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 감성도 늙는줄 알았다.
나이 70이 된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다가 부끄러워하시면 참 풋풋하고 생소하였다.
저 나이에도 부끄러운 것이 있을까?
나이 70이 되면 흘러간 노래를 들으면서 울컥하는 등의 정서는 증발해 버리는 줄 알았다.
어리벙벙하게 좋은듯 싫은듯 멍청해 지는 줄 알았다.
나이 70이면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다.
피아노도 배우고 싶고 언어도 배우고 싶고 그런것은 마음뿐 상상도 못하는 줄 알았다.
나이 70이 되면 보고 싶은 사람도 없는 줄 알았다
아니 보고싶은 사람을 만나도 반갑지도 않을줄 알았다.
무덤덤하게 맛난 음식이나 먹는 것으로 마음이 넉넉한 줄 알았다.
그런데 내 나이 70이 되었다.
아직도 16세때처럼 부끄럽고 얼굴 붉어질 일이 있으니 신기하다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한나절을 보내는 날도 있으니 신기하다
아직도 이것도 저것도 배우면 금방 될것 같은 마음에 시작해 보고 싶은 출렁임이 있다. 신기하다
아직도 보고 싶은 사람, 밤새워 함께 지내고 싶은 사람.
반가워서 울어버릴 것 같은 사람이 있으니 신기하다
육체의 나이랑 정서는 아무 상관이 없나보다.
내가 젊은 날에 보던 어르신들을 너무 이해하지 못한것이 이제와서 죄송하다.
내가 그 때 조금 더 알았더라면 어르신들을 훨씬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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