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인터넷 게시판에서 아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소방관의 기도
제가 업무의 부름을 받을 때에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렬한 화염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언제나 만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인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저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저희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하여 주옵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참 감동스런 사명자의 기도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저의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사악함을 토설해 보고자 합니다. 실용주의에 깊이 젖어있는 이성의 허구를 고발하고 싶어서 입니다.
화마에서 고령의 노인들이 살아났다고 하면 왜 그리 이상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까운 시퍼런 젊은이들이 죽었는데 왜 세상 살만큼 산 노인이 살아났을까 하고 말입니다. 살아난 노인들 자신들도 구출된 것이 부끄럽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사악함인지 금방 회개하였습니다만. 그 노인이 내 어머니일때도 남의 집 청년이 살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겠는지요? 이런 생각의 근저에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세상적인의 가치관에 젖어버린 내 심령의 오염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참 사람의 가치에 대해 물리적 평가를 하려는 잘못된 세속주의가 깊이 뿌리내려 잔존함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내가 그 화마속에서 구출받을 수 있는 찬스에 젊은이를 떠 밀어내고 "나 대신 살아달라"고 하고 그 불구덩이에서 내 삶을 양보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가슴이 저리는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생명에 어디 귀하고 덜 귀한 생명이 있겠습니까? 보험료의 차이가 난다고 인간 가치도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생명경시 풍조가 바로 대구참상의 범죄원인이 아닐런지요? 게다가 혼자 죽기 너무 억울하다는 이기주의가 바로 그 많은 가정들을 일순간에 비극으로 몰아넣은 범인이 되지 않았던가요?
오래전에 대연각 호텔 화재때 화마속에 대롱대롱 건물에 매달린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가치를 투자했던가요.
물리적 가치로는 한사람을 포기하는게 자연스런 일 이었겠지만 인간의 가치가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하다는 원칙을 천명함이었지요.
'그 한 생명이 살아나서 인류에게 무슨 공헌을 하겠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는 진리를 우리가 믿고 있음을 증언하는 것이었지요. 너는 죽어도 나는 살아야겠고 내가 사는데 네가 방해되면 너를 죽여서라도 내가 살아야겠다는 세상속에서 그나마 나도 살고 너도 사는 거래적 공생관계만 되어도 복지국가라고 하는 판인데
내가 죽어서 네가 살수만 있다면...이라는 거룩한 인간관계의 법 아래로 우리를 초청해 주신 낙원의 새 질서야 말로 이 사악한 이기주의와 실용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은 최고한 질서가 아닐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