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산지도 꽤 오래 돼 간다. 시골에서는 그리 쉽게 볼 수없었던 풍경이라면 수도 없이 건물을 헐고 다시 짓는 일이 빈번하다는 거다. 살만한 집도 더 높이 넓게 지어 올린다. 집을 새로 지을 때는 거의 예외 없이 컨테이너 박스 하나가 공사장 옆에 놓인다.
이름 하여 가건물이다. 예전에 베니어판으로 짓던 가건물을 요샌 컨테이너 박스로 대신하고 있다. 사무실이나 공사장 일꾼들의 숙식을 해결하는 곳이다. 새로 더 좋은 건물을 지으려고 예전에 살던 집을 헐 때는 다소간 서운함도 있다. 정이랄까, 뭐 그런 것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새 건물을 다 짓고 나서 가건물을 철거하면서 서운해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삶은 바로 가건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가건물을 철거할 때는 워낙 시끄럽고 슬프다. 목사의 직책상 장례식을 많이 치르는데, 장례식을 치르면서 시끄럽지 않은 때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죽음은 생의 마감이라 생각하기에, 그만큼 사람들이 죽음을 슬퍼하고 장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실은 진짜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그러기에 슬퍼하기 보다는 기뻐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다 얻고 다 누리려고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삶의 태도가 아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면서 지었던 육신이라는 가건물을 철거하고 진짜 삶을 찾아 떠날 때, 그 때 당신은 슬퍼하지 않을 수 있어야만 한다.
릭 워렌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미국 대통령과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미국으로 돌아온 은퇴한 선교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환호하는 환영 인파들, 군악대, 빨간 양탄자, 그리고 언론이 대통령을 뜨겁게 맞이했다. 하지만 그 선교사가 배에서 내릴 때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때문에 그는 자기 연민과 분노를 느끼며 하나님께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때 하나님은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내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아직 집에 온 것이 아니지 않니?’
그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내가 왜 그렇게 일시적인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했지?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 난 왜 그렇게 영원하지 않은 것들을 위해 많은 시간과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안간힘을 썼지?’
이와 같은 부르짖음이 우리의 마음에서 울리기 전에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 삶이 힘들어지고, 의심의 구름이 몰려오며, 그리스도를 위해 사는 것이 과연 가치가 있을까 고민하게 될 때 우리는 아직 집에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죽음이란 우리가 집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집으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