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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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하늘을 봤다. 그러나 가슴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늘을 보나 하늘을 안 보나 마찬가지인 게 요즘 우리의 답답한 도시생활이다. 쌀쌀한 겨울이 봄을 집어삼키고 똬리를 틀고 앉아 느즈러지게 하품을 해대니 여름에서야 이제 봄이려니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날씨는 벌써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의 한 가운데이다.
그간 춥다는 이유로 겨우내 밀쳐놓았던 등산이란 일상을 집어 들었다. 4월이 여물다 이내 떨어지는 시점에서야 그렇게 되었으니 나도 어지간히 게으른가 보다. 올해 들어 처음 하는 산행인지라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산의 밑둥치를 흐르는 골짜기에서는 못 느꼈던 바람이 중허리를 돌면서부터 서서히 느껴지는가 했더니, 정상이 가까워 올수록 더욱 세차졌다.
기어이 산등성이에 오르자 내 몸뚱이를 날려버릴 듯 세차게 휘돌아 불었다. 강약을 다르게 부는 바람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지경일 때도 있었다. 그냥은 내 한 몸 지탱할 수 없어 나뭇가지를 잡아야 할 때도 있었다. 연주대 정상에 섰을 때는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어 그만 주저앉아 절절 기다시피 하며 얼른 하산하고 말았다.
바람 맞을 준비가 안 되었다면 등산을 하지 말라는 공식이라도 쓰는 듯 바람이 매몰찼다. 날씨가 참하고 계속 산을 오른 터라 바람이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그러나 몸조차 가눌 수 없게 부는 것을 보면서, 높이 올라올수록 바람이 세차다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리처드 바크는 그의 책 「갈매기의 꿈」에서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말했다. 그 말이 맞다. 등산을 해보면 그 말이 실감이 난다. 날 수는 없지만 산의 꼭대기에 서면 어디든 보이는 듯 한 착각을 느낄 때가 많다. 시야가 탁 트인다. 분명히 높이 있으면 멀리 본다.
그러나 높이 올라가면 바람도 세차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바람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 높은 자리는 그저 또 하나의 절망과 실패의 이력을 쓰는 도구일 뿐이다. 「갈매기의 꿈」에서도 갈매기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이 멀리 나는 것을 습득했을 때 집단 따돌림을 받고, 자신의 그룹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어떤 면에서 오늘날 문명의 맘몬이즘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게, 또 하나의 조나단 리빙스턴의 길을 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바람이 세찰 수밖에 없다. 때로는 바람을 맞고 뒹굴 수도 있다. 때로는 바람에 날아 온 돌을 맞고 자리에 누울 수도 있다.
예수를 믿으면 구원받고 천국을 소유한다는 단순한 진리 속에는 바람 맞고 죽을 각오도 하라는 말씀이 서려있다. 문명의 메커니즘이 물질적인 면으로 흐르면 흐를수록 기독교인으로 사는 게 무섭게 어려울 것이다. 그 바람 맞을 각오를 하고 천국이란 산으로 오르자.(yeu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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