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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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도 속수무책일 때가 있다. 우리 지방의 선교부의 일을 맡은 사람으로서 지방의 연합 사업을 하다 보니 이런 저런 강사를 모셔야 하는 일이 많다. 올해만도 서너 명의 강사를 모셔 집회를 가졌다. 강사들 중에는 초청한 사람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이들도 있다.
금번 연합 전도대회의 강사도 그런 분 중 한 분이다. 4-50분을 두 시간으로 착각하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전하며 받은 진한 감동을 나누는 간증이라 얼마나 은혜가 되는지. 그러나 일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두 시간여를 넘기며 이어지는 간증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보니 이곳저곳에서 가방을 싸들고 일어나는 성도들이 생겼다.
이럴 때 나 같은 입장의 사람에게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법이다. 하나는 강사를 향한 불편한 마음으로 지금쯤 끝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성도들을 향한 것으로 이왕에 은혜 받으러 온 걸 좀 참았다 일어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둘 중 그 어느 것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을 때는 그냥 그렇게 하면 되고 내가 할 수 없을 때는 기도하라고 했던가? 그러나 이런 문제로 기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도 내가 할 수 없는 문제니 기도하자 마음먹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러나 강사님 말씀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은혜가 되는 것은 웬 얄궂은 장난이란 말인가? 내 기도는 보기 좋게 응답되지 않았다.
은혜를 받으면서 응답받지 못한 기도에도 뜻이 있음을 알았다. 짧은 순간에 다시 기도가 바뀌었다. 이왕에 은혜로운 말씀이 전해지는데 시간 때문에 은혜를 흘리는 이가 없게 해달라는 쪽으로. 예정된 시간과는 아주 거리가 먼 쪽에서 집회는 끝났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난 그 진한 은혜의 감동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당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실은 이 세상에는 그런 일이 훨씬 더 많다. 당신은 그럴 때 어떻게 하려는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한 가지 제안하고프다.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성도는 마치 스펀지와 같아야 한다. 많은 물을 품고도 결코 풍선처럼 터지지 않는 게 스펀지다. 성도는 그래야 한다.
나의 소원을 이루는 것, 나의 편리성을 도모하는 것, 내게 이익이 되게 구하는 것 등등으로 신앙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신앙은 그 반대다. 내 소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원을 이루는 것이다, 내가 편리해지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해 내가 불편해지는 걸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내 이익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내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너무 마음 졸이지 말라. 일의 진행을 보며 그 뒤에 숨은 하나님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그런 과정을 통하여 우릴 다듬어가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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