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목회할 때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이래 10여 년간을 아버지학교 강의를 하러 다니면서 이런저런 아버지들을 만난다. 지난 번 강의를 갔던 아버지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아버지가 나눔 시간을 통해 자신은 아내가 억지로 등록을 시켜 할 수 없이 아버지학교에 왔는데 계속 다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너무 길게 하고 제시간에 시작도 안 하는 걸 볼 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숙제를 해왔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안 했다’고 당당히 대답했다. 사회자도 웃으며 아버지학교는 숙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지만, 정말 아버지학교는 숙제를 하다 눈물콧물 쏟게 된다. 숙제를 발표하는 나눔 시간에도 변화의 물결이 인다.
그런데 숙제를 안 했다고 하는 걸 볼 때, 그 아버지가 변하기란 힘들겠구나 생각했다. 이후에도 아내와 싸워 냉전 중이라는 얘길 했다. 아버지학교는 변화를 전제로 진행된다. 가정에서 아버지가 변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변한다는 것, 쉽게 생각하면 쉬운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잘못된 것은 변해야 한다. 그러나 그게 그리 쉽지 않으니 삶이 오묘한지도 모른다. 난 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대하면서 변화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설교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한마디로 변화다. 내가 한 교회의 담임목사로 강단에 서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변화 때문이다. 할머니들의 변화! 그러나 그 길이 너무 멀어 좌절할 때가 있다.
이미 평균연령 여든을 넘긴 분들이고 보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물론 교회에서는 그럴 듯하게 보인다. ‘아멘’도 잘한다. 하지만 식사시간이나 숙소생활을 접하면 난감하다. 내가 그간 설교한 것은 그들에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날 때가 많다.
더하면 더했지 그네들의 욕지거리는 줄지 않는 것 같다. 쌍소리에 화내는 것, 서로 엉겨 싸우는 것, 큰 소리 치는 것, 자기주장만 일방적으로 하는 것, ….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도 가족끼리만 살 때 하고, 요양원에서 다른 어른들과 어울려 사는 것은 달라야 한다는 인식조차도 못하는 것 같다. 치매 등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어른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정상적인 분들도 입이 거칠고 행동이 자기중심적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소아기적 근성이 다분하다. 어떤 요구가 있을 때 큰소리부터 치고 본다. 안 되면 욕하고 떼를 쓴다.
‘늙으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의 설교는 그런 그들의 언행이 변화되기를 바라는 쪽으로 집중되기 일쑤다. 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변한다는 것,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변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영역이다. 이제는 설교가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 사역밖에는 의지할 게 없다.
“인간인 내가 못하는 것 주님이 해주시죠.” 오늘도 이 기도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하나님이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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