다.
[겔 37:16-17] 16인자야 너는 막대기 하나를 취하여 그 위에 유다와 그 짝 이스라엘 자손이라 쓰고 또 다른 막대기 하나를 취하여 그 위에 에브라임의 막대기 곧 요셉과 그 짝 이스라엘 온 족속이라 쓰고 17그 막대기들을 서로 연합하여 하나가 되게 하라 네 손에서 둘이 하나가 되리라.
[롬 9:1-3] 1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참말을 하고 거짓말을 아니하노라 내게 큰 근심이 있는 것과 마음에 그치지 않는 고통이 있는 것을 내 양심이 성령 안에서 나로 더불어 증거하노니, 2(1절에 포함되어 있음) 3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
soli Deo gloria!
필자소개: 이광우 목사(수필가/시인)는 <전주열린문교회>를 담임하고 있고, <전북학복협> 공동대표이다. <기독연대> 공동대표로 새만금 개발이 갖는 환경파괴의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였는가 하면, <한국누가회(CMF)> 학원사역간사로 대학생들에게는 좋은 성경 강해자이자 복음전도자로 알려져 있다. 저서로 <일어나라 함께 가자: 마가복음강해>(예영) 및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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