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다는 것,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다. 현재에 마뜩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에 감사가 더욱 어렵다. 감사는 지금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라는 시간에 만족하는 삶은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현재에다 맞추기 전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감사를 말하긴 하는데 감사할 줄 모르는 게 우리네 삶인지도 모른다.
“신은 반딧불에 감사하면 촛불을, 촛불에 감사하면 전깃불을, 전깃불에 감사하면 햇빛을 주신다.”는 말이 있다. 실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미래에 대한 바람을 갖는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은 불만족스러워도 참고 인내하고 기다리면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희망 말이다.
실은 무엇보다 그 희망이 아주 중요하다. 희망을 안고 있는 한 그는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만족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음은 곧 살만한 가치를 느낀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참 지루하고 긴 터널을 지나온 것 같은데, 그래도 시간은 가는 법. 이제 한 달 반을 남겨놓은 감사의 계절이 되었다. 교회들은 모두 한 결 같이 추수감사절을 지킨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우리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감사하며 산다는 것’, ‘추수감사절을 지킨다는 것’이 무엇일까? 새삼 시나브로 감사란 주제가 내 곁에서 떠나지 않고 맴돈다. 추수감사절 설교를 준비하며 자꾸 ‘감사’란 말을 되뇌기 때문이려니. 그런데 문제는 그 ‘감사’란 단어가 그냥 단어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난처함에 봉착한다.
이건 아니지 싶다. 목사에게 감사를 주제로 설교를 준비하고 여러 행사들을 준비하는 감사절, 예정한 대로 잘 치르고나면 아, 올해도 감사절을 무사히 넘겼구나 생각하는 감사절, 성도에게 감사절 하루 교회에 나가 딴 때보다 조금은 넉넉한(?) 감사헌금을 드리고 즐겁게 먹어주는 감사절, 당연한 얘기를 늘어놓는 감사를 주제로 한 설교를 참고 들어야 하는 감사절…,
우리네 감사절은 정녕 어떤 절기인가?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한번쯤 깊이 묵상해야 할 것이다. 일 년에 이맘때쯤 치르는 행사가 가미된 그런 절기라면 조금 더 깊이 묵상해야 하리라. ‘감사하며 산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니고 우리네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행사로 맞는 추수감사절이 아니라, 삶으로 안는 추수감사절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의, 그리고 너의 올해 추수감사절은 그랬으면 한다. 감사로 살아내야만 진정한 감사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추수감사절을 시점으로 하여 감사를 단어에서 삶으로 바꾸는 이여야 하리라.
상대적 박탈감에서 산 사람이라면 더욱 더 미래를 희망으로 드리고 감사하자. 그래서 반딧불이라도 촛불로 기대해야 하지 않겠는가. 전깃불로 감사할 수 없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결코. 그럼 촛불은커녕 반딧불조차 꺼질지 모르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