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장기기증 운동과 기독교”
김명혁 목사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
들어가는 말
기독교는 몸을 하나님께 산 제사로 드리는 “드림의 종교”인 동시에 선행과 나눔을 베푸는 “나눔의 종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드림의 제사”와 “나눔의 제사”를 기뻐하신다고 말씀했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롬12:1).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눠주기를 잊지 말라 이같은 제사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느니라”(히13:16).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오셔서 모든 것을 우리 죄인들과 함께 나누셨다. 자신의 살과 피를 우리들과 함께 나누셨다(마26:26-28). 자신의 생명을 양들과 함께 나누셨다(요10:11). 자신의 평안과 기쁨을 제자들과 함께 나누셨다(요14:27,15:11). 하늘 영광도 버리시고 하늘 영광까지 우리들과 함께 나누시기를 원하셨다(요14:2,3). 주님의 선행과 나눔의 가르침과 삶의 본을 눈으로 목격한 예수님의 제자들은 결국 회개하면서 선행과 나눔의 삶을 살게 되었다. 사도 바울은 본래 교만과 위선과 분노와 증오와 정죄의 사람이었는데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므로 결국 드림과 나눔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는 자기의 재물도 자기의 생명도 자기의 피도 주님과 교회와 이방인들을 위해서 드리며 나누었다(고후12:15,(빌2:17).
나는 오래 전에 어느 신문에 보도된 박진탁 목사님의 헌혈과 장기기증에 대한 소식을 듣고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박진탁 목사님을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월례 모임에 초청해서 발표를 하도록 했다. 박진탁 목사님은 1991년 12월 9일 창신교회당에서 모인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월례 조찬기도 및 발표회에서 “장기기증운동을 전개하며”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 박진탁 목사님의 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하여 피를 다 흘려 주셨는데 우리도 이웃을 위하여 피를 못 줄게 무어냐고 호소했다. 그동안 자기는 68년부터 115번 헌혈했는데 평균 1년에 다섯 번 한 셈이 된다고 했다. 신앙적으로 봐도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또 두 달에 한번씩 헌혈할 수 있도록 건강을 주셨고 지금 50 이 넘어 살도록 축복을 해 주셨으니 감사한 것뿐이라고 말하며 나로 인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기쁨으로 지난 1월에는 신장 하나를 떼어서 남에게 주었다고 했다.』 사랑이라는 것은 내게 있는 것을 모두 나누어 주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박진탁 목사님은 그 이후 변함 없이 부드럽고 조용하면서도 진지하게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 또는 “생명 나눔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사실 자기 몸의 일부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뽑아주거나 떼어주는 일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유교 문화권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현세주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한국교회도 일반적으로 이기주의와 현세주의에 자기도 모르게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설교는 잘 한다. 사랑이란 말과 희생이란 말과 심지어 순교란 말도 잘 한다. 그러나 자기를 버리고 나무며 희생하는 순수한 사랑을 실천하는 데는 극히 인색하다. 이런 의미에서 박진탁 목사님의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 또는 “생명 나눔 운동”은 값지고 아름다운 운동이라고 하겠다. 사실 기독교의 중심이고 핵심인 십자가는 버림과 나눔 운동이고 희생과 죽음 운동이고 생명 운동이기 때문이다. 손양원 목사님의 사랑 운동과 맥을 같이 하며 장기려 박사님의 버림 운동과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눔은 참 따뜻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병들고 소외되어 고통 받는 이웃들과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더욱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한다. 더욱이 불치의 병으로 정상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살아서 생명을 나누는 일이나, 자신이 사후에 주고 갈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웃을 위해, 알지 못하는 남을 위해 베풀고 간다는 것은 어떤 이념이나 가치보다 숭고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직도 기증되는 장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장기기증운동이 더욱 활발히 전개되어 전국민적 참여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기기증운동은 범국민적으로 확산되어야 할 일이며, 숭고한 사랑으로 실천되어야 할 일이다.
장기기증운동과 한국교회와의 관계
매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3-4곳의 교회에서 장기기증서약예배가 드려진다. 이를 통해 한 주에 적게는 200~300명에서 많게는 1,000여명이 넘는 성도들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동참하며 사랑을 나누고 있다. 지난 1991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기기증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기독교는 장기기증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발전해 왔다. 특히, 지난 2009년 본부가 한 해 동안 14만 여명의 등록자를 모집한 데에는 한국교회의 힘이 컸다. 거기에는 대형교회의 장기기증 예배 참여율이 높았던 점을 꼽을 수 있다. 4월 5일 강북제일교회 2,734명을 시작으로 4월 10일 여의도 순복음교회 1,829명, 5월 3일 안산동산교회 6,023명, 5월 30일 지구촌교회 8,035명 등이 참여했으며 그 밖에도 250여 개 교회의 많은 교인들이 장기기증 서약으로 아름다운 생명나눔 운동을 이어갔다.
이렇듯 기독교인들이 장기기증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실제 장기기증을 실천한 목회자들은 장기기증운동의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영웅들이다. 한국 교회의 대표적인 사후 장기기증 사례는 '별세 신학'으로 유명한 한신교회 故 이중표 목사다. 이 목사는 2005년 7월 소천하면서 각막을 기증해 두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새 삶을 선사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을 지내고 지난해 7월 소천한 故 김용은 목사 역시 생전 그의 유언대로 전북대 의대에 각막과 시신을 기증했다. 또한 지난해 9월 29일 소천하며 생전에 약속했던 각막기증으로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사랑을 나눈 故 김준곤 목사(CCC 명예총재)로 인해 많은 교인들이 생명나눔 운동에 동참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장기기증운동의 미래와 기독교의 역할
많은 크리스천들이 적극적으로 장기기증운동에 참여해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한 일이지만, 반대로 우리나라 국민의 1.5%만이 장기기증운동에 동참했을 만큼 장기기증 등록률이 저조하다는 사실은 우리 크리스천들을 돌아보게 한다. 현재, 장기기증운동에 많은 크리스천들이 참여하고 지지하고 있는 만큼 기독교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이 운동을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사회운동으로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 마태복음 19장 19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크리스천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사람의 생명을 구하며 그 큰 사랑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여야 한다. 장기기증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피 흘려 돌아가신 예수님의 뜻을 조금이라도 이어가는 아름다운 실천이자 예수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시던 사랑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 더 많은 크리스천들이 장기기증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 생명의 육신과 영혼을 구하는 아름다운 사랑나눔운동이자 사회 운동으로 장기기증운동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맺는 말
장기기증은 몇몇 뜻있는 사람만이 실천하는 아름다운 선행이 아니라, 건강한 육체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야 하는 사회적 의무이다. 특히 기독교인의 경우, 이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존재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아름다운 권리이다. 장기기증이 활성화되어 있는 선진국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장기기증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 전 연령대를 아울러 장기기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아울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생명 나눔을 통한 정신적인 선진국으로 발돋움해야 할 때이다. 물론 올바른 제도 정착이나 국민인식변화를 위한 홍보활동은 본부와 같은 단체에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겠지만, 이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바닷물의 염도가 25퍼센트에 이르면 소금이 결정되기 시작한다고 한다. 우리 남한인구의 25%를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이 소금의 역할을 하기 위해 장기운동에 적극 참여해 준다면 우리 또한 장기기증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그리 멀지만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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