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리더십훈련 전문가 스티븐 코비 박사의 이론을 바탕으로 세워진 시민리더십학교 국제인증과정에서 훈련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장들과 임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과정이어서, 저는 생명평화전북기독인연대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훈련에 참가하였습니다. “주도적이 되라, 끝을 생각한 다음 시작하라, 소중한 것부터 먼저 하라, 상호 이익을 도모하라, 이해한 다음 이해시켜라, 시너지를 활용하라, 끊임없이 훈련하라”는 일곱 가지 리더십 기본원칙을 배우고, 그것을 실제 삶에 적용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익히는 매우 유익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늘 분주한 목회 현장을 잠시 떠나 시민사회운동 각 분야의 지도자들과 마음을 열고 교제하는 중에 저 자신을 좀더 깊이 되돌아보며 안목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복된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훈련 과정에, 자기 인생의 대헌장이라 할 수 있는 ‘개인사명서’를 작성하는 단계가 있었습니다. 그 ‘개인사명서’를 작성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강사께서 몇 가지 항목을 먼저 생각해 보도록 주문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자신이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등등, 곧 자기 인생에서 얻고자 하는 결과, 인생의 공헌과 성취 목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 인생에서 남기고 싶은 유산 등등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각자 제 손으로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써 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는데, 막상 써 놓고 보니 뜻밖에도 제 삶을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살펴 볼 수 있어서 아주 유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훈련을 인도하는 강사를 통해 19세기 스웨덴이 배출한 세계적인 화학자이자 실업가인 알프레드 노벨이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노벨상을 제정한 배경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노벨의 형이 죽었는데, 언론사의 착오로 그만 알프레드 노벨이 사망한 것처럼 1면 톱기사로 보도되고 만 것입니다.
“알프레드 노벨 사망하다.
죽음의 사업가,
파괴의 발명가,
다이너마이트의 제왕이 죽다.”
그야말로 특급 오보였지만, 자기 사망보도 기사들의 몹시 부정적인 제목을 보고 노벨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평화주의자로서, 자신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로 작은 전쟁을 끝내고 세계 평화를 앞당길 수 있으리라는 큰 희망으로 실험과정에서의 실수로 안타깝게도 자기 동생까지 죽는 아픔을 겪으며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면서까지 폭약 연구에 몰두했던 노벨은 그 일로 큰 충격을 받아 자신의 사후에 어떻게든 선한 흔적을 남기기 위해 평생 노력했고 마침내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노벨상을 제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5분 뒤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일 일에 관한 한, 눈 먼 듯이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들꽃 같고 아침 안개 같은 짧은 인생, 자신의 ‘묘비명’을 한 번 직접 만들어 보며 단 한 번뿐인 내 삶의 마지막을 진지하게 준비하는 일, 참으로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짬을 내어, 한 번쯤 자신의 ‘묘비명’을 손수 만들어 보며 분주한 삶의 물꼬를 좀더 선한 방향으로 간추려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2004. 6. 28.)
* CBS 라디오 에세이(2004. 6. 21. 밤 11:55 방송) 원고
* 이광우 목사의 라디오 에세이 : 매주 월요일 밤 11: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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