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잘 먹던 별이가 저녁에는 에미랑 밥먹는 것으로 실랑이를 합니다.
배고프다 하고 밥을 주면 한숟갈 먹고 안 먹다가 다시 배고프다 합니다.
밥맛이 없는지 몸이 성치 않은지 심란합니다.
아이들이 밥을 잘 먹어야 부모들은 마음이 편합니다.
아무래도 허전해서 초코파이라도 먹여볼양으로 별이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과자 줄까?"
별이는 귀가 번쩍 뜨이는 모양이니다.
그러나 순간 " 안되요 과자 먹으면 안되요" 라고 말했습니다.
"왜 안되는데...?"
에미 교육효과인줄을 알면서 뭐라고 말하는가 듣고 싶었습니다.
"나는 건강한 어린이가 될꺼예요. 엄마가 과자 먹지 말랬어요"
그러나 별이의 눈은 과자를 넣어두는 곳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몹시 먹고싶은 눈치입니다.
나는 더 감미로운 소리로 유혹했습니다.
"그래도 먹고 싶으면 할머니에게 달라고 해 줄께. 먹고싶지?"
이번에는 더 큰 소리로 항변합니다.
"나는 과일 밥 고기 포도 토마토쥬스 그렁거만 좋아해요"
건너방에 있는 엄마에게까지 들리라고 더 큰 소리로 별이는 힘차게 외칩니다.
그야말로 내가 하고 있는 짓이 사단의 행위로구나 생각하며
별이 에미가 금방이라도 나와서 "엄마는 지금 뭘 하세요?" 하고 야단할 것 같습니다.
초코파이 하나 먹이고 싶어 별이를 꼬이던 행동을 멈추었습니다.
끝까지 별이는 과자를 거절했습니다.
상당히 의지적인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혹에 강한 아이였습니다.
실은 별이를 시험해 볼려는 의도가 아니라 에미 몰래 초코파이를 한개 먹이고 싶었습니다.
끝내 할미는 실패했고 어미의 교육은 성공하는 장면입니다.
얼마전 '어린이에게 과자를 주면 담배를 권하는 것과 같다' 보도에 놀란
딸은 별이에게 무섭게 과자 거절을 가르친 모양입니다.
그 다음날입니다.
별이와 아무 상의도 없이 초코파이 먹으라고 주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먹었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내면의 갈등도 없이 꾸역꾸역 잘도 먹어댑니다.
물론 엄마가 학교에 가고 없을때입니다.
엄마가 건너방에 없다는 것을 알고 엄마 없는데서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는
심산이 깔려 있나봅니다. 엄마가 없어도 엄마의 말이 유효해야 하는 수준에
아직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어린 별이에게도 무서운 유혹이 있고 갈등이 있고
엄마 말씀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말씀대로 사는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럽습니다.
세상을 이길 힘이 외면이 아닌 내면의 자아와의 싸움의 승리라는 것을
터득해가는 초입에 할미는 여지없이 사단역할을 하며 유혹을 하였습니다.
우리 별이는 어떻게 이 험한 세월속에 자기를 세워나갈찌
믿음직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할미같은 유혹의 손길은 얼마든지 존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재빈
사모님, 마음에 확 와 닿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실세가 누구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 삶의 실세가 누구인지를 잊지않고 살면 참으로 편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나의 생각과 판단이 앞설때가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우리삶의 네비게이션인 하나님눈치만 살피면 되는데 말입니다. 사모님은 글을 참으로 맛깔나게 쓰세요. 어떤 글이든지 쉽게 읽혀지면서 메시지가 있습니다.
2005-11-19
수니
우와...권사님 오늘 웬 시간이 났어요?
여기까지 ...아구...반갑지만 진료시간에 들어오셨나보다 ㅎㅎㅎ
손주들 키우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험한 세월에 어찌 믿음을 지켜 살아나갈런지...
부모마음 같을 것입니다.
2005-11-19
바다별
ㅎㅎㅎ
그리 먹고싶어도 엄마가 방에 있으면 못 먹으니...엄마가 무섭긴 무섭나 보네요.
어렸을 때 길들여진 입맛이 평생 건강을 좌우할테니...그리 야무지게 단속을 하나본데..울 딸은 아직 애기 수준?
어려서 과자나 음료도 잘 안 먹던 아이를 자기가 좋아하니까 둘이 함께 냠냠냠~~~
나한테 둘이 혼나면서도 계속 냠냠냠~~~
자긴 뭐든지 넘 유난떠는 건 딱 질색이라나?
사람 먹으라구 파는 건데 지나치지 않으면 뭐든지 감사하게 잘 먹어야 한다는 주의라나 뭐라나 하며 합리화를 시키니...
오늘 이 귀절 들려주면 정신 번쩍 나겠어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