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해 보았는가? 사춘기를 넘긴 나이의 사람보고 이런 질문을 한다면 실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그 나이쯤 되면 사랑을 안 해 본 사람이 거의 없을 테니까.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고들 한다. 사랑을 하면 귀가 먼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멀어도 단단히 머는데 이 때는 멀었어도 먼 줄도 모르고, 불편하지도 않고, 기쁘고 행복하기만 하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이란 책에서 하워드 핸드릭스가 꺼내 놓은 사랑의 이야기가 질펀하고 공감이 간다.
“내가 사춘기였을 때 예쁜 여학생과 데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나는 필라델피아 북동쪽에 살았고 그녀는 필라델피아 남서쪽에 살았다. 우리 집에서 그녀의 집까지 가는 데는 한 시간 사십오 분이 걸렸다. 전차, 버스, 지하철, 그리고 또 다른 전차를 한 번 더 타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보아야만 했다.
내가 문 바깥으로 달려 나갈 때 할머니가 뒤에서, ‘하워드야, 설거지 좀 도와줘야지.’하고 부르시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미안해요, 할머니.’ 반 블록쯤 내려가면서 내가 고함을 질렀다. ‘도와드릴 수 없어요. 제 여자 친구를 만나야 해요!’ 그리고 도시의 정반대편까지 가서 무엇을 했는가? 그녀의 설거지를 도와주었다. 이 날까지도 나는 나의 아내가 된 그 여인과 함께 설거지를 했던 일보다 더 기쁜 일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실감이 나는 이야기가 아닌가. 사랑을 하면 설거지를 한다. 그래도 기쁘고 행복하다. 그게 바로 사랑이란 거다. 이런 얘기는 성경 시편 84편 10절에도 나온다. “주의 궁정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 날보다 나은즉 악인의 장막에 사는 것보다 내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사오니”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성전 문지기 노릇이 마냥 기쁘고 행복하다고 한다.
이 얼마나 똑 같은 스토리냐? 시편 84편이 고라 자손의 시니까, 하워드 핸드릭스는 아마 고라의 후손임에 틀림없다?! 그것도 조상의 사랑놀이를 그대로 물려받은... 아마 시편기자나 핸드릭스가 아니어도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이런 이야기를 수도 없이 쓸 것이다.
그런데, 당신과 나의 모습은 어떤가? 수도 없이 써야 할 사랑 이야기를 얼마나 쓰고 있는가? 성도들 중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 보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위와 같은 사랑 이야기를 쓰라고 하면 몇 명이나 서슴없이 쓰는가.
사랑하는데 거리가 문제인가. 사랑한다면, 한 시간 사십오 분의 거리는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랑하는데 설거지나 문지기가 문제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집과 교회의 거리가 문제일까? 그런데 왜 우리는 교회에서 힘들고 궂은일 하는 게 문제일까? 한 번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 보자. 정말, 하나님을 사랑하는가?(yeu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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