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행문
1 "씁쓸함과 훈훈함의 느낌"
1월 8일 화요일 아침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수지 부대 앞에서 탔다. 집 사람과 함께 내가 먼저 버스에 올랐고 대학생 나이 정도의 두 젊은 여자가 뒤따라 버스에 올랐다. 내가 거스름 돈을 받는 사이에 두 젊은 여자는 나를 앞질러 집 사람을 따라 버스 뒤편으로 빨리 걸어갔다. 버스 제일 뒷 자리에 빈 좌석 3개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도 빠른 걸음으로 뒤를 바싹 쫓아갔다. 집 사람이 먼저 빈 좌석에 앉았고 젊은 여자 하나가 또 빈 좌석에 앉았다. 집 사람은 나보고 빨리 와서 앉으라는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내 앞에서 빨리 걸어가던 젊은 여자가 날쌔게 하나 남은 빈 좌석에 앉아버렸다. 쾌거의 미소까지 짓는 것 같았다. 나는 씁쓸함의 느낌을 지니고 버스 맨 앞 좌석 가까이로 왔다. 운전기사 바로 뒤 바닥에 앉아서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제일 앞 좌석에 앉아있던 나이 지긋해 보이는 남자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보고 자기 자리에 앉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바닥에 앉아서 가겠다고 사양을 했지만 그 사람은 내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자리에 앉아서 가라고 강하게 강청하는 것이었다. 나는 할 수 없이 그 분의 자리에 앉았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분이 중학생과 대학생 자녀를 둔 나이 든 아빠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 분은 거의 한 시간동안 일어서서 손 잡이를 잡고 눈을 지그시 감고 김포공항까지 왔다. 너무 미안하고 너무 고마웠다. 씁쓸함의 느낌과 훈훈함의 느낌을 지니고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비행기 자리에 앉자마자 글이 쓰고 싶어서 지나가는 여승무원에게 백지 한 장을 줄 수 있냐고 했더니 이면지 두 장과 볼펜 하나를 곧 나에게 가져다 주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데 그 여승무원은 지나가면서 내 필체가 멋있다고 말했다. 내가 글을 다 쓴 다음 읽어보라고 그 여승무원에게 주었더니 뒤에 가서 다른 승무원들과 함께 읽은 다음 나에게 돌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희도 훈훈함을 전해주는 좋은 승무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50여분 동안 비행 후 제주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제주시교회협의회 회장으로 수고하는 유익순 목사님과 김정녀 사모님이 우리를 반갑게 마중했다. 총무로 일하는 강연홍 목사님도 우리를 함께 마중했다. 유익순 목사님은 오래전 강원도와 충청도에서 개척 목회할 때부터 나와 가까이 지내면서 격려와 도움을 주고 받던 나의 신실한 제자인데 작은 교회를 섬기면서도 연합과 협력에 최선을 다하는 따뜻한 그리고 존경을 받는 목회자이다. 우리는 공항에서 반갑게 만난 후 흑 돼지 전문식당으로 달려갔다. 맛있는 제주도 흑돼지 요리를 배가 터지도록 맛있게 먹었다. 수석 부회장으로 수고하는 김종명 목사님 부부도 자리를 함께 했다. 그런데 회장 유익순 목사님은 합신교단에, 총무 강연홍 목사님은 기장교단에, 부회장 김종명 목사님은 백석교단에 속해있으면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너무 친밀한 교제를 나누면서 너무 끈끈한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우려도 했지만 교파와 교단의 벽을 넘어서서 친밀한 교제와 끈끈한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놀라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세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제주도에서는 교파나 교단의 장벽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변했다. "대한민국의 교회들에는 교파나 교단의 장벽이 너무 높지만 제주도는 대한민국이 아니니까 그렇지요." 귀하고 아름다운 일이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제주도의 교회들이 이기풍 목사님과 윤함애 사모님이 물려주신 회개의 기도와 눈물과 사랑과 섬김의 아름다운 영적 유산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총무 강연홍 목사님은 헤어지기 전에 유익순 목사님이 나를 스승으로 모시게 된 것이 너무너무 부럽다는 말을 했다.
우리는 점심 후 유익순 목사님 부부와 함께 한라산 중턱까지 달려갔다. 산 아래는 눈 가루 하나도 불 수 없었는데 산 중턱에 오르니 좌우의 나무들이 모두 하얀 눈꽃으로 아름답게 단장하고 있었다. 새하얀 흰 눈으로 뒤 덮인 산과 들과 나무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산 중턱에 오르니 언덕에서 눈 썰매를 타는 아이들이 보였다. 유익순 목사님이 차에서 눈 썰매 두 개를 내렸다. 내친김에 나도 눈 썰매를 탔다. 집 사람은 좀 걱정을 했지만 나는 재미가 있었다. 사진도 찍었다. 내가 눈 썰매 타는 사진을 보면 필리핀에 있는 손자 수혁이가 너무너무 부러워할 것이다. 인생은 역시 만남과 나눔과 기쁨이고 인생은 즐겁게 살도록 지음 받은 존재이다.
3 “연합과 협력의 장, 신년감사예배”
1월 9일 새 아침이 밝았다. 최고급 호텔인 제주 칼호텔에서 하룻밤을 너무 편하게 잘 잤다. 저녁 8시 뉴스를 보고 잠 자리에 들어 아침 8시까지 11시간 동안 푹 잤다. 나는 본래 어디서나 잠을 잘 자는데 어제 밤은 더 잘 잤다. 너무 좋은 호텔의 너무 좋은 방에서 잤기 때문에 좀 미안한 생각과 느낌을 가졌다. 아침 뷔페 음식도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너무 좋은 아침 식사를 해서 좀 미안한 생각이 또 들었다.
오전 11시부터 칼호텔 2층 강당에서 제주시 기독교교회협의회 “신년감사예배 및 하례회”가 시작되었다. 제주시 교회의 목회자와 사모 등 12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교파와 교단을 초월한 친밀한 교제와 협력의 분위기가 순수하고 진하게 느껴지는 귀하고 아름다운 모임이었다. 순서를 맡은 분들이 백석, 순복음, 통합, 기장, 고신, 합동, 합신 등 다양한 교단에 속한 분들이었는데 교파적인 또는 신학적인 이질감은 전혀 나타내 보이지 않았다. 장로 합창단은 다양한 교단에 속한 장로들로 구성되어있었는데 “주님, 내가 다시 태어나도 주님을 찬양하며 살겠습니다” 라고 고백하며 부르는 찬양이 순수한 감동으로 넘쳤다. 사모 합창단의 찬양 역시 은혜로운 감동을 넘쳤다.
나는 “새해의 소원과 기도”라는 간증적인 고백의 설교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깊은 감동과 공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나는 부족하고 또 부족한 죄인이지만 믿음의 선배들을 본받아서 1) 회개와 참회 2) 버림과 성결 3) 긍휼과 용서와 사랑 4) 섬김과 봉사 5) 화해와 평화를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몸에 지니고 나타내면서 살다가 죽기를 원하는 것이 나의 새해의 소원과 기도라고 고백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감사한다는 말을 하고 또 했다. 모두가 죄인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리고 죄인을 심부름꾼으로 사용하시는 망극하신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예배 후 푸짐한 뷔페 점심식사를 대접했는데 모두들 좋아하며 고마워했다. 식사를 하면서 여러분들과 지난날의 고마움의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는데 모두 즐거워했다. 어떤 목사님 한 분은 아주 오래 전에 꿈을 꾸었는데 “김명혁 목사를 만나보라”는 음성이 들렸다고 했다. 그 때 김명혁 목사를 알지 못해서 박윤선 목사님을 찾아가서 말씀을 들으면서 박목사님의 진솔함에 깊은 감동을 받은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집 사람에게 계속해서 하고 또 하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부족한 죄인에게 너무나 많은 은혜를 베푸신 것이었다.
신년하례모임 후 유익순 목사님 부부와 함께 바다가로 향했다. 바닷가 커피숍 이층에 올라가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거의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유익순 목사님은 강원도, 충청도, 제주도에서 개척 목회하면서 느끼고 배운 것들과 그리고 강변교회로부터 받은 사랑과 도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면서 즐거워하고 행복해했다. 그리고 나에게 고마워하고 또 고마워했다. 인생은 역시 만남과 나눔과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이다. 시간이 다 되어서 공항으로 달려가서 김포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는 이코노미 좌석표인데 비지니스 좌석 제일 앞자리를 주어서 우리는 아주 편하게 쉬면서 김포로 돌아왔다. 사실 자주 그런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틀 동안의 제주 여행은 하나님의 망극하신 은혜로 유익하고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 되었다. 하나님께 그리고 유익순 목사님과 여러분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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