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평화운동
- 평화한국 활동을 중심으로 -
허문영 (평화한국/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들어가는 말
지난 9월 9일 한반도에서는 4가지 의미 있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첫째, 북한 평양에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수립 60주년 행사가 있었다. 둘째, 남한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가 TV를 통해 중계되었다. 셋째, 서울에서 통일부주최로 미·일·중·러 4개국의 한반도정책관련 중요인물들이 참석한 세미나가 열렸다. 넷째, 서울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15개 기독교단체들이 공동주최한 ‘신사참배 70년 참회와 평화통일’을 위한 세미나와 기도회가 개최되었다.
이 네 행사 모두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수용해서 남북화해와 변화의 길로 나갈 것인지?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소통의 시대를 열어 국민화합의 길로 나갈 것인지? 미·일·중·러 주변 4국이 과연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아시아 평화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의 길로 나올 것인지? 한국교회가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하나님 앞에서 참회하고 기도를 통해 민족의 복음적 평화통일과 세계선교를 위한 총체적 선교의 길로 나갈 것인지? 중요한 결단의 시간이었다.
하나님께서는 과연 어느 행사를 특히 관심을 갖고 바라보셨을까? 다음날 아침인 9월 10일 조간신문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심인성 뇌졸중(추정)으로 인해 9·9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전율이 일어났다. 하나님의 섭리 속에 있는 우리 민족사의 흐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평화운동이 필요한가? 평화운동은 무엇을 지향하고 있고,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아직은 많은 연구와 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복협에서 장을 제공해 주셨으니, 평화한국의 활동을 중심으로 이제 시론적 차원에서나마 짧게 밝혀보고자 한다.
2. 평화운동, 왜 필요한가? : 시대적 요청
지난 6월,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소문이 남한 사회에 퍼지고 있을 때, NGO활동의 일환으로 평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절대가난과 더불어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있는 평양과 지방의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통일문제와 관련해서 2가지 생각이 마음을 때리기 시작했다. 통일이 안 되는 이유 하나는 ‘우리의 기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김정일과 공산당 때문이라고 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보면,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
가. 민족사적 차원 : 입체적 통일의 평화세대(Peace Generation)
현대 우리역사의 주체세력 주기를 살펴보면, 민족사의 발전을 위해 자기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세대가 대략 20년 단위로 일어났음을 파악할 수 있다. 1940～50년대의 이승만 대통령과 독립운동가들로 상징화되는 건국세력, 60～70년대의 박정희 대통령과 산업전사로 상징화되는 산업화세력, 80～90년대의 김대중·김영삼 대통령과 민주인사들로 상징화되는 민주화세력이 그들이다. 물론 이 외에도 우리가 결코 잊으면 안 되는 일꾼들이 또한 있다. 우리 민족사를 돌이켜 볼 때, 평균 5년마다 전쟁이 있었다. 그런데 6·25전쟁이후 지난 55년 동안 전쟁이 억제되었다. 이 땅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오고 있는 안보 일꾼과 기도 일꾼들의 헌신이 또한 있었던 것이다. 60-70년대 산업화와 80-90년대 민주화도 이 토대위에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00년대 들어와 민족의 역사를 진전시키는 새로운 주체세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역사지체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민주화세력이 ‘30년 정권 지속’을 운운하자, 산업화 세력과 그 후예들이 ‘뉴 라이트’와 ‘선진화’를 표방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화세력도 ‘개혁‧통일‧평화’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다시 결집·대응하였다. 산업화세력은 경제발전을 이뤄냈으나 우리 사회를 획일화사회로 만들어 버렸다. 민주화세력은 정치발전을 이뤘으나 양극화사회를 초래하였다. 특히 386 세대는 미숙함과 무능의 상징으로 극단적 비판마저 받았다.
우리국민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선진화를 표방한 한나라당 이명박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하였다. 선진화 세력이 역사의 과도기적 주체로서 선택된 것이다. 양적 성장으로 치달았던 대한민국을 질적 성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선진화시대’가 과도기로 있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그 한계는 촛불시위로 드러나고 있다. 선진화 시대의 패러다임은 위계질서(Hierarchy)가 아니라, 망(網:Network)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양적 성과달성을 위한 명령과 순종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질적 성과달성을 위한 존중과 소통의 패러다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이명박정부가 새로운 마음으로 국민과 함께 일을 수행하길 기도한다.
이제 지역·계층·이념·세대 간의 분열로 갈래갈래 나누어진 우리 사회를 화해와 상생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평화세대가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한국전쟁의 상흔을 치료하면서 남북 평화통일을 이뤄낼 수 있는 평화세대가 일어나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차원적인 좌·우 양분법적 발상을 넘어 전·후, 상·하를 총체적으로 보면서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나아가 60년 분단 후유증을 치료하면서 남북통일을 이뤄낼 수 있는 새로운 입체지향적 평화세력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민족 고유문양인 3태극 정신을 회복하는 것도 필요하다. 3태극이란 우리 민족 고유의 홍익태극(빨·노·파)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의 음양 태극이 대립과 갈등하는 것과 달리, 공존과 상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 교회사적 차원 : 초월적 복음의 평화일꾼(Shalom Corps)
2008년은 우리에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일반역사적 차원에서 볼 때, 남북한 체제분단 60주년이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교회역사적 차원에서 볼 때, 신사참배결의 70년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 둘의 관계가 사회과학적 눈으로 볼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볼 때, 연관성이 있음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일제하에서 당시 개신교 주류(77.3%, 감리교14%, 성결교3.6%)였던 장로교 마저 1938년 9월 9일 평양 서문밖교회에서 개최된 제27회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애국적 국가의식으로 규정하고, 솔선 이행할 것을 결의하였다. 이후 조선 교회는 일본 ‘태양신’우상숭배 앞에 무릎을 꿇는 치욕 속에 역사의식과 민족의식을 상실한 채, 신앙양심을 지키려는 이들을 오히려 정죄 치리하였고, 일제의 침략전쟁에 앞장서서 협력하였다. 그리고 해방공간에서는 신사참배 결의에 대해 변명과 더불어 범죄(犯罪)가 아닌 ‘범과’(犯過)를 취소하는 수준에서 결의하였다. 하나님과 민족 앞에서 진지한 참회의 반성을 드리지 못한 것이다.
신사참배 결의 10년 뒤인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더불어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출범함으로써 남북체제분단이 시작되었다. 신사참배 결의 20년 뒤인 1958년 12월에는 북한에서 중앙당집중지도사업이 시작되어 기독교가 말살되고 말았다. 5년 동안 진행된 주민성분분류사업을 통해 북한은 전 주민을 3계층(핵심·기본·복잡 계층) 51개 성분 으로 분류했다. 기독교인의 경우 34번으로 분류해 특별관리하였다. 신사참배 결의 50년 뒤인 1988년 11월에는 평양에 봉수교회가 신축되어, 비록 당 통일전선부 통제를 받는 교회이나 공식 예배당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신사참배 결의 60년 뒤인 1998년 9월에는 북한이 헌법을 개정하여 김일성 사망으로 공석이 된 주석직을 폐지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그리고 2008년은 신사참배 결의 70년이 되는 해이다.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솔로몬의 우상숭배 행위와 이스라엘의 분열, 북 이스라엘 및 남 유다의 멸망과 바벨론 포로생활, 그리고 포로생활 70년 뒤 예루살렘으로의 귀환을 예언한 예레미야와 이를 성경연구를 통해 깨달은 다니엘처럼, 우리도 우리 교회의 우상숭배행위와 민족 분단 및 ‘동방의 예루살렘’ 평양의 황폐화를 영적 포로생활 70년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에스라, 느헤미야, 스룹바벨과 같은 영적, 사회적 지도자들이 일어나야 하겠고, 이 같은 인물들을 한국교회가 키워내는데 주력해야 할 때이다.
앞으로 새 역사 주체세력으로 평화세대(Shalom Corps)가 일어서야 한다. 21세기 우리기독인은 하나님의 뜻 가운데 복음통일을 이뤄 세계를 섬기는 민족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산업화, 민주화, 안보, 그리고 기도 등 모든 영역에서 헌신한 선배 일꾼들의 장점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새로운 나라와 민족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동아시아 공동번영도 이뤄갈 수 있는 평화와 더불어 땅 끝까지 모든 민족에게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의 평화를 전파해 나가야 한다.
그 방법은 인간중심적인 정복과 패권의 십자군 정신이 아니라, 예수중심적인 사랑과 섬김의 십자가 정신으로 실천해야 한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에 굳게 서서 고난 뒤의 영광, 십자가 뒤의 면류관, 사망 뒤의 부활을 신뢰하는 초월적 평화세력으로 일어서야 한다. 그리고 새 패러다임으로 성경적 무지개 정신을 발양하면 좋겠다. 무지개 정신이란 7가지 색깔들이 하나의 틀 속에서 제각기 빛을 발하듯이 다양성속에 통일성을 지향하는 관용과 공존의 철학에 기초하는 것이다.
3. 평화운동, 무엇을 위한 것인가? : 평화한국(Peace Korea/ Shalom Corea) 건설
1492년 지리상의 발견이후, 안정적으로 세계질서를 유지하고 주도하는 국가들이 나타난다. 이 국가들을 그 지배적 영향력을 전세계적으로 권위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에 패권국가로도 칭해진다. 그리고 대체로 100년 주기로 세계패권국가가 바뀌어 왔다.
16세기는 미 신대륙을 발견한 포르투갈이 세계패권국가로 최초로 등장하였다. 그리고 17세기는 스페인의 통치로부터 벗어나 기독교 가치관(칼빈이즘)과 해양력을 중심으로 전세계로 진출한 네덜란드가 세계패권국가가 되었다. 18세기에는 네덜란드를 3차례의 전쟁을 통해 약화시키고, 프랑스와 치열한 식민지 쟁탈전을 통해 스페인령 아메리카대륙과 포르투갈령 브라질에 대한 상업패권을 확보하는 성공한 영국이 세계패권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영국은 19세기 초반에 윌리엄 윌버포스와 클레펌파로 지칭되는 기독교신앙 공동체의 노력에 의해 풍습 개혁과 노예 해방을 통해 해적의 나라에서 신사의 나라로 질적도약을 이루는 동시에 19세기에도 계속해서 세계질서를 안정적으로 주도해나가는 패권국가 역할을 지속하였다. 20세기에는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미국이 공산주의 모국인 소련과 함께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패권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1990년 소련 및 동구 공산권의 붕괴로 유일 초강국 지위를 획득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사태를 다자주의가 아닌 일방주의, 소프트 파워가 아닌 하드파워 만으로 잘못 대응함으로써 국가 위신이 떨어졌고, 장기적으로는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가 모두 점차 쇠퇴하는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세계패권국가 21세기에 일어나야 할 상황이다.
한편 세계는 그동안 대륙국가 시대인 로마시대와, 몽골시대가 있었고, 이후 해양국가시대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시대가 있었고, 해양국가와 대륙국가가 충돌하는 미·소시대가 있었다. 이제 21세기는 다시 세계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동아시아에서 해양국가인 미국·일본과 대륙국가인 중국·러시아의 대결과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분단 한민족이 통일 한민족을 꿈꾸고, 이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통일한국이 단순히 우리민족의 미래를 번영으로 열어나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주변 열강인 해양 및 대륙국가들과 함께 평화를 이루며 상생·번영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노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모두 변화되어야 한다. 그렇게 변화된 남과 북이 이룬 통일나라가 평화한국이며, 이 평화한국이 세계를 이전과 달리 그리스도의 사랑과 공의와 평화로 섬기기 위해서는 Shalom Corea가 되어야 할 것이다.
4. 평화운동,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先 선택과 집중, 後 동시 병행
가. 평화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평화는 ‘전쟁이나 갈등이 없이 세상이 평온한 상태’ 또는 ‘평온하고 화목함’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평화가 의미하는 내용은 문화와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다르게 규정되어 왔다. 서양문화권에서는 대체로 평화를 전쟁 없는 상태로서의 질서유지 즉 외향적· 정치적인 태도와 주로 결부시켜 규정지었다. 동양문화권에서는 미움을 품지 않은 마음의 편안함이라는 내향적·비정치적인 태도로 이해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경에서는 ‘샬롬(Shalom)’의 평화관을 언급하고 있다. 샬롬의 단어적 의미는 “완전함· 건전함· 온전함”을 뜻하며, 정의(justice)와 공의(righteousness)가 존재하는 동시에 폭력이 없는(nonviolence) 상황을 의미한다. 성경에서 샬롬은 하나님의 속성과 동일시되고 있으며, 평화를 누리는 것은 하나님과의 참된 교제 속에 있는 것으로 규정된다. 즉 하나님께서 그의 명령을 지키고 따르는 자에게 주시는 가장 좋은 선물 중의 하나로 언급된다 구약에서 샬롬은 건강과 선한 삶을 의미하는 개인적 평화와 가정과 국가의 번성과 안전을 의미하는 공동체적 평화 그리고 하나님의 임재하심 속에 나타나는 종교적 평화로 사용되었다. 또한 신약에서는 전쟁이나 투쟁․혼란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하나님과의 인간 사이의 바른 관계회복의 결과로서, 마음의 평화 또는 평정상태로서 사용되었다. 따라서 번영과 잘사는 것만으로 평화라 할 수는 없다. 하나님의 평화가 임하는 곳에는 공의와 평화가 함께 하며(시 85:10, 사 32:17), 공의가 없는 번영에는 진정한 평화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완전한 평화는 메시야적 구원에서 기대된다.(사 9:6,7) 샬롬은 구약에서 약속되었다가,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도래한 구원의 총괄개념으로 정의될 수 있다. 요컨대 샬롬의 핵심적 구성요소는 ① 주체의 차원에서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② 수단적 차원에서 비폭력 사용, ③ 목적적 차원에서 공의 추구로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샬롬은 전쟁의 일시적 중단상태에서의 마음의 평화를 의미하는 희랍적 에이레네나 힘에 의한 평화를 지칭하는 로마적 팍스와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샬롬이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인간이 하나님과 자신과 이웃과 자연과의 관계에 있어서 온전하고 화평한 삶을 이루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샬롬은 하나님과의 평화이며, 건강과 복지와 안녕을 누리는 완숙한 삶, 공동체 속에서 억압이 없는 자유와 공의를 누리는 조화된 삶, 자연 세계에 대한 조화로운 관계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팍스가 패권적 지배질서에 기초한 평화라면, 샬롬은 하나님과의 관계속에서 공의로운 삶의 방식에 기초한 평화로 규정할 수 있다. 결국 팍스의 평화관은 무력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와 정의와 공존의 삶으로 공동체를 이끄는 데 있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샬롬적 평화는 관계적 차원에서 볼 때, 하나님과의 화해, 인간과의 화해, 자연과의 화해로 구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태적 차원에서 볼 때는, 존재적 측면에서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 상황적 측면에서 전쟁이 없는 비폭력 상황, 구조적 측면에서 정의·공의의 실현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평화운동과 평화통일 방식은 개인의 심리적 평화를 중시하는 에이레네 모델이나 힘에 의한 평화에 근거한 팍스 모델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회복에 토대를 둔 샬롬 모델에 기초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말해 하나님 중심주의적 관점에 분명하게 기초를 두고 남북한 상호인정과 협력의 사고를 갖고 통일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같은 복음적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잘 정립해야 한다. 모든 영역에서 평화가 이뤄져야 하나, 제한된 자원과 능력으로는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을 잘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협의의 평화를 먼저 추진하고, 그 다음 중범위의 평화, 그리고 광의의 평화를 이뤄가도록 한다. 물론 일정 단계가 되면, 3범위의 평화를 계속 함께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 어떤 가치관으로 일어날 것인가? : 균형·미래·신본의 성경적 세계관
먼저 균형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자. 우리는 한반도 통일문제가 분단 60년 동안 만들어진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있어 극우 또는 극좌와 같은 극단주의는 도움이 안 됨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양 극단주의에 의해 극렬한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두 눈을 주셨으니, 두 눈을 다 활용하여 좌와 우를 함께 보아야 한다. 한 눈으로만 보면 사물의 입체감과 원근감을 상실하여 제대로 볼 수 없듯이, 북한과 통일문제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의 이중성 즉 냉전과 탈냉전의 상황적 이중성과 민족문제와 국제문제의 구조적 이중성을 유념하자. 동시에 우리는 문명사적 흐름과 민족사적 소명에 대해서도 민감한 자세를 갖추고 통일문제를 풀어가자.
또한 미래지향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세계문명사는 대양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 서진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4세기부터 14세기까지 중세시대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문예부흥과 종교개혁이후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근세시대는 대서양을 중심으로 문명의 꽃을 피웠다. 그리고 21세기 태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문명 시대가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다시 말해 태평양 인접국가들이 주고받는 무역총액이 대서양 인접국가들의 무역총액을 1996년부터 앞서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한반도는 대륙의 힘이 강할 때에는 대륙의 영향력 하에 머물게 되었고, 해양의 힘이 절대적일 때에는 해양의 속국(일제의 식민지)이 되었다. 그리고 대륙과 해양의 힘이 팽팽하게 대결할 때, 한반도는 분단국(미일 대 중소 대결구도하의 남북한)으로 전락하였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륙과 해양 세력의 대결구도는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미국의 21세기 세계패권 유지전략과 중국의 21세기 소강사회 건설전략의 충돌, 그리고 일본의 보통국가 건설전략과 러시아의 영향력 회복전략으로 인해 마찰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주님의 뜻은 동아시아가 대결과 전쟁으로 퇴락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기독공동체에 의해 평화와 공동번영으로 발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21세기 태평양 시대에 우리 민족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접점에서 대결의 상태로 더 이상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이끌었던 반도대국 ‘로마제국’처럼 우리 민족도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 할 뿐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나아가 인류의 공동발전에 이바지하려는 의지를 갖고 통일문제를 진취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님 중심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우선순위를 잘 정립해야 한다. 민족통일은 ‘숙원’이라고 ‘꿈에도 소원’이라고 천명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소중한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기독인에게 있어서는 더욱 소중한 것이 있다. 그의 나라와 그 의가 그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고 말씀하신다. 따라서 우리가 주님의 뜻대로 순종할 때, 우리 민족의 소망도 이뤄질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왕권을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국방·사회·문화·예술·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확장해 나가고, 우리의 삶을 성결하고 경건하게 하나님께 드려 하나님의 의를 구할 때, 하나님께서는 정녕 우리 민족으로 향하신 당신의 뜻을 이뤄갈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순위가 뒤집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통일이 선한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 부합하는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가? : 기도 운동과 평화일꾼 양성
평화한국은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하나 됨,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2 방향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평화한국 단독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기독교단체들과의 연합 사업이다.
1) 단독 사업
두 개 기관이 두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중·장기적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연구 및 정책제안을 진행하려는 연구소 사업이다. 다른 하나는 교육 및 운동을 위한 아카데미, 기도회 사업이다. 따라서 평화연구소는 한반도평화정착에 관한 연구와 이를 토대로 한 구체적인 정책제안 등 전자의 활동을 담당한다. 평화발전소는 통일 및 평화교육과 이를 통한 영적 기도운동과 영역별 실천운동의 확산 등 후자의 활동을 담당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가) 평화연구소
①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 속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목적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②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 통합적인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시스템을 갖추어갈 수 있도록 연구하고 관련정책을 제안한다.
* 현안세미나 : “북핵문제, 2·13합의 어떻게 볼 것인가?”(2007.2.14) 외 3차례
* 정책세미나 : “대북정책, 이명박정부에 바란다” (2008.4.25) 등
* 제1회 국제관계 세미나 (2008.8.25-26, 높은뜻 숭의교회)
나) 평화발전소
① 한반도 평화와 국제평화를 위해 헌신할 새로운 세대를 동원, 교육, 훈련, 파송한다.
② 한국교회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과 실천사업을 개발하고 지원한다.
③ 한반도 평화와 복음적 평화통일을 준비하고, 이룩하기 위한 국내·외 네트워크 중심의 평화기도회를 진행한다.
* 제4기 평화와 통일학교 (2008.9.27-11.29, 연세대 신학관)
* 제3기 평화한국 리더쉽아카데미(2008.9.29-11.17, 사랑의교회 북사랑)
-주제: 기독교 민족지도자들의 생애와 리더쉽
* 제1회 다큐로 보는 북한현대사(2008.1.12-2.2, 사랑의 교회 복지관)
* 제2회 세이레 평화기도회 및 기도책자 발간(2008. 6.15-7.5)
* 제1회 8.15 국제평화기도회 (2007.8.15, 판문점교회)
2) 연합 사업
평화한국은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해 한국사회와 한국교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기독교 형제 단체들과 연합을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지를 갖고 있다. 모든 교회와 모든 기독교 단체들은 예수님의 한 몸이 된다고 고백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평화한국은 2007년 4월 13일 공식출범한 이후, 다음과 같이 연합 사업에 적극 함께 하였다.
① ‘주빌리 코리아’ 기도회 공동주최(2007.6.6. 임진각 평화누리, 2007.10.3. 임진각 평화누리)
② ‘금강산기도회’ 공동주최(2008.7.14-16/ 7.22-24/ 8.19-21, 금강산)
- 북한군인의 한국관광객 총격사건(7.11)으로 무산됨.
③ ‘정부수립 60주년과 한국기독교’ 세미나 및 평화기도회 공동주최(2008.8.15, 기독교회관)
④ ‘신사참배 70년 참회와 통일’ 세미나 및 평화기도회 공동주최(2008.9.9, 백주년기념관)
향후에도 ‘신사참배 70년 참회와 통일’ 평화기도회에서 선포된 3가지 실천강령을 이행하는 데 적극 동참하고자 한다.
① 매월 첫째 금요일은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의 날’
② 정부예산 1% 평화통일 사용, 교회 예산 및 개인 소득의 1%를 복음적 평화 통일비용으로 사용 독려
③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
5. 맺음말
지금 한반도 정세는 매우 유동적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는 어떻게 될 지, 그리고 북한 체제는 안정 가운데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갈 수 있을지, 한국 사회 또한 국민화합을 이룩하고 이명박 정부가 리더쉽을 회복해서 국내외적 난관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모두 기도제목이다.
2005년 이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북한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한 합의도 진행 중이라는 설도 나온다. 우리로서는 백 년 전 동아시아에서 우리 민족이 무지한 가운데 내부권력투쟁으로 갑론을박하고 있을 때, 미국 루스벨트 (T. Roosevelt) 대통령의 특사인 육군장관 태프트(W.H.Taft)와 일본 총리 카쓰라 타로 사이에 밀약(1905.7.29)이 체결되어 조선과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이 교환되었던 사실과 이후 진행된 국권상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민족의 미래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 때, 계속해서 북한은 북핵 위기와 식량위기를, 남한은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침체를 거듭할 때, 우리 민족의 운명이 다시 열강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제 우리는 주변국의 조롱거리가 아니라 21세기 태평양시대에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민족으로 일어서야 할 때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접점에서 평화를 이뤄가는 나라 Peace Maker가 될 수 있도록 해륙국가 통일한국, 평화한국, 샬롬 코리아의 시대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고난의 역사를 허락하신 것은 우리 민족을 세계 선교의 정금 같은 일꾼으로 만드시려는 목적 뿐 만 아니라, 겸손하게 고난 받는 민족들과 함께 울고, 섬기라는 평화의 일꾼 사명을 주신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그의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행하지 아니하면 이 모든 저주가 네게 임하며 네게 이를 것이니” (신명기 28:1, 15)
참고)
신사참배 참회 고백과 평화통일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선언
일제 강점기, 일본이 신사참배를 강요하였을 때 한국교회는 끝까지 저항하지 못하고 굴종함으로써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습니다.
2008년 9월 9일은 마지막까지 항거하던 장로교가 신사참배를 가결한 제27회 총회가 열린 때로부터 70년이 되는 날인 동시에, 남에 이어 북에도 정권이 수립되어 남북 체제분단 60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날, 우리는 한국교회가 참회를 통해 새로워져 평화통일과 민족복음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선도해 나가기를 염원하면서, <신사참배 참회 고백과 평화통일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선언>을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 드립니다.
[신사참배 참회 고백]
우리는 바벨론 포로 생활이 70년 만에 끝나리라는 말씀을 읽고, 금식하며 베옷을 입고 재를 덮어쓰고 하나님께 회개의 기도(단 9:1-19)를 드린 다니엘의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참회합니다.
1. 우리는 일제하 신사참배가 우상숭배의 죄악임을 고백합니다.
일제의 강압이 혹심하였을 지라도, 한국교회가 단결하여 끝까지 저항하지 못한 것은 하나님께 죄 된 일이요, 역사 앞에 부끄러운 일 이었음을 고백합니다. 한국교회는 신앙양심을 지키려는 이들을 오히려 정죄했으며 일제의 침략전쟁에 앞장서서 협력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잘못을 하나님 앞에 고백하며 참회합니다.
2. 우리는 해방 이후, 서로 용서하며 화해를 이루지 못한 것을 참회합니다.
한편에서는 신사참배한 사람들을 정죄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신사참배 하지 않은 사람들을 치리하는 등, 용서와 사랑 없이 정죄하고 분열한 것, 인간적으로 판단하고 정죄함으로써 한국교회에 분파주의가 만연하게 된 것을 참회합니다.
3.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참회합니다.
교회가 신사참배 참회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온전한 복음을 증거 하지 못한 채 물질만능주의, 개교회주의, 성장지상주의에 빠져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때로는 정치권력과 유착하며, 죄악에 눈감고 하나님의 제단을 더럽혀 온 것을 참회합니다.
4. 우리는 신사참배에 대한 한국교회의 총체적인 회개가 없이 오늘에 이른 것을 참회합니다.
우리는 이 참회 고백이 한국교회 전체의 고백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면서, 신사참배의 무서운 죄악이 하나님의 용서함을 받아 깨끗이 소멸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평화통일을 위한 선언]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이 아픈 참회와 고백을 받으시어, 오래 누적된 죄를 용서하시고, 복음적 평화통일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며 에스겔 37장 17절의 “그 막대기들을 서로 합하여 하나가 되게 하라”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면서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5. 우리는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민족의 평화통일을 기뻐하심을 확신하고 평화통일은 민족의 과제이며, 한국교회의 역사적 소임임을 선언합니다.
6. 우리는 인류의 죄악을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와 같이 평화통일을 위해서 끊임없는 자기희생의 노력이 요구됨을 인식하고, 사랑과 정의, 평화를 이 땅에 이루는 일에 앞장 설 것을 선언합니다.
7. 우리는 화목케 하시고, 교통하게 하시는 성령님의 능력을 힘입어, 남남, 남북, 국제적 모든 갈등을 해소하는데 본분을 다 할 것을 선언합니다.
우리는 성삼위 하나님께서, 신사참배의 참회와 고백 및 평화통일 선언을 받으시어 남과 북에 내리신 진노를 거두시고, 한국교회의 화합과 부흥을 주시며, 우리 민족에게 거룩하고 정의로운 통일의 새 나라를 열어주실 것을 확신하고 고대하면서, 이 참회와 고백 및 선언을 한국 모든 교회로 확산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엄숙하게 다짐합니다.
[실천강령]
1. 우리는 매월 첫째 금요일을 통일을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며, 교회의 일치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기도로 풀어나가는 통일기도운동을 한국 교회 전체로 확장시켜 나갈 것을 다짐한다.
2. 우리는 정부 예산의 1%를 평화통일을 위해 사용할 것과 교회 예산과 개별 그리스도인 소득의 1%를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해 사용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 운동을 벌여 나갈 것을 다짐한다.
3.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운동에 더 많은 한국교회가 동참할 수 있도록 교파와 이념을 넘어서서 단결할 것을 촉구하며, 이를 위해 근실하게 연대하여 나갈 것을 다짐한다.
2008년 9월 9일
신사참배 70년 참회와 평화통일을 위한 세미나 및 기도회
참석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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