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주일까지 여름성경학교가 열렸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아이들이 몰려왔답니다.
교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
나는 옆에서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주방으로 들어갔죠.
권사님들과 집사님들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식사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너무도 일을 잘하시고 음식도 잘하시는 분들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역시.. 없었습니다.
그냥 기쁨조로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우스갯소리도 하고...

그러다가 설거지 당번으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100여명 이상이 밥을 먹으니 설거지 거리도 만만치 않겠죠?
첫날은 뒷설거지까지 한시간 이상이 걸렸고...
둘째 날은 봉사요원들이 많아 덜 걸렸습니다.
어쨌든...내 할 일을 찾아서 하고 나니 얼마나 뿌듯하든지...

권사님들께서.. 어떻게 사모님이 설거지를 하냐며 난리였고
극구 말렸습니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건데도 모두들
안 된다고 하다뇨.. 정말 이상합니다.

사실, 나는 무수리였습니다.
첫 번째 목회를 했던 수안보교회에서는 정말이지 모든 궂은 일을
맡아서 했던 기억이 납니다. 교회청소를 했고 풀도 뽑고 주일이면
성도들의 점심을 책임져야했고 잘하지도 못하면서 절기 때마다
떡이며 음식을 혼자서 도맡아했고 선교원을 운영할 때는
아이들의 점심이나 간식도 혼자서 해결해야했습니다.
오후엔 남편의 학비를 벌기 위해 아이들 피아노를 가르치고..

갑자기 그 시절 생각이 납니다.
앨범을 꺼내봤습니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한 갈래로 대충 묶은 머리..
다 쓰러져 가는 흙벽돌집..그리고 마룻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손님접대를 위해 준비하는 모습..
그리고 펌프가 있는 우물가에 앉아
남편하고 청년들과 함께 설거지하는 모습...

그 때 생각만 하면 실수와 허물 투성이였던 순간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가슴이 콩콩 뛰기도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정말 촌스럽기 그지없고 생각할수록 아픔만 떠오르는
어려웠던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그 시절을 고마워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드신 나의 주님 앞에 이런 고백을 드립니다.

"주님.. 아직도 순 엉터리지만..
요정도로 만드시기까지 정말 힘드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