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에서 나타난 교회 지도자들이 범한 실수(발제문)
                -유럽교회와 독일교회-
              
          김영한(한복협 신학위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기독교는 주어진 역사적 상황 속에서 부동(浮動)하지 않고 세계역사를 바꾸는 위대한 일을 해내었다. 이것은 기독교가 자기의 자리에서 영적 정체성을 보유할 때만 가능했던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은 종교개혁을 통해서 기독교가 모태가 된 서구의 역사를 중세에서 근세로 나가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루터나 칼빈 등 위대한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러한 역사적 변화의 과정에서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이들도 인간이었고 그 시대의 아들로서 문화적 사회적 제약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편견과 아집과 잘못을 범했고, 그것과 생전에 결별하지도 못했다.  본 발표에서는 유럽과 독일 교회지도자들의 실수를 들추어봄으로써 오늘날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을 삼고자 한다.

1. 콘스탄틴 황제 대한 지나친 칭송

정치와 종교와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있어 역사적인 교훈을 귀담아야 들을 필요가 있다. 초대교회는 3백여 년 동안 말할 수 없는 박해를 당했다. 그러다가 서기 313년에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에 자유를 부여했다. 황제는 제국 곳곳의 성직자들을 왕궁에 초청하여 감사예배를 드렸는데 성직자들은 기독교의 승리를 구가하면서 콘스탄틴 황제를 치켜 세우는 발언을 했다. 궁중신학자 유세비우스는 오래 전에 예언된 메시야적 예언이 지금 눈 앞에서 성취되고 있다고 황제를 칭송했다. 또 콘스탄틴 황제에 대해 그의 성품이 전능하신 자의 덕을 드러내고 있다고 묘사하며 하나님께서 그의 통치기간을 30년에 국한시키지 않고 영원의 기간까지 연장하기를 바란다는 말까지 했다. 이것은 인간권력의 절대화 시도이며, 황제개인의 신격화 시도이었다. 초대교회의 생동적인 기독교가 그 영성을 상실하게 된 것은 기독교가 로마라는 국가종교 제도에 편입하게 됨으로써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교회사가들이 말하기를 기독교의 타락은 바로 기독교가 신앙의 자유를 구가했던 서기 313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스위스의 신학자 에밀 브룬너는 기독교의 공인과 더불어 제도화에 편입되면서 초대교회가 가졌던 생동적이고 인격적이고 카리스마적인 것은 사라지고 경직된 제도화와 기구화가 시작되었다. 이것이 교회의 변질이었다고 말한다.

2. 독일 농민전쟁에 있어서 권력자에 편에 섬

루터는 농민전쟁에 있어서 귀족을 옹호하고 농민들의 반란에 대하여 진압해야 한다는 실수를 범했다. 농민들은 루터를 자기들의 입장을 중재할 수 있는 종교지도자로 생각하고 그를 신뢰했다. 농민들은 루터가 쓴 글, [평화의 권면, 슈바비아 지방의 농민들의 12조항에 대한 답변]에서 루터의 권면이 성경에 의하여 확인된다면 그들의 입장을 기꺼이 취소할 수 있다고 선언하였다. 농민들은 루터를 중재자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루터의 중재가 결렬되고 1524년 여름 농민폭동이 일어났다.

루터는 폭동이 일어났을 때 더 이상 농민의 편이 아니라 제후의 편에 섰다. 1522년 초에 루터는 다음같이 썼다: “나는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언제나 폭동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 편에 - 이들의 주장이 아무리 부당하다 할지라도- 서고자 한다. 나는 폭동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주장이 아무리 정당하다 할지라도 그들을 반대한다.” 루터는 제후의 편에서 서서 농민들의 폭동을 반대하였다. 루터는 권력자의 편에 섰던 것이다, 그리하여 폭동을 일으킨 농민들을 무력을 사용하여 진압하는 것에 대하여 찬성하였다.

루터는 종교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후들의 지원을 받아야 했으므로 농민들이 제후에 대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폭동을 야기했을 때 제후의 편에 서서 농민들을 폭도로 규정하였다. 이것은 루터의 실수였다.

루터는 농민들을 세가지 죄로 비난하였다; 농민들은 권세에 불복종하여, 반란, 약탈및 살인을 자행하였으며, 그들의 악행을 복음으로 위장하였다. 루터는 제후들이 위법자들을 막지 못한다면 하나님께 죄를 범하고 폭도들에 의해 자행된 모든 살인에 대한 죄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루터는 말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인내와 자비를 위한 여지가 없다. 지금은 칼의 때요, 자비의 날이 아니다.”

이처럼 농민들이 폭동을 일으키자 루터는 그를 중재자로 신뢰하여 따랐던 농민들의 중재자가 되기를 그치고 무력에 의한 진압자의 편에 서게 된 것이다. 이것은 루터의 인간적인 한계요 양자 중에 하나를 선택할수 밖에 없는 제한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당시에 루터는 자신이‘군주들의 아첨꾼“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농민전쟁을 통과하면서 서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그리하여 루터교회는 체제를 갖추고 위계화 되기 시작하였다.  

3. 유대인에 대한 지나친 편견과 반유대교 사상

루터는 초기에는 당시의 유대인에 대한 잘못된 취급에 반대의 입장을 확고히 하였다. 1523년‘예수는 유대인으로 태어났다“고 이들의 관계를 새롭게 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생애말년 유대인들에 대하여 아주 적대적인 생각을 피력하였다. 루터는 목사와 회중들에게 유대인들과의 교제를 삼갈 것을 요구하였다.

루터는 1543년 [유대인들과 그들의 거짓말에 관하여]라는 저작에서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대인들에 대한 탄압을 주장하였다; “그들의 회당들과 학교들을 불사르고, 불사를 수 없는 것들은 매장하고, 흙으로 덮을 것,”“모든 그들의 기도서들과 탈무드 저작들을 몰수할 것,”“그들의 랍비들이 가르치는 것을 금지할 것.”“그들에게 고리대금업을 금지하고, 모든 현금과 은금을 빼앗아 보관할 것“ ”젊고 튼튼한 유대인 남녀들의 손에 도리깨, 도끼, 괭이, 삽, 실감개 대, 물레가락을 주어 이마의 땀으로 빵을 벌게할 것“ 등을 권고하였다. 루터가 말년에 쓴 이 저작은 나치에 의하여 오용되어 수백만의 유대인의 살육을 초래하였다. 그래서 루터는 ”히틀러의 아버지“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루터의 이러한 반유대교 사상은  그 시대의 주도된 이념에 포로가 된 것이었다.  

4. 교황주의를 적그리스도로 간주

루터가 면죄부의 판매를 거부하고 교황주의의 각종 오류(공로의 의, 교황무오)와 미신주의(화체설)를 거부하고 예배를 개혁하고 만인제사장설을 주장하고 이신득의를 재발견한 것은 그의 거대한 공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터가 교황주의를 적그리스도로 보았다는 것은 그의 과오라고 말할 수 있다. 교황제도는 교황을 그리스도의 자리에다 세웠으며, 하나님의 말씀대신에 교황의 말과 종교의식이 교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을 그의 공헌이다.

종교개혁 이후 로마 천주교의 개혁운동으로 1545~1563년 사이에 간헐적으로 25차례나 열렸던 트리엔트 공의회가 있었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성서와 전통의 권위에 근거하여 믿음과 선행으로 의롭다고 인정받는 교리를 채택했다. 이러한 로마 가톨릭의 교리는 우리 개신교와 다른 것이기는 하나 적그리스도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독일의 경우 뮌스터에서 맺어진 1648년 신구교종교협약이 있은 이후 두 종교는 대립과 갈등을 지양하고 화해를 계속해 왔으며, 오늘날에는 튀빙겐이나 뮌스터, 뮌헨 등에는 개신교신학부와 가톨릭 신학부가 같은 건물 안에 거하고 있으며, 개신교와 가톨릭 신학자들이 공동으로 성경주석을 펴내고 있다.

5. 세르베투스의 처형

스페인 출신의 세르베투스(Michael Servetus, 1509-1553)는 칼빈의 반대편에 서서 칼빈을 “개신교의 교황”이라 부르고 예정론도 반대하였다. 그리고 그는 유아세례 반대하였다. 그는 삼위일체에 관한 비정통주의적 견해로 말미암아 1553년 제네바에서 화형 당하였다. 칼빈은 1553년 이 반삼위일체주의자 세르베투스를 “미친개”라고 부르고 그의 처형에 동의하였던 것이다. 칼빈은 그를 처형하기 보다는 당시 재세례파들에 대하여 했던 것 처럼 오류를 지적하고 고치도록 권면하고 제네바에서 추방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 보다 인문주의적인 입장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것은 종교의 적을 정치적 적대자 처럼 처형한 것으로, 칼빈의 실수였다.

처형 360주년이 되는 해인 1903년 칼빈주의자들은 세르베투스가 처형된 자리에서 칼빈의 잘못과 그 시대의 잘못을 비판하면서 속죄의 비석을 세웠다. 이들은 세르베투스의 편에 서서 칼빈을 비난하여 말하기를 기독교인의 양심까지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라 했다.

결론
위대한 종교지도자들은 하나님의 사람이었고 로마의 기독교화, 종교개혁 등 훌륭한 일들을 하였다. 그러나 이들도 인간이었고 그 시대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벗어나지 못한 편견과 한계가 있었다. 이들도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한 것이다.

한국정치사에 있어서 장로대통령이 두 번이나 있었다. 초대 이승만장로가 이끄는 자유당 정권은 초기에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의 기본을 닦았으나 후반에 들어와 우남공원이 생겨나고 동상이 세워지면서 독재로 변모하면서 4.16시민혁명을 초래하였다. 두 번째 장로 대통령인 김영삼 문민정부는 초기에는 군사정권의 잔재를 청산하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고 청교도적인 국정운영 자세를 보여 주었으나 후반에 들어와 아들의 국정개입과 IMF 금융위기를 초래하여 오점을 남겼다. 따라서 두분 장로대통령은 공도 있으나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었다고 역사에 기록되기는 힘들 것이다. 장로 대통령의 실패에 그 뒤에 있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명철과 소신을 갖고 대통령에게 바른 방향을 제시해주었다면 이들이 실패하지는 않았나 생각해 본다.  

장로가 세 번째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이번 세 번째 기회를 단지 교회의 영향력 증대의 기회로만 느끼고 정치권에 줄서기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길이 결코 아니고 오히려 복음전도와 한국개신교의 위상을 추락시킬 것이다. 한국교회는 오히려 이명박 정부와 거리를 두면서 격려하고 비판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현정부를 도와주는 것이며 교회의 위상과 복음전파에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