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택배요 아파트 대문이 열리면 낯선 사람 택배멘이 물건을 전해주고 급해 달아난다
대문에서 택배에 써 있는 주소를 확인 하는 것으로 선물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낸다
선물을 받았다고 일일히 전화해주면 좋을 일이나
너무 물질에 약하게 보이는 것 같아 그저 만나서 자연스럽게
고맙다고 인사하지...하고 미루다 받았다는 인사마져 놓칠때도 있다
이쯤되면 뻔뻔한 사람이 되기쉽상이다
정성스럽게 작은 선물이라도 마련해서 아이들까지 데리고 찾아와
묵은세배(섣달 그믐에 드리는 예절)를 하고 두런두런 그간의 살아온 덕담을 나누면서
다과를 함께 하다가 건강을 당부하며 떠나가던 예절은 사라진지 오래다
어찌보면 덩그라니 선물들은 쌓이는데 인정은 메말라버리는 것이 안타깝기조차 하다
게다가 더 놀랍고 썰렁한 것은 내 마음 안에 있다
누군가 선물을 들고 와서 집에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소요하고
대접을 해야하는 일이 은근히 번거롭다고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 교통이 얼마나 막히는지? 명절 인사한다고
선물들고 돌아다니다간 하루해가 다 지나도 선물 전달도 못할 지경이다
편리주의가 편리하긴 해도 편리한만큼 삭막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점점 끈끈하게 함께 먹고 마시며 삶을 나누는 일은
수고롭고 번거롭고 일스럽기까지 하다
이대로 가면 어찌 될껀가?
밤새워 손 부르트며 다음 날 아침 대가족이 먹을 가래떡을 썰고
밤새도록 뼈국물을 내서 이른 아침이면 세배가 다 끝나야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서 나이 한살을 먹던 명절 풍속도가 이제 점점 바뀌어 간다
어릴적 설날 아침 떡국이 어찌나 맛이 있던지
평생 떡국만 먹고 살았으면...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 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들이 도시에 있는 자식들의 집으로 올라오고
부모님 뵙는 것은 간단히 며칠전에 해 치우고
외국 여행을 떠나는 요즈음
게다가 스키장 콘도에서 명절 제사상을 차려놓고 여러가정이 함께
차례를 지내는 풍속도등 명절풍습이 변질되어 가고 있다
시대가 변화고 방법이 변한다해도 표현만 다르지 인정이 메말라가거나
효심이 퇴색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내용을 담을 형식이 변하는데
내용을 유지한다는 것도 힘든 일이 아닐까싶다
대문에서 선물꾸러미 하나를 내밀고
아파트 아래 남편이 차에서 기다린다고 손살같이 달아다던 사람이
금년에는 그나마 부담되는지 택배로 물건만 보내왔다
물건속에 들어있는 정성과 사랑을 감지할려고 애를 써야 한다
쓸쓸한 명절 쌓여 있는 물건들은 누구에게 다시 배달해야 하나 짐이 될 뿐이다
냉장고도 작은데 보관할 수도 없고 우리가 다 먹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