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 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목장 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스타도라 스타도라 스타도라 품파 스토도라 품파 스타도라 품파 스타도라 스타도라 스타도라 품파 스토도라 품파 품품품”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불렀다. 사랑의마을, 안디옥교회에 부임한 이래 첫 번째 운동을 했다. 항상 아침에 가까운 산에 오르던 운동 버릇이 이삿짐 정리로 인하여 며칠 간 멈췄었다. 그러나 대강 짐도 정리되고 해서 처음으로 목장 길을 따라 걸었다.
사랑의마을 입구는 두 곳인데 한 길은 목장들을 거쳐 들어오는 길이고, 한 길은 골재 채취장을 거쳐 들어오는 길이다. 나의 첫 운동은, 앞으로 죽 그럴 것이지만, 이 길로 나가 저 길로 들어오는 것이다. 한 번 걸어보니 한 시간쯤 걸리는 게 운동 코스로는 딱이었다.
물론 노랫말처럼 밤길이 아닌 이른 아침 길이었고, 고운님도 곁에 없었다. 그러나 노래 속의 낭만을 느껴보겠다는 옹골찬 생각을 하며 목장으로 둘러싸인 길을 걸었다. 신산한 산들바람을 기대하며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낭만은 고사하고 오물 냄새만 가득했다. 소가 내려놓은 오물들에서 나는 냄새와 논밭에 뿌린 거름들로 인하여 나는 냄새는 코 둘 곳을 찾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참을 만한 것이기에 콧노래를 부르며 걸을 수 있었다. 시골냄새, 만약 이런 냄새가 없다면 우린 어떻게 살까? 당장은 감내하기 힘들지만 이런 냄새가 있기에 우린 풍요로운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다.
노랫말 속의 목장 길, 즉 낭만만 가득한 그런 길은 현실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우리는 너나없이 이런 현실을 가슴으로 맞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더욱 삶이 고까운지도 모를 일이다. 보이는 그것보다 어떤 눈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들리는 그 소리보다 어떤 마음으로 듣느냐가 중요하다.
도심에 살면서 전혀 듣지 못하던 노래 소리들을 들으며 잠에서 깬다는 것은 오롯한 행복이다. 참새 재잘거리는 소리가 그리도 자지러지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우리 집에 찾아오는 참새들이 지붕위에 앉아 노닐면 후드득후드득 소리도 요란하다. 참새들이 일찌감치 찾아와 떠들어대는 바람에 깨지 못해 새벽기도회에 늦는 일은 없을 듯하다.
그뿐이 아니다. 소쩍새의 구슬픈 울음소리, 구구 짖어대는 비둘기의 노랫소리, 많은 소리들이 산속에 있는 사랑의마을을 살아있는 곳으로 만든다. 어렸을 때 논길을 걷다 스르륵 지나가면 깜짝 놀라 가슴 쓸어내리게 했던 뱀들, 어엿이 사랑의마을에 살아있었다. 그간 도심의 생활에서 전혀 맛보지 못했던 행복들이 현실이 되어 나의 삶에 찾아왔다.
누구나 자신의 감정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유추한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에서 타인의 생각을 끌어낸다. 그러다 그것이 자신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실망하고 불행해 한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사랑의마을에서의 사역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현실 속에 비춘 하나님의 형상을 보며 살아가련다.
목장 길 따라 걸으며 역한 냄새만 맡는 게 아니라, ‘스타도라 품파' 낭만을 노래하기를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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