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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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할머니인 듯싶은 늙수그레한 노파가 손자인 듯 보이는 아이에게 ‘에비!’하며 소리를 친다. 뜨거운 국그릇을 자꾸 끌어당기는 손자가 델까 봐 그러는 거였다. 참으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에비’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향수가 치밀어 오른다.
내 어린 시절은 참으로 안 되는 게 많았다. 대부분 가난으로 인한 안 되는 것들이었지만. 그러나 그렇게 안 되는 일이 많은 시절에도 공부는 끈질기게 연명을 하여 지금에 이르렀고, 지금 못 배운 한을 안고 있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어머니께 감사할 뿐이다.
심리학자들이 원숭이들에게 실험을 하였다. 우리에 원숭이 여러 마리를 넣어 놓고 가운데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바나나 열매와 수도꼭지를 달았다. 배가 고픈 원숭이가 바나나를 발견하고 따먹으러 나무 꼭대기로 올라오면 물을 폭포수처럼 내뿜어 바나나 열매를 따먹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몇 번을 시도하다가 결국 따먹지 못했다.
다른 원숭이들도 똑 같은 시도를 했지만 따먹지 못했다. 시도했던 원숭이들은 완전히 그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 밖에서 새로운 원숭이 한 마리를 우리 안으로 들여놓았다. 모든 원숭이들이 그랬듯 새 원숭이도 같은 시도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안에 있던 원숭이들이 방해하여 나무에 오르지 못하게 하였다. 새 원숭이도 그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나무 꼭대기에서 수도꼭지를 제거했다. 그리고 원숭이도 모두 새로운 원숭이들로 교체했다. 그러나 어떤 원숭이도 나무 위에 달린 바나나 열매를 따먹으려고 시도하는 원숭이가 없었다. 이미 원숭이 사회는 ‘나무에 오르면 안 된다.’는 에비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에비문화는 모든 원숭이 집단에 불문율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에비문화는 원숭이 집단에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지금 ‘경제가 어렵다.’는 에비문화에 걸려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요즘 같은 불황에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거나 장사를 시작하는 것은 곧 망하는 길이라는 에비문화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마이너스 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의 자구책은 지금 신앙 생활하는 성도들이라도 잘 관리하여 교회를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에비문화가 지배한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데지 않게 하기 위해 ‘에비!’라고 외치는 것은 꼭 있어야 할 일이다. 오늘날 한 명의 자녀 시대가 너무 ‘에비!’라고 외치지 않아 문제다. 오늘날 아이들은 안 되는 게 있음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막연한 에비문화에 젖어 적극적인 사회활동이나 신앙생활에 주눅 드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아무리 에비문화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해도, 당신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외쳐야만 한다.(yeu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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