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7월 16일 플루토늄 239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한 미국은 그것을 우라늄 235 폭탄과 함께 즉시 실전 배치했습니다. 약 2주일 후인 1945년 8월 6일 새벽 미국은, B-29 전폭기로 일본의 군사도시 히로시마에 TNT 약 1만 5천 톤 급의 우라늄 235 폭탄을 투하했고 다시 3일 뒤 나가사키에 약 2만 2천 톤 급의 플루토늄 239 핵폭탄을 투하했습니다. 졸지에 미국의 핵실험장이 되어버린 히로시마 상공 570미터에서 원자폭탄이 공중 폭발함으로써, 폭심에서 반경 2Km 이내의 모든 생명체가 섬광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약 34만 3천 명의 주민이 살고 있던 히로시마에서만 20만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7만 명이 죽고 13만 명이 부상당했습니다. 가옥 7만 5천 호가 파괴되고 1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나왔습니다. 원폭이 투하된 지 60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사능 피폭의 후유증으로 대를 이어 고통 당하는 이들이 숱하게 많습니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앞바다에서 발생하여 거대한 해일을 일으킨 해저 대지진은 리히터 규모로 진도 9.0의 초대형 강진이었습니다. 이번 지진은 1995년에 일본 고베 지방을 초토화시킨 진도 6.9의 지진보다 1,600배나 강한 것으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250만 개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과 똑같은 위력으로 수마트라 섬의 위치를 지도상에서 약 36m나 아래쪽으로 바꿔 버릴 정도로 강했습니다. 2004년 12월 말까지 대충 집계된 피해는, 사망자 약 8만 명, 이재민 약 1백만 명 정도인데, 이번 지진과 해일의 후유증으로 발생할 각종 수인성 질병과 전염병에 희생될 사람들까지 포함한다면 그 피해 규모를 정확히 짚어내기조차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번 지진으로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까지 약간 변했습니다. 인도양 아래 지각 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겹쳐 끼워짐으로써 지구의 반지름이 약간 줄어들고, 그로 인해 지구의 자전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게 되었습니다.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가 변함으로써 지구의 계절 변화 주기와 생태계에 심각한 변화를 일으키고, 앞으로는 지진이 좀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지질학자들이 많습니다. 생태계의 대혼란 앞에서 우리 인류가 어떤 재앙을 만나게 될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끝없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도록 창조하신 이 땅의 근본 구조까지 함부로 바꾸어가며 여기저기서 무모한 난개발로 환경을 파괴하고, 참혹한 전쟁을 치르느라 숱한 포격과 폭격으로 쉴 새 없이 지구촌 땅덩어리를 뒤흔든 것이 결국 치명적인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런 재앙 속에 생명과 삶의 터전과 사랑하는 이들과 소망을 잃고, 울 기력조차 없이 허둥대는 서남아시아의 형제 자매들에게 어떻게든 신속히 도움의 손길을 펼쳐야만 할 것입니다. 얼마 전 저희 전주열린문교회를 방문했던 국제인권변호사 Elizabeth 자매가 강연 도중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내가 고통 중에 소망 없이 허덕이고 있을 때, 아무도 나를 기억해 주지 않고,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당신의 마음은 과연 어떻겠습니까?” (2005. 1. 10.)
* CBS 라디오 에세이(2005. 1. 10. 밤 11:55 방송) 원고
* 이광우 목사의 CBS 라디오 에세이 : 매주 월요일 밤 11: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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