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시절,강남터미널 지하 상가에서 파카 하나를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싼 값에 비해 퍽 따뜻하고 가벼워서 무던히 줄기차게 입어댔지요.
그러던 어느 날,완행버스를 기다리는 동안,따분함을 달래려 눈을 내려깔고,입고 있던 그 파카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저는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제 파카 호주머니 뚜껑에 그 유명한 "런던포그(LONDONFOG)">라는 상표가 붙어있는 게 아닙니까? 설마 하는 생각으로 새겨진 글자를 좀 자세히 보니,어이없게도 그건 런던포그가 아니라,
"런덤포그(LONDOMFOG)" 였습니다. '
런던'의 N자를 M으로 슬쩍 바꿔치기 함으로써 교묘하게 눈가림만 해놓았던 것입니다. 유명상표일수록 이런 식의 유사상표가 많은 사실은,치열한 '자유시장경제 원리'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제 퍽 익숙한 일이 되었습니다. 사단(마귀)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나니,그러므로 사단의 일꾼들도 자기를 의(義)의 일꾼으로 가장하는 것이 또한 큰 일이 아니라.
(신약성경 고린도후서 11장 14-15절) '예수믿으라'고 전도하며 다닐 때마다 가장 빈번히 접하는 장애물이 바로 이런 '기독교의 런덤포그' 문제입니다. 우리 주변에 값싸게 지천으로 널린,광명의 천사로 잘도 가장하는 사이비 기독교(인) 때문에 기독교의 본질이 참으로 어이없이 오해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세인을 놀라게 하는 대형사건 사고에 혹 기독교 물을 먹은 듯한 사람이 하나나 끼면,마치 기독교의 본질에 큰 오류나 있는 듯이 다짜고짜 대문짝 만하게 보도해대는 일부 저질 언론인들(대개가 기독교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사람들)의 횡포,기
독교인이 전혀 아니면서도 기독교 문화권 안에서 어영부영 행세하는 얼치기 교인들의 범람,기독교의 찬란한 옷을 걸친 채 뒷전으로는 엉뚱한 짓을 하는 각종 기독교 이단들(예컨대 몰몬교,마호멧교,각종 불건전한 신비 은사주의,현세 기복주의
,조잡한 시한부 종말론 등등)의 발호 덕분에,영광스런 '기독교의 참된 본질'이 너무나 참혹하게 오도되고 있습니다. "말 마쇼. 우리 옆집에도 ○○교회 집사(장로)라는 작자가 사는데,나 그 사람같이 될까봐 예수 믿기 싫다우. 차라리 나 혼자 착하게 사는 게 낫지…….
전도할 때 자주 듣는 기막힌 소리입니다. 퍽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이지만,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이처럼 어리석고 무모한 주장은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갖은 핑계를 대면서 교회당에 나오기를 꺼리는 분들은,옆집사람이 어쩌다 식중독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그게 무서워서 밥을 계속 굶다가 죽어 가는 사람이나 하등 다를 바 없습니다.
좀 잘못된 사람들(기독교의 런덤포그)을 보고,그들을 탓하며 예수 믿기를 꺼리는 사람들 중에,성경을 단 몇 줄이라도 차분히 읽고 연구해본 다음에 "기독교는 몹쓸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분을 거의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좀 생각해 보십시오. '런덤포그'라는 상표가 붙은 옷을 들고 '런던포그' 회사에 쫓아가 제품이 형편없다고 생떼를 쓴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무리 점잖게 설명을 해도,
"런던포그나 런덤포그나 다 그게 그거 아니냐" 며 눈딱감고 대드는 데 대해서는 달리 무슨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이런 불량상표가 나도는 한,앞으로 나는,옷이라는 것을 아예 입지 않고 벌거벗고 살겠다"며 억지를 쓰는 막무가내의 사람
들을 정말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8×8 〓 (62)
어떤 국민학교 2학년 학생의 산수 답안인데,물론 오답입니다.
좀 잘못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을 보면서 기독교의 본질을 아예 싹수머리 없는 것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분들은,이 학생의 틀린 답안지만을 보고,'구구단은 엉터리'라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똑같습니다.
교회당은 천사들의 집합소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당은,"심각한 죄인들이,하나님 앞에 나와 생명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 태어나서(重生) 훈련받는 곳"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교회당 주변에는 언제나 "광명의 천사"로 가장한 런덤포그들이 들끓기 마련입니다.
또 설사 하나님의 말씀으로 변화를 받아 새생명(하나님의 자녀)으로 태어난 사람이라 하더라도,갓난아이가,분명히 사람이면서도 못하는 일이 많듯이,아직은 영적으로 성숙하지를 못해서,하나님의 말씀에 어긋나는 삶의 '틀린 답'을 세상이 떠들썩하게 쓰는 이들도 많습니다(반면에 대다수의 성숙한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의 교훈대로 은밀히 봉사하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따라서,역설적으로,"기독교에 런덤포그가 많은 점"이야말로 기독교가 정말 진리라는 뚜렷한 증거인 것입니다.
구구단을 잘못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해서 구구단을 아예 쓰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마음껏 예수쟁이들을 욕하십시오. 그렇지 않다면,구차한 핑계 그만 대시고 이제 제발 예수 믿으십시오. 구구단이 아무 이상 없듯,기독교 역시 변함없는 생명의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이광우목사
전주열린문교회
sdglkw@unitel.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