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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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해주세요.”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랑의마을에 장례가 났다. 참 오래도 사셨다. 100수를 누리셨으니. 이번에 103세 되신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그런데 그 유가족인 딸이 한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의 의미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장례 절차를 사랑의마을에서 알아서 해달라는 말이다. 사랑의마을의 기초가 기독교정신이니까 기독교장으로 지내 달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모든 비용을 사랑의마을에서 알아서 하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초창기 내가 초대원장일 때 들어오신 할머니이니 어림잡아 20여년은 사랑의마을에서 사신 분이다. 그간 의식주를 사랑의마을에서 책임졌다. 딸은 어쩌다 어머니 뵈려고 오면 그 어머니만을 위한 먹을거리를 아주 조금 가지고 와 어머니만 드리고 간 적이 있다고 직원들이 전한다.
그건 통상적으로 이곳에 피붙이를 맡긴이들이 면회 올 때 하는 짓은 아니다. 다른 노인들을 위한 배려를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녀와 그녀의 식구들의 모습은 화장장에 갔을 때 식사시간에 더욱 극렬하게 드러났다. 유가족은 같이 식사하지 않고 차 안에 있었다. 점심을 안 먹은 것이다.
생각건대 점심식사 비용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내자니 그렇고 안내자니 미안하고. 사랑의마을에서 지불했다. 물론 너무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머니를 돌본 사람으로 볼 때 ‘이건 아니다’ 싶다. 심지어는 입원비까지 사랑의마을에 미루었다고 한다.
하긴 주변 어르신들에 따르면 가끔 딸이 오면 할머니는 정부에서 수령하는 노령연금을 모았다 딸에게 주곤 했다는 풍문이고 보면, 가히 그 인간됨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자기 대신 어머니를 돌봐 준 이에 대한 은혜는 고사하고 망덕의 극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은혜를 안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일일까? 그런가 보다. 은혜를 아는 사람보다는 은혜를 모르거나, 망각하거나, 배은망덕 하는 이들이 많을 걸 보면.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태도는 어떨까? 아마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주신 분에 대한 감사는커녕, 날마다 불평하고 존재조차도 망각하고 사는 게 우리네 신앙인들의 모습은 아닌지 모른다. 항상 입만 벌리면 달라고만 했지 하나님께 드리는 모습은 좀처럼 나오지 않으니 원.
추수감사절은 자신의 배은망덕을 깨닫고 한번쯤 하나님의 은혜를 인정하고 감사하는 절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생명을 책임져주시고,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다스리고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를 드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추수감사절이다.
농사를 짓고 안 짓고를 떠나, 올해도 변함없는 사랑을 퍼부어주신 하나님에 대한 은혜의 보답을 이 추수감사절에 해야만 한다. 여전히 또 잊고 살게 뻔하지만 그래도 이번 추수감사절만큼은 그 은혜를 알고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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