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름대로 지금까지 파악한 바, 음주론자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술 취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 술 없으면 낭만도 없다.
* 함께 술을 마셔야 가슴을 털어놓을 수 있다.
따라서 정말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면 술을 곁들여야 한다.
*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과는 이야기가 안 통한다(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사회성이 좋다).
* 술자리는 공동체의 "질서"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술은 공동체성을 확인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술을 잘 마셔야 한다.
* 술을 마시지 않고는 참된 인간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 과음하지만 않는다면 한두 잔 정도는 건강에도 좋다.
* 어떤 경우에는 질병 예방효과도 있다.
* 간접세를 많이 내므로 술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애국자다.
* 취하여 주정을 하지만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 집에서 혼자 조용히 마시는 술은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
* 자기 돈 가지고 자기가 술 마시는 데, 함부로 참견해서는 안 된다.
* 술은 어디까지나 기호식품이므로 술 마시는 것을 상관해서는 안 된다.
* 그러므로 술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은 앞뒤가 꽉 막힌 '근본주의자들'이다.
* 성경에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구절이 별로 없다.
* "술 취하지 말라"(엡 5:18)고 했으니 취하지만 않게 적당히 마시면 괜찮다.
* 한국교회에서만 술이 문제가 된다. 선교 1세기가 지난 지금은 좀 자유로워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 근본주의적 시각에서 기독교인들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함으로써, 하찮은 술 문제로 신자들을 고립시키며 부질없는 죄의식으로 갈등하게 만드는 것은 소자를 실족시키는 또 다른 범죄다(막 9:32)……
이제 애주가들의 이런 주장들을 하나씩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술 취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그저 일시적인 현상이거나 단지 그렇게 느낄 뿐, 술 마심으로써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것 아닌가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만 있다면 '마약'을 해도 괜찮습니까?
* 술 없으면 낭만도 없다?
―혹 향락과 낭만을 혼동하는 것 아닌가요? 낭만이 술에 좌우된다면 이미 그것은 참다운 낭만이 될 수 없습니다. 낭만은 '현실과의 거리'가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술을 빙자한 퇴폐적 낭만은, 엄밀히 말해 낭만이라기보다는 '현실도피'에 더 가까운 것입니다. 현실과의 거리감이 낭만을 낳는 것이므로, 참된 낭만은 술에 종속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술을 마시지 않고도 낭만적인 삶을 꾸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 '술 마시는 장소의 야릇한 분위기'를 '술'의 기능으로 착각할 경우, 이런 부질없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 함께 술을 마셔야 가슴을 털어놓을 수 있다. 따라서 정말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면 술을 곁들여야 한다?
―맑은 정신으로는 내놓거나 행동에 옮길 수 없는 이상한 생각이 마음속에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술을 마시고 몽롱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맑은 정신으로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게 사람의 마음이고, 그래서 내 마음 나도 모를 때가 정말 많은데……
*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과는 이야기가 안 통한다(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사회성이 좋다)?
―이야기가 안 통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맨 정신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말이 잘 통할 리는 없을 것입니다. 애주가 여러분, '내 탓'을 '남 탓'으로 돌리는 몰염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으로 계속 '술 안 마시는 사람'을 함부로 공박하려는 그릇된 태도를 고치셔야 합니다. 그나저나, 여기서 말하는 '사회성'이라는 것이 혹 '아부근성'이나 '기회주의적 기질' 혹은 '노련한 처세기술'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요?
* 술자리는 공동체의 "질서"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개의 회식자리가 공동체 구성원의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것임을 저도 인정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그런 모임이 없어서야 어디 사는 맛이 나겠습니까? 그런 모임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모임의 분위기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솔직히 따져 봅시다. 모두다 즐거워야할 회식자리에서 누군가가 술 마시는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것이 과연 공동체의 단합에 도움이 되는지, 술을 마시지 못하거나, 어떤 사정으로 마실 수 없거나, 마시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힘으로 굴복시켜서 술을 마시게 하는 행위가 과연 공동체의 결속을 진정으로 강화시키는 일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술 마시는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면, 그것은, 이미 그 술자리를 불편해하는 누군가가 참석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별로 달갑지 않은 자리임에도 그 자리에 참석해 있다면, 그는 이미 그 공동체의 단합을 중시하는 사람이므로, 음주 여부를 떠나서 그 사람은 격려나 칭찬을 받아야지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의 불편한 입장이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굳이 상대가 들어주기 어려운 조건(음주 강요)을 내세워 그를 곤경에 처하게 하는 비인간적인 행위가 어떻게 공동체의 결속에 보탬이 되는 것인지 애주가들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만 합니다. 혹 손윗 분(선배님)이 건네주는 술잔을 거부하는 행위를 선배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는 우스운(?) 선배가 있다면 그는 형편없는 졸장부입니다. 양식 있고 생각 있는 선배라면, 술 못 마시는 후배가 그 어려운 자리에 와 있을 경우, 선배가 먼저 그를 배려하여 그가 마실 수 있는 음료수를 주문해주어야 하고, 적어도 상대의 인격과 입장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아무리 후배라도 그 후배가 어려워할 요소를 스스로 알아서 제거해 주는 것이 선배다운 처신이 아닐는지요. 오죽 못난 사람이 술좌석에서 후배에게 강제로 먹기 싫은 술을 먹이는 것으로 선배의 권위를 행사하려 들겠습니까? 그런 정도의 선배라면 선배라고 할 필요도 없을 것이므로 단호히 그 술잔을 거부해야 합니다. 정히나 권하면 그 선배님 앞에 머리를 숙이고 이렇게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예수 믿는 사람입니다. 제 의식이 살아 있는 한 제 입으로는 그 술을 먹지 못합니다. 차라리 제 머리에 부으십시오. 선배님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쯤 되면 아마 여간 강심장이 아니고는 그 술을 머리에 붓지는 못할 것이며, 설사 붓는다 하더라도 그런 일은 아마 그 날 한 번으로 끝나게 될 것입니다. 그 일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요? 그래봤자 그 술좌석의 상황을 익히 알고 있는 여러 사람들 앞에 그 선배 자신의 옹졸함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일밖에 더 되겠습니까? 생활이 고달플 것이라고요? 아마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고달픔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어느 전공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소개할 테니 한번 들어보십시오.
○○대학교병원 ○○과에서 수련을 하고 얼마 전 전문의가 되어 나가신 ㄱ선생님은 레지던트 3년차 시절에도 과장님에게 소위 '미운 털'이 박혀 다른 사람보다 일을 2-3배 더하고 환자를 더 많이 봐야했습니다. 실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성실하지 못해서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 분만은 회식자리에서 끝까지 술을 마시지 않고 수련의과정을 마쳤는데, 하늘같은 과장님이 주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밤이면 과장이 술 마시는 수련의들(그 중에는 나이롱 기독교인들도 여러 명 있었습니다)을 데리고 회식하러 가고, 제법 고참인 레지던트 3년차인 ㄱ선생님에게 야간당직을 거의 전담시키다시피 했습니다. 그래도 그 분은 불평하지 않고 맡겨진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는 과정에서 그 분은 상대적으로 그만큼 더 많은 환자를 돌볼 기회를 잡게 되었고 그 만큼 의술이 더 빨리 늘었다고 훗날 고백했습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그런 은혜는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일했다 합니다.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도 이렇게 단호하게 처신하는 후배를 제 아무리 하늘같은 과장이라도 계속 함부로 다루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직장사회가 명령에 죽고 사는 공수부대(특수임무를 수행하는 군대)가 아닌 진짜 지성인의 사회라면……
그러므로, 아무리 하늘같은 직장상사(선배님)의 권유라도 술을 단호히 거부하십시오. 예의상 "한 잔"을 받고 나면 그 예절을 가상히 여겨 다시는 술을 권하지 않는 "양심적이고 이해심 많은 (선배)술꾼"은 없기 때문입니다. 한 잔 받고 나면 또 다른 술꾼 선배가 술을 권하며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야, 내 잔은 잔이 아니냐? 무슨 이유로 내 술은 안 먹어? 이거 왜 이래. 사람 차별하는 거야 뭐야, 엉?"
이렇게 해서 한 잔이 두 잔 되고…… 일차 끝나면, 이차 단란주점, 삼차 색싯집…… 회식이 그날 하루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회식 때마다 정말 거북스런 술을 받아 마시고 끊임없이 쓰려오는 신앙인의 양심으로 긴 세월을 하염없이 고통스러워하느니, 아무리 직장상사(선배)의 묵직한 잔이라도 그 "첫 잔"을 단호하게 거절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피차간 맨 정신일 때 최선을 다해 상관을 존중하고 권위를 존중하는 자세로 신실한 관계를 맺으십시오. 그 일로 상관이 어떻게 힘들게 하든 언제나 웃는 얼굴로 최선을 다해 그 못난 선배님을 "섬겨" 주십시오. 그는, 알량한 "선배의 권세" 외에는 자랑할 것이 전혀 없는 불쌍한 사람이니까요. 내 안에는 예수님의 자랑스런 생명이 있으니까요.
부득불 제 경험을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1979년 6월에 군대를 제대하고 처음 취직을 했을 때, 직장에 첫 출근한 다음 날 밤 저를 환영하는 회식이 있었습니다. 그날 회식자리에서 제 옆에 앉아 있던 직장선배님(그 분은 전공은 달랐어도 제가 졸업한 대학의 10년 선배님이기도 했습니다)께서 저에게 자꾸만 술을 권했습니다. (나중에 근무하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그 분은 저희 직장에서 가장 구변이 좋고, 그래서 영향력 또한 가장 크신 분이었습니다. 속된 말로 그 분 눈 밖에 나면 직장생활이 몹시 고달프다는 겁니다. 기가 막힌 일이지만 그 선배님은 당시 ○○교회의 집사님이시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그 분이 권하는 술을 거부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를 정중히 말씀드렸습니다. 몸에 잘 받지도 않고 신앙인으로서 마시고 싶지 않으니 이해해 주시라고, 정 주시고 싶으시면 음료수나 한 잔 주시라고…… 그러나 얼굴빛을 점차 험악하게 바꾸시던 그 선배님은, 나중에는 자기 자존심을 저에게 술 먹이는 일에 거는 듯이 차츰 큰 소리로 저를 윽박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좌중의 분위기의 무게를 활용하려하시는 거였지요. 그 바람에 좌중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고,
'과연 어찌될 것인가?'
좌중의 많은 분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나도 교회 다니지만 술은 마시네. 나도 집사라고. 근데 왜 선배의 말을 듣지 않는가?"
거세게 몰아 부치는 선배님께 저도 정중하게 맞섰습니다.
"아무리 선배님 말씀이라도 지나치게 부당한 말씀까지 제가 들을 의무는 없습니다. 신입사원을 환영하는 것이 겨우 이런 것입니까?"
"내 말 안 들으면 앞으로 정말 좋지 못해! 어서 마셔!"
나중엔 사뭇 협박 조였습니다.
"그 술, 꼭이 제게 주셔야 선배님 속이 풀리신다면 제 머리에 그 술을 부으십시오. 감사히 받겠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면서 당황한 다른 직원들과 직장장의 황급한 만류로 흐지부지, 결국 저는 그 술잔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후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바로 그 일 때문에 한동안 많이 긴장되었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저 때문에 예수님 이름이 욕되지 않게 하려고 매사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후로 어느 누구도 회식자리에서 제게 술을 권하는 분은 없었고 다들 미리 알아서 제겐 음료수를 권해주었습니다. 술을 안 마시고도 술꾼 동료들과의 아기자기한 회식문화를 무난히 누리며 선한 관계를 풍성하게 맺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얼마쯤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 선배님과 저는 다른 어느 직원들보다도 더 친밀한 관계로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정말 중요한 일에는 그 선배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직원들도 저에게 일을 맡겨 주셨습니다. 덕분에 자주 일복이 터졌지만, 주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았다는 생각에 별로 피곤하진 않았습니다. 제 경험에 입각하여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술 문제와 같은 하찮은 문제, 그러나 사실은 매우 중요한 문제에서 힘없이 밀리는 정도의 제자도(영성)로는 "절대로"('절대로'라는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데 여기서는 쓰고 싶습니다) 그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지 못합니다.
* 술은 공동체성을 확인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예컨대, 청춘남녀가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 혼전 성 관계를 해야만 한다는 주장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그가 공동체의 일원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회식자리에 나와서 함께 술을 마셔보는 길 밖에 없는 수준의 모임이라면 차라리 그 공동체의 멤버가 안 되는 것이 더 낫지요. 진정한 동역자의식(partnership)은 술 취하지 않은 맨 정신 맑은 머리일 때 보다 또렷하게 확인되는 것이 아닐까요?
*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술을 잘 마셔야 한다?
―기회주의자들의 궤변에 불과하지요. 혹 이 말이 사실처럼 느껴지신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열심히 술을 마시십시오. 그래서 그 말의 진위를 한번 스스로 확인해 보십시오. 어느 쪽이 낙오하는 길인지. 아마 그것을 확인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술을 마시지 않고는 참된 인간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식으로 '술 취한 인간관계'가 술 깬 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요? 설령 술을 함께 마심으로써 '참된 인간관계'가 맺어진다손 치더라도, 그 인간관계를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술을 함께 마시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 과음하지만 않는다면 한두 잔 정도는 건강에도 좋다?
―'과음'의 기준이 상대적으로 매우 모호한 상태에서 이런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습니다.
* 어떤 경우(심장병)에는 질병 예방효과도 있다?
―맞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히 특수한 경우이고, 또 이 경우 술은 이미 '술'이 아니라 '약(藥)'인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음주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하는 것은, 마치 전체 낙태시술 대상자의 1%도 채 안 되는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사례'를 근거로 '낙태허용 법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상황윤리 지지자들의 말처럼, 부분과 전체를 혼동하는 심각한 논리적 모순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 간접세를 많이 내므로 술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애국자다?
―얼른 생각하면 그럴 듯하지만, 술로 인해 망가지는 국민건강, 술과 연관된 각종 퇴폐향락문화로 인해 국민들이 받는 윤리·정서적 악영향, 그리고 '술'로 무너진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의료비, 사회보장비용 등을 계산하면, 음주행위가 국민 경제에 부담을 줄지언정 보탬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금을 많이 내서 그토록 애국하고 싶으면, 술을 마신 셈치고 예상되는 술값을 국세청에 그냥 헌납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 취하여 주정을 하지만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술의 해독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정직하고 상식적인 지성인이라면 이런 말은 함부로 못할 것입니다.
* 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은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
―의인이요 당세(當世)에 완전한 자로서 하나님과 동행한 사람(창 6:9)이었던 노아가 홍수 후에 자기 장막 안에서 혼자 포도주에 취하여 생긴 문제(창 9:20-27)를 안다면 이런 말을 함부로 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 교회를 위한 중보기도(빌 1:10)에서 "진실하여 허물없이 그리스도의 날까지" 이르게 되기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허물없이"라는 말은, 자신이 '허물없이 사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삶'까지를 포괄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아가 대낮에 장막에서 혼자 술 취해 벌거벗고 쓰러져 잔 것은 자식들의 태도와 상관없이 이미 심각한 범죄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곧 자식이 <실족할 빌미를 제공한 사실 자체가 심각한 죄>라는 말이지요. 노아 같은 성숙한 신앙인도 단 한 번 술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면 노아만큼 경건한 삶을 살지 못하는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지는 자명한 것 아닙니까? 어느 누구도 자신의 절제력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 자기 돈 가지고 자기가 술 마시는 데, 함부로 참견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 중에도 이런 주장을 펴는 분들이 더러 있더군요. '자기 돈'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단지 '청지기'일 뿐이라는 정직한 신앙고백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함부로 못하지요. 그렇다면 자기 돈 가지고 아편을 즐기며 바람 피우는 일도 개인의 일이므로 그 누구도 참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네요?
* 술은 어디까지나 기호식품이므로 술 마시는 것을 상관해서는 안 된다?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기호(嗜好)가 다른 사람(술 안 마시는 사람)을 함부로 몰아 부쳐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술 안 마시는 사람들'이 '술 마시는 사람들'의 술판을 방해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습니까?
* 그러므로 술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은 앞뒤가 꽉 막힌 '근본주의자들'이다?
―술 마시는 문제가 구원(좁은 의미에서)과 상관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술을 마시는 것이 성숙한 신앙의 표지가 되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술을 자유롭게 마시는 것으로 자신의 "자유"를 과시하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그는 이미 영적인 졸장부입니다. '진리 안의 자유'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지지리도 없어서, 사람들 앞에서 '술' 마시는 것으로 자신을 과시하려 든단 말입니까?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아직 '복음'이 뭔지를 잘 모르는 '영적인 어린아이들'입니다.
* 성경에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구절이 별로 없다?
―술을 마시지 말라는 성경구절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러면 "술을 열심히 찾아 마시라"는 성경구절은 또 어디에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한사코 술을 마셔야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자신이 혹시 '음주 근본주의자'가 아닌지를 정말 정직하게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참고삼아, 다음 항에 나열된 성경말씀들(창 9:21, 레 10:9, 민 6:3, 잠 23:31, 삼상 25:36-38, 잠 26:9, 잠 31:4, 5, 사 5:11-12, 22-23, 사 28:7, 사 28:7, 사 56:12, 렘 35:6, 렘 51:7, 단 1:8, 단 5:2-4, 합 2:15-16, 눅 1:15, 롬 14:21, 고전 8:13, 딤전 3:8, 딛 2:3, 계 17:2, 6 등)을 하나 하나 확인(묵상)해 보십시오.
* "술 취하지 말라"(엡 5:18)고 했으니 취하지만 않게 적당히 마시면 괜찮다?
―엡 5:18, "술 취하지 말라"는 말 다음에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는 말씀이 있는데, "(그러나/그 대신에)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술을 마시는 일이 성령의 충만을 받는 일과 어떤 상관관계를 지닐 수 있을지 부디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펴 보시기 바랍니다.
* 한국교회에서만 술이 문제가 된다. 선교 1세기가 지난 지금은 좀 자유로워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비슷한 예로, 중국 교회에서만 아편을 금했습니다. 그러므로 중국 외의 지역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아편을 마음껏 해도 되겠군요? 정말 그렇습니까? 금주(禁酒)가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외국의 기독교인들은 모두다 술 담배를 마음놓고 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단세포적인 생각입니다. 외국의 그리스도인들을 잘 살펴보십시오. 제멋대로 된 사람이 아니고 진정으로 복음을 받아들여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걷는 신실한 사람 중에 과연 몇 사람이나 술 담배를 하는지 확인해 보셨습니까?
남이 어떻게 하는가(외국의 저명한 목사님들이 어떻게 하는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진리는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남들이야 어떻게 하든, 정말 성숙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술 마실 돈으로 '북한선교비'를 내거나, 농어촌교회를 돕기 위해 헌금을 하거나, 교회 전임사역자들을 돕기 위해 헌금을 할 것입니다. 복음사역을 위해 돈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술값'이라니요? '방석집'이라니요? 내 돈 내고 먹는 술이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그 돈은 결국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 근본주의적 시각에서 기독교인들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함으로써, 하찮은 술 문제로 신자들을 고립시키며 부질없는 죄의식으로 갈등하게 만드는 것은 소자를 실족시키는 또 다른 범죄다(막 9:32)……
―이렇게까지 나오시는 분들에겐 정말이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취향대로 그냥 마음 편히 술 드십시오. 이런 분들을 위해 저는 그저 기도나 열심히 하겠습니다(혹 이런 글을 쓰는 제가 앞 뒤 꼭 막힌 '꽁생원'으로 보이십니까? 그렇다면 저야말로 '소자'라고 말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주장을 하시는 분들 때문에 이 소자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갈등하게 되었다면 그것 또한 심각한 죄가 아니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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