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소크라테스의 풋내기 시절.
어느 날 소크라테스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됐습니다. 배에 타자마자 소크라테스는,누가 철학자 아니랄까봐,뱃머리에 턱을 괴고 비스듬히 누워 잔뜩 거들먹거리는 자세로 뱃사공을 향해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비맞은 중마냥 마 른 명태같은 몇 마디 말을 중얼거리다가,마침내 소크라테스가 뱃사공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신,철학을 아는가?"
"……."
"철학을 아느냐고 물었소. 그럼 당신,철학을 모르는가?"
"……."
"으흠,아무 말 못하는 걸 보니,철학을 모르는 모양이군. 이 보쇼,사람으로 태어나서 그 고상한 철학을 모른대서야 어찌 사 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노를 저어 먹고사는 무식한 뱃사공이지만,"사람"운운 하는 데서 그만 신경질이 벌컥 나고 말았습니다. 그렇잖아도 혼자 노를 젓느라 가뜩이나 숨가쁜 판에,발밑에 비스듬히 자빠 져서 한가한 소리나 너줄대고 있는 백면서생이 몹시 얄미워졌 습니다. 이 뱃사공,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고 뭐고 잠시 접 어두고 그만 강 한 가운데서 미친 척 조각배를 휘영청 엎어버 렸습니다.
……물에 빠진 소크라테스가 눈을 휘번득이며 허부적 허부 적 쉴새없이 물을 들이키고 있는 동안,뱃사공은 조각배를 다시 뒤집어 놓고 뱃전에 앉아 느긋하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습니다. 헤엄을 못치는 소크라테스가 거의 정신을 잃을 무렵에야,뱃사 공이 마지못해 달려들어 소크라테스를 구원시켜 주었습니다. 물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속된 말로 배꼽이 요강뚜껑만하게 된 소크라테스를 건져 강변 모래밭에 던져놓고,시름없이 배에 들어 간 물을 뽑아주었습니다.
……한참 만에야 겨우 제 정신을 차린 소크라테스에게 뱃사 공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아는 그 철학인가 뭔가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 서 네 눈에는 내가 사람같이 안 보일지 모른다마는,뭐,철학이 란 게 별 것이냐? 내 생각에 참다운 철학은,물에 빠졌을 때 헤엄칠 줄 아는 그것이다. 물에 허망하게 빠져죽을 뻔한 네가 감히 철학자라고? 그 개똥철학을 모르는 나는 사람도 아니라 고? 야,이 녀석아,사람도 아닌 녀석에게 구원을 받은 너는 그 럼 대체 무엇이냐? 너도 잘 모르겠지? 야,철학잔가 뭔가하는 웃기는 소군(君)!
너 자신이나 먼저 알아,임마!"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아니면 어느 누군가가 웃자고 꾸며낸 이야기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 어쨌든,이 날의 기억이 얼마나 가슴에 박히고 뼈에 사무쳤는지,소크라테스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제자들을 모아놓고 틈만 나면,
"너 자신을 알라"
고 가르쳤다는 것입니다. 그래,오늘도 초등학교 사회시험지에 소크라테스와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줄긋기 문제로 종종 등장 하곤 하는 거지요.
사람들로부터 퍽 드높은 명망을 얻었던 위대한 철학자였음에도,정작 한 이불 덮고 자는 아내 하나를 잘 거느리지 못하여,까마득한 세월이 흐른 오늘까지도 소크라테스의 아내는 순악질여사의 대명사로,동서고금 악처의 상징으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아이러니지요. 어쩌면 포악한 아내 하나를 제대로 거느리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심한 자조가 "너 자신을 알라"는 가르침으로 강조되어 나타났는지도 모를 일이고,그래서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소크라테스가 소크라테스된 제 1 원인으로 소씨 아내의 포악성을 드는지도 또한 모르지요. 하지만 이 역시 아내에게 주눅들어 사는 사람들의 궁색한 자기변명성 발언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얄궂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바로 이 소크라테스가 죽을 때의 이야기.
뚜렷한 범죄 사실도 없이 애매히 옥고를 치르다가 이내 독약을 마시고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을 때,평생 아내에게 당하면서 쌓아온 인고의 능력을 십분 발휘,"악법도 법"이라는 썩 괜찮은 말로,도망칠 것을 종용하는 충직한 제자들의 입을 막은 소크라테스의 유언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위대한 철학자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한 마디는 어이없게도,
"아무 거리,거시기 골목 모퉁이에 있는 통닭집에 통닭 두 마리 외상값을 미처 갚지 못했으니,그 외상값 너희가 '대신' 좀 갚아다오"였습니다.
"다 이루었다." (신약성경 요한복음 19장 30절/ 예수님 말씀)
인류의 죄값을 "대신" 치르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극한 수치와 고통을 몸소 당하신 예수님께서 마지막 숨을 거두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무엇을 다 이루었다는 것인지는 따지지 맙시다. 그저,통닭 두 마리 외상값도 해결하지 못한 고명한 철학자와,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뭔가를 "다 이루었다"는 분의 이야기가 얼마나 엄청난 격조의 차이가 있는가만 생각합시다. 악독한 죄인들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사랑이 없으면 살지 못할 숱한 인생들을 목숨 바쳐 섬겼으며,삶을 참으로 순결하고 해맑게 사신 예수님의 행적으로 미루어,이 분의 이 마지막 말 또한 매우 진실한 것임을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누가 뭐래도 그 분은,그 분을 안 믿는 사람들로부터도 소크라테스와 더불어 적어도 세계 4 대 성인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무엇을 다 이루었다는 것일까요?
그것을 확인해보기 위해,신약성경의 복음서들(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을 심심풀이로라도 한번쯤 읽어보시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이 예수님이 무엇을 "다 이루었다"는 것인지,정말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광우목사
전주열린문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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