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교회 원로/선교목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공동회장
제목 :
“여러 사람 여러 모양"
나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요1:14) 라는 주님에 대한 말씀을 아주 좋아하고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양이 된 것은”(고전9:22) 이라는 사도 바울의 고백을 아주 좋아합니다. ‘된다’(becoming)는 것은 복음과 구원과 선교의 가장 중요한 원리이고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선교는 되는 것이고 연대하는 것이고 동일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교에는 ‘적대적인’ 방식과 ‘적응적인’ 방식이 있고 ‘정복적인’ 방식과 ‘포용적인’ 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래 전에는 ‘보수적’인 입장에서 전자의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었는데 지금은 ‘진보적’인 입장에서 후자의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성육하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의 선교의 방식이었고 주님을 가장 충성스럽게 따른 사도 바울의 선교의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자유하였으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이라 유대인들에게는 내가 유대인과 같이 된 것은 유대인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아래 있는 자들에게는 내가 율법 아래 있지 아니하나 율법 아래 있는 자 같이 된 것은 율법 아래 있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없는 자에게는 내가 하나님께는 율법 없는 자가 아니요 도리어 그리스도의 율법 아래 있는 자나 율법 없는 자와 같이 된 것은 율법 없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라 약한 자들에게는 내가 약한 자와 같이 된 것은 약한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여러 사람에게 내가 여러 모양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몇 사람들을 구원코자 함이니 내가 복음을 위하여 모든 것을 행함은 복음에 참예하고자 함이라”(고전9:19-23). ‘되되’ 여러 모양이 ‘되는’ 것이 선교의 가장 중요한 원리이고 방식입니다.
기독교의 역사를 돌아보면 선교를 한다고 하면서 지나친 자기 중심적 열심 때문에 ‘적대적’이고 ‘정복적’인 선교를 수행하는 잘못을 범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수님과 사도 바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을 적대하는 악의 세력에 대항해서 정치적인 항의나 대결이나 투쟁을 한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죄와 악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가서 자기 자신을 여러 종류의 죄인들과 여러 종류의 악인들과 동일시하며 악을 선으로 갚고 죄를 용서와 사랑으로 갚으며 자기들의 생명을 대속의 제물로 또는 순교의 제물로 드렸습니다.
저는 “선교는 함께 놀아주는 것”이란 말을 자주하는데 최근에 장신대의 한국일 교수가 그의 스승인 준더마이어 교수의 선교 이론을 소개하면서 “선교는 함께 사는 것”이란 말을 했습니다. 너무나 지당한 말입니다. 준더마이어 교수는 자신의 선교학의 출발을 서구 신학과 선교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비판에 두고 있습니다. 준더마이어 교수는 서로 돕고, 배우고 함께 축제를 경험하는 콘비벤츠 즉 ‘함께 삶’의 원리를 복음서에 기록한 예수님의 삶에서 입증합니다. 준더마이어 교수가 지적하는 대로 예수님은 세상에서 사람들 가운데 살았으며 그들과 함께 동거 동락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위하여’ 살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준더마이어 교수는 선교적 교회는 타자와 ‘함께 하는’ 교회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타인을 ‘위한’ 존재라고 이해할 때 타자는 도움을 주는 주체에 대하여 객체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도움을 주는 자는 언제나 우월한 위치에 머물고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상호 도움과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준더마이어 교수는 이런 관찰을 통해 타자를 ‘위한’ 교회가 지닌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도움 증후군을 갖고 있는 타인을 ‘위한’(for) 교회는 먼저 타인과 ‘함께’(with) 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준더마이어 교수는 선교적 교회론으로서 타인을 ‘위한’ 교회에서 타인과 ‘함께 하는’ 교회에로 전환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의 주장을 인용합니다. “선교는 삶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삶에 기초한 선포가 힘이 있고 설득력을 갖는다. 선교는 일방적 행위가 아니라 상호성의 원리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자신이나 교회 자체를 위한 선교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다른 사람을 내가 가진 경험이나 신학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선교에서 진정한 만남이 실현되고 협력이 실천되려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차이나네트워크의 모토인 “No Title, No Glory”는 너무나 적절한 현대 선교의 모토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한국 교회의 선교가 자기의 이름과 자기의 명예에 지나친 관심을 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너무 지배적이고 주도적이고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섬기려는 자세보다는 상대방을 부정하고 무시하고 가르치고 지배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존 스토트 박사가 예수님의 삶과 사역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말씀이 막10:45 이라고 지적한 일이 있습니다.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섬김과 줌과 죽음이 선교의 중심과 목적인데 우리들의 선교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아무 종교나 아무 문화나 아무 사람이나 다 옳고 다 괜찮다는 인본주의나 종교다원주의에 빠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종교나 어느 문화나 어느 정치권에 사는 사람들도 모두 아직은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사는 고귀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엄숙한 사실을 인정하고 깨달은 변화된 마음과 눈과 귀로 모든 사람을 품고 사랑하려는 주님의 마음과 눈과 귀를 가지고 가까이 가서 그들과 함께 살고 그들과 함께 놀고 그리고 그들을 섬기려는 소원을 우리 모두가 품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최근에 “사람에 대한 오해와 이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는데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사람들은 인종과 문화와 정치와 종교 때문에 모두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우리들의 삶의 스타일과 너무 다를 수가 있다. 우리들의 가치관과 너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만나보면 모두 착하고 예쁜 모습들을 부분적으로 지니고 있다. 그들 속에는 아직도 완전하게 파괴되지 않은 ‘하나님의 형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고귀한 인성과 영성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다. 모든 사람들을 품고 사랑하고 싶다. 내가 필요하다면 나를 모두 주고 싶다.”
“No Title, No Glory” 라는 귀한 모토를 가지고 창립된 차이나네트워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주님의 마음에 꼭 드는 그리고 수 많은 중국과 아시아인들에게 소망과 기쁨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평화의 모임과 네트워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어두움의 골짜기를 찾아 두루 다니면서 섬김과 착함과 사랑과 기쁨의 빛을 전하는 아름다운 평화의 모임과 네트워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차이나네트워크연구소창립 1주년기념예배,2006.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