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들네가 미국으로 이사가면서 내 수준으로는 거금을 쓰게 되었습니다. 핏방울처럼 뫃았던 돈이 일순간에 다 날라가 버렸습니다. 미국에 이삿짐 보내는데, 가족 4명 비행기표 사는데, 갈때 이렇게 저렇게 준비하는데, 게다가 자동차 사고, 보험들어야 하고, 그런데도 아직 세탁기도 없답니다. 중고 세탁기 살려고 런더리까지 매일 자동차로 쿼터를 넣고 빨래를 돌려옵니다.
며칠전엔 교회에 신디사이져가 없다고 사야한다고 전화가 와서 300만원을 또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내 생활비 통장이 빵구가 나버린겁니다. 오늘 내 지갑에는 천원짜리 몇장이 달랑 남아서 내일 주일 헌금할 돈도 아슬아슬합니다.
아침에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그동안 가고 싶은 곳도 많고 참여하고 싶은 활동도 많았으나 일체 두문불출 했습니다. 모두가 돈이 들어야 하기때문입니다. 심지어 감신 여동문회도 못 나갔습니다. 나가기 싫어서 나갈줄 몰라서가 아닙니다. 내 동기동창이 현직 감신 총장인데 이 나이가 되면 여동문회도 크게 봉사를 해야할 군번인데, 여동문회에서는 종종 장학금 내 놓으라고 빚쟁이 닥달하듯 고지서를 보내니 어쩔수 없이 동참할뿐 제대로 활동도 못하고 미안하기조차 합니다.
그런데 오늘현재 달랑달랑 통장에서 소리가 나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물질의 관리자요 주인이 아니로구나, 내가 돈을 아끼고 안쓸려고 하니, 하나님이 이번에는 직접 좀 쓰시겠다고 하시는구나, 아들의 목회를 위해 내 주머니를 털기 시작하신 것입니다.
어쩔 것입니까? 아들이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는데 어떻게 돈을 아끼고 못 보내준다고 하겠는지요? 없으면 물론 못하는 일이지만 바닥이 날때까지는 명분이 있다면 보내야 하는 것 아니겠는지요? 이 땅에서 누가 자식이 달라는데 돈을 쌓아두고 안 줄 부모가 있겠습니까?
뚱쳐두었던 것 톡톡 털고나서야 아들이 털어간게 아니라 하나님이 "지갑 좀 보자!" 하시며 털어가신것을 이제야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문득 나이 먹으니 사람도 그리워지고 돌아다니고 싶어집니다. 동문회에도 나가보고 싶고 심지어 초등학교 동창회도 가보고 싶고
나는 요즘 이 힘겨운 순간을 감사합니다. 내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 이 현재의 상황이 감사합니다. 빈털털이가 되어 잠잠히 하나님의 뜻에만 순복하며 살게 된 나 자신이 기특합니다. 무화과 포도나무 감람나무의 자리에 머물러 열매를 내고 기름을 짜야하는 사명때문에 가시나무처럼 나무들위에 흔들려야할 이유가 없어서 감사합니다.
주님 부르시는 날까지 내 주제 파악을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심에 감사합니다. 그분의 생명록에 아니 흰돌 위에 비밀한 이름석자 남겨주시면 족합니다. 영원한 만나를 주님께 받으면 그 뿐입니다.
그저 내일 월급날이라 목마른 내 지갑이 잠시 부듯해 질것만 다행스럽고 감사할 뿐입니다. 궁핍속에서도 자족할 수 있다면 풍요할때도 교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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