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 싶은 사람’은 곳곳에 많아도 마음 속 깊이 ‘존경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저절로 훈훈해지고 넉넉해지는 사람, 그래서 사람들 앞에 자랑하고 싶은 사람을 찾기 힘든 세상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제 마음 속에 정말 존경하는 분이 하나 생겼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마음 속에 들어와서 저를 사로잡고 저를 감동시킨 분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 분은...... 10년 넘게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청소부 아저씨입니다.
수백 세대가 모여 사는 고층아파트에서 날마다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 더미가 만만치 않은데, 그 아저씨께서 우리 아파트에 오신 후로 어수선하던 아파트 전체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쾌적해졌습니다. 작달막한 키에 아주 작은 몸집, 까무잡잡한 피부, 약간 우스꽝스런 몸놀림으로 종종걸음을 걷는 모습이 처음엔 몹시 촌스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은 뙤약볕 아래서, 또 어느 날은 소낙비를 맞으며, 어떤 때는 흰 눈이 수북히 덮인 눈 더미를 헤치면서 참으로 부지런히 그리고 성실하게 냄새나는 쓰레기 더미를 치우며 열심히 일하시는 아저씨 덕분에 저희 아파트는 참 살기 좋은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쓰레기를 정성껏 재분류하여 아파트 한쪽 공터에 재활용품을 정갈하게 쌓아 놓는 아저씨를 볼 때마다 제 마음 속에 깊은 감동이 솟구쳤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섬기는 일이 참 아름답고, 그 일을 즐거움으로 열심히 하는 이들의 땀내 나는 뒷모습은 더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그 아저씨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많이 배우신 분이 아니고, 사회적인 명망가가 아닌데도 저는 그 분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게으른 소가 멍에 부러뜨린다’는 속담처럼, 맡겨진 일을 의무감에서 마지못해 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보다 답답한 일은 없습니다. 영어 시간에 국어 공부하고, 국어시간에는 수학을 공부하려고 덤비다가 공부를 망치는 학생들처럼, 정작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엉뚱한 일에 한 눈을 팔면 결과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도 힘들고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도 몹시 답답합니다. 그러므로, 밥을 먹을 때는 밥을 열심히 먹고, 화장실에 가서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아랫배에 힘을 잔뜩 준 채 열심히 볼 일을 봐야 합니다.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열심히 쉬어야 합니다. 비록 궂은 일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을 섬기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되, 주어진 일을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이들의 땀에 젖은 뒷모습보다 감동적인 것은 없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보다 즐겁고 행복한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 속에 존경하는 분이 없습니까? 그런 분이 아직 없다면, 크건 작건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일에 땀흘려 최선을 다하는 감동적인 뒷모습을 보여줌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도록 하십시오. 그 일은, 우리 청소부 아저씨처럼, 많이 못 배우고, 빛나는 명함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으로 정말 존경하는 청소부 아저씨가 곁에 계셔서 저는 참 행복합니다.
(전도서 3:22) 사람이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나니 이는 그의 분복이라
* CBS [라디오 에세이](2004. 05. 17. 밤 11:55, 방송 원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