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위기와 한국교회의 역할
-생태신학의 관점에서-
김영한 (한복협신학위원장/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생태계 위기의 현황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생태계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매일 1백여종의 동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으로 식수가 오염되거나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아열대 지방으로 변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으며, 그 면적이 해마다 줄고 있다. 지구환경이 이처럼 파괴시킨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의 배출이다. 유엔환경계획은 온실가스의 배출을 막기 위해 국가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해줄 것을 각국에 요청했지만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거대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특히 2007년 12월 태안앞바다의 유조선 기름 유출에 의한 서해안 생태계의 오염과 파괴경험은 생태환경의 보존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전국민적 교훈을 가져다 주었다. 이러한 생태계의 재앙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연착취에 대한 하나님의 응징이요 심판이다. 우리는 생태계의 재앙을 통해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우리는 생태계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가르침을 고찰해보고 한국교회의 역할을 성찰해보고자 한다.
I. 생태계에 대한 바른 이해
1. 창세기의 가르침: 자연과 인간의 불가분적 상호귀속성
창세기 1장과 2장은 창조된 자연의 유기체적 불가분성과 연결성과 상호귀속성을 말하고 있다. 창조된 자연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된 하나의 통일된 체계를 지니고 있다. 모든 생물들은 다양하게 지워졌으며, 상호의존하여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생태환경은 어디를 보아도 서로 질기게 끊을 수 없는 관계들로 이어져 있다. 인간은 창조의 청지기이다:“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 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창 2:15).
2006년 2월 필립핀의 레이케 섬 마을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한 마을 3000명이 매몰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그 이유는 무분별한 벌목이 원인이었다. 이 섬은 코코넷 재배를 위해 산악지대의 나무를 남벌, 민둥산이 된 상태에서 2주간 의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인간중심적인 생각과 행동들이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파괴하고 있다. 이 세상의 동물들과 식물들이 없이 인간의 삶이 가능한가? 자연 환경 속에서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이요, 자연과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은 인간 자신의 죽음과 파멸의 길을 걷는 것이다.
2. 자연을 하나님의 창조로 다시 발견
하나님은 이처럼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된 창조의 질서를 보시고 기뻐하셨고, 좋았더라고 말씀하였다. 이것은 단지 미적차원을 너머서서 윤리적으로 선하다는 “선한 창조 사상”을 말하고 있다. 시편은 이러한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에 관하여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다. 살아있음의 기쁨과 생명에 대한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축제의 영성이 말한다. 동시에 인간중심, 백인중심, 남성중심, 여성중심의 사고는 일면적인 사고요 편파적인 사고이다. 창조세계의 선한 관계를 파괴하는 잘못된 지배관계를 청산하는 저항의 영성을 요청한다.
성경은 인간만이 아니라 창조물이 하나님과의 계약관계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창조의 내재적 가치를 인정한다. 그렇다고 창조 그 자체가 신격화되는 것은 아니다.
○범신론적 생태사상의 거부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이 1978년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책을 냈다. 그가 이 책에서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을 제시하였다. 가이아(Gaia)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으로 지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러브록이 말하는 가이아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다.
그는 [가이아 보복]이라는 최근의 책에서 지구 온난화 현상을 살아 있는 지구의 열병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는 지구가 그 열병으로 인해 온도조절 능력을 상실하여 결국 인류문명의 종언을 가져올 것을 경고하면서 지구적 환경재앙을 피하기 위하여 현재 소비하는 화석연료 약 70%을 빠른 시일 내에 줄여야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가이아 이론의 공헌은 현대문명이 약속한 무한성장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닌 허황한 유토피아 신화와 인간중심의 소비중심적 가치와 삶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가이아의 세계관은 범신론적 생태계관을 지니고 있다. 가이아 세계관에 의하면 그것은 거대한 자연의 자기조절의 과정일뿐이기 때문에 인간이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이아 세계관에 의하면 지구는 여신으로서 스스로 자기의 정화한다는 것이다. 생태계를 신격화 한다. 이것을 수용할 수 없다.
3. 자연에 대한 인간의 청지기성
창세기 2장 8절과 15절은 땅에 대한 지배가 아니라 청지기적 책임을 말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양육하고 돌보라는 것이다. 환경에 있어서도 우리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책임져야 한다. 인간은 창조의 청지기로서 지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하나님이 맡기신 창조를 훼손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 환경을 유지가능하고 건강하게 보전하는 사명을 각성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오늘날과 같은 고도 소비의 시대에 근검 절약하는 칼빈주의적 윤리인 세계내적인 금욕(innerweltliche Askese)의 삶의 태도가 요청된다. 청지기 사명이란 다른 생명을 지배하고 착취할 수 있다는 특권적 사고에서 회개하는 것을 말한다.
1) 린 하이트의 오해
태초의 창조는 린 하이트(Lynn White)가 시도하는 바같이 인간중심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그는 창세기 1장 28절을 인간지배를 정당화하는 인간중심적 사상으로 해석한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생태계의 위기가 이러한 기독교의 인간중심주의에 기인하며 생태계의 위기의 책임은 기독교에 있다고 말한다. 하이트는 그의 저서 [우리의 생태학적 위기의 역사적 뿌리)(Historical Root of our Ecological Crisis)라는 저서에서 “기독교는 역사상 가장 인간중심적 종교”(Christianity is the most anthropocentric religion the world has seen)라고 규정하였다. 그는 기독교의 창조신학을 인간중심의 세계관이라고 보아 기독교의 창조신학이 인간과 세계의 대립이라는 이원론을 발달시키고 오늘날 생태계 위기의 주범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그의 견해는 분명히 기독교 창조신학에 대한 오해였다. 성경은 창조의 목적이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안식과 영광이라고 가르친다. 하나님의 안식은 창조의 목적이었다. 이 안식일에 하나님은 그의 창조의 영광을 보시고 기뻐하셨다
2) 인본주의 생태계관 수정
청지기직의 남용은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을 초래한다. 그 구체적인 예가 오늘날 생태계의 파괴결과로서 나타나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등 각종 생태학적 재난이다. 인본주의 생태관에 대하여 우리는 하나님 중심의 생태계관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근대과학적인 자연개념의 변화를 의미한다. 근대적인 세계상에 있어서 자연은 단지 물질, 사물, 객관으로서 계산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자연개념에서 근대서구적 사고에 깊이 스며든 자연에 대한 착취사고(Ausbeutungsmentalität)가 유래하였다. 인간은 만물의 청지기이지 지배자가 아니다. 만물은 인간 없이도 하나님의 영광을 자연의 원(原)언어로써 선포하기 때문이다. 시편 19편은 자연이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고 노래하는 존재론적 언어를 말하고 있다. 이 존재론적 언어는 “언어가 없고 소리가 없으나 그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 말씀이 세계 끝까지 이르도다”(시 19,3-4)에서 보는바 창조의 소리이다.
4. 창조의 성만찬 공동체
생태계의 위기에 직면해서 창조질서의 회복이란 세계를 하나님의 창조로 인식하고 세계를 하나님의 숨어있는 현재의 성례전(das Sakrament der verborgenen Gegenwart Gottes)으로 이해하며 하나님과의 사귐의 처소로 파악하는 것이다. 창조를 성만찬의 공동체로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이 성만찬적 존재(das eucharistische Lebewesen)라는 데 기인한다. 인간은 다른 생물처럼 단순히 이 세계 안에 살지 않으며 그리고 세계를 단지 지배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감사드리면서 찬양하며 하나님께 헌신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은 그의 은사로서 근본적으로 성만찬적 존재이다. 자연은 말 없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그러나 인간은 그의 언어와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차원적인 언어와 감정으로 피조물을 대신하여 하나님을 찬양한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은 성례전적 행위에 있어서 피조물을 대리한다. 여기에 인간의 제사장적인 차원이 있다.
5. 창조에 대한 새로운 관계: 공감적 세계상
미래학자 루쯔(Rüdiger Lutz)는 “부드러운 전향”(sanfte Wende)에 관하여 말한다. 공감적 세계상(neues konsensuales Weltbild)을 갖는 것이 요청된다. 이것은 여태까지 우리에게 낯설었던 것과 공감(Mitgefuehl)을 갖는 세계상을 말한다. 우리 인간 사이 그리고 비인간인 자연에 대한 우리의 관계에 있어서 공감을 회복해야 한다.“부드러운 전향”이란 태도의 변화를 말한다.
“부드러운 전향”이란 소극적으로는 산업주의자들의 개발사고와 기계기술주의자들의 팽창사고로 부터의 전향을 말한다. 이 전향은 적극적으로는 창조세계에 대한 신뢰적인 개방을 말한다. 자연과의 공감을 갖는다는 것은 새로운 기술, 근본적으로 변화된 산업, 다른 삶의 방식, 변화된 국제 정치 그리고 새로운 다른 모랄을 의미한다. 새로운 모랄은 옛 지배와 착취이상(理想)의 포기를 위험한 소유강요로부터의 해방으로 느끼고 그리고 이웃사랑을 넘어서서 동료창조물성(Mitkreatuerlichkeit)으로 나아가는 공감에의 능력(Befähigung zu einer Sympathie)으로 느끼는 것이다.
새로운 생태학적 모랄은 자연에 대한 지배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책임을 말한다. 이 책임이란 수용에서 오며 공감과 나눔에의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자연과의 일치를 추구한다. 그러나 이 일치나 공감은 범신론적인 융합이 아니라 창조자와의 관계 안에서 자연을 하나님의 선물이요 창조로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II. 한국교회의 역할
1. 생태학적 사고의 각성
한국교회는 우리를 생태학적 회개와 비전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인간중심적인 소비중심적인 삶에서 돌아서는 것이다. 창세기 1장 28절에 대한 근본주의적 해석의 수정, 인간중심적 해석 수정,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소유권(dominion)을 의미하지 않고 창조자에 대한 대리권 내지 사용권(stewardship)을 말한다. 자연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은 하나님이시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위임받은 자, 대리인에 불과하다.
2. 생태학적 윤리의 각성
이러한 운동은 모든 생명 간의 유기체적 관계성을 중시하면서도 인간의 책임과 돌봄의 윤리를 강조하는 생명살리기 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소비중심의 사고와 삶에서 돌아서며, 생태자연에 대한 외경 사상이 각성되어야 한다.
3. 생태보존의 운동
한국교회협의회가 환경주일예배, 환경영화제 개최, 환경백일장, 그림그리기 대회, 환경랩 경연대회, 아나바다 운동을 개최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온가족이 함께 환경주일예배에 동참토록 해 환경보전의 성서적 당위성을 선포한 후 가족단위로 교회청소, 분리수거, 유기물 비료 등의 활동에 가담토록 한다. 환경랩 경연대회는 신세대들에게 랩이라는 첨단 음악을 통해서 환경가사를 만들어 랩으로 부르게 하는 것이다. 아나바다 운동이란 자원을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운동을 말한다.
현재 기장교단 소속 향린교회는 에너지를 절약하여 마련한 생활비를 모아 전북익산의 들녘교회에 햇빛발전소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다. 유기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신뢰감을 형성해 온 두 교회는 발전소 건설을 통해서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이루는 도농연대공동체의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봉천 6동에 위치한 광동교회 등은 지역아동 공부방으로 사용하는 교육관 지붕에 태양광전지판을 올려 햇빛발전소를 세워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 예장통합총회에서는 녹색교회 프로젝트 일환으로 햇빛발전소를 광주동노회에 속한 추월산, 로뎀, 하남장수교회 지붕에 각각 1기씩 3기를 세우고 있다.
4. 녹색교회 운동및 생태계보존의 전도와 선교
생태계의 재앙에 직면한 한국교회의 선교는 창조세계를 보존하여 모든 생태생명을 살리는 생태생명의 선교여야 한다. 지구생명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는 과학기술, 그리고 생명과학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회개가 요청된다. 생태정의의 실현이 요청된다. 그것은 생태계의 무분별한 개발과 남획을 금하는 윤리이다.
2007년 녹색교회로 선정된 광동교회, 들녘교회, 송악교회 등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열가지 다짐으로‘새 하늘, 새 땅’의 비전을 행해 나아가고 있다. 오늘날 한국선교사들이 진출한 중국,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 있는 개발도상국의 생태 환경의 오염은 심각하다. 이제 한국선교사들은 이들 나라에서 영혼구원의 메시지와 더불어 환경 생태계 보존의 메시지를 전파해야 할 것이다.
맺음말
한국교회는 생태계 관리에 대한 소홀과 무책임과 교민한 지배에 대하여 대리적으로 회개해야 한다.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동역자로서 청지기의 챙김과 이치를 망각하고 생태계와 생명을 지배하고 조작하고 착취하는 동료인간에 대한 대리적 책임을 각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바른 생태학적 사유와 관계를 갖도록 하는 사명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 깨끗한 환경은 인간이 건강하게 이 지구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조건이다. 하나님이 선한 창조로 주신 건강한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보존을 우리는 해야 할 과제를 하나님으로부터 우리는 부여받고 있다.
생태계의 위기에 직면하여 한국교회의 선교는 창조세계를 보존하여 모든 생명을 살리는 생명의 선교여야 한다. 이제 복음주의 교회의 선교는 단지 개인의 영혼만을 구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창조세계의 복지(생태계)와 인간사회의 평화(정의)를 함께 실현하는 생태정의의 선교가 되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