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대붕 목사님이 오늘 서울에 있는 아주 큰 교회인 명성교회에 가서 창성교회에서 목회하는 일에 대한 간증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대신 여기 창성교회에 와서 설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 함대붕 목사님이 저에게 오늘 여기 와서 부모님에 대한 설교를 해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특히 저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하나님의 은혜, 부모님의 은혜” 라는 제목으로 간증설교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고 섬기면서 하나님의 자녀들로 살아가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 때문인 동시에 부모님의 은혜 때문입니다. 이삭이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고 섬기면서 예수님의 모형으로 살아가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 때문인 동시에 아버지 아브라함과 어머니 사라의 믿음과 순종 때문이었습니다. 사무엘이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고 섬기면서 이스라엘의 구원자로 살아가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 때문인 동시에 어머니 한나의 믿음과 눈물의 기도 때문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나의 나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15:10).
지금 우리들의 우리들 된 것도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고 동시에 부모님의 은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기억하며 하나님을 경외하라고 분부했고 그리고 부모님의 은혜와 사랑을 기억하며 부모님을 공경하라고 분부했습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어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 내 아들아 네 아비의 훈계를 들으며 네 어미의 법을 떠나지 말라”(잠1:7,8).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20:12). 시편103편 13절은 아비가 자식을 불쌍히 여기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자기를 경외하는 자를 불쌍히 여기신다고 말씀했습니다. “아비가 자식을 불쌍히 여김 같이 여호와께서 자기를 경외하는 자를 불쌍히 여기시나니 이는 저가 우리의 체질을 아시며 우리가 진토임을 기억하심이로다”(시103:13,14). 부모는 자식을 불쌍히 여기며 사랑합니다. 그것이 부모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자기를 믿고 경외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며 사랑하십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하나님의 은혜, 부모님의 은혜” 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시작합니다.
첫째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강변교회에서 은퇴한 다음 다섯 달 후인 2008년 6월 22일 주일 여기 창성교회에 와서 “내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 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는데 그 때 한 설교를 요약하해서 인용합니다.
『저는 한 평생을 돌아볼 때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인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의 삶을 돌이켜볼 때 저는 사도 바울처럼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도 바울이 “말할 수 없는 그의 은사를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하노라”고 고백했는데 저도 그렇게 고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윗이 고백한 대로 저도 이렇게 고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호와는 자비로우시며 은혜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 하시며 인자하심이 풍부하시도다”(시103:8). 그러면 이제부터 하나님께서 저에게 베푸신 은혜들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첫째로, 하나님께서 저를 믿음의 길로 걷게 하시고 인도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릴 때부터 저에게 믿음을 선물로 주셨고 믿음의 길로 걷게 하셨습니다. 평양에서 순교하신 아버지 목사님으로부터 믿음의 유산을 물려받았고 저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시던 어머니로부터 믿음과 사랑을 체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양 서문밖교회 주일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믿음으로 사는 법을 가슴 깊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 평생 부족하지만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물려준 순수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안간 힘을 쓰면서 살아오고 있는데 부족한 저를 믿음의 길로 걷게 하시고 믿음의 길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둘째로, 하나님께서 저를 슬픔과 아픔의 길로 걷게 하시고 인도하셨습니다. 저는 일찍이 어머니와 아버지를 이별하는 슬픔과 아픔을 지니고 살게 되었고 후에는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먼저 천국으로 보내는 슬픔과 아픔을 지니고 살게 되었는데 그것이 저로 하여금 가슴에 눈물을 지니고 살게 하는 은혜의 방편이 되었습니다. 셋째로, 하나님께서 저를 모험과 담력의 길로 걷게 하시고 인도하셨습니다. 제가 11살 때 혼자서 38선을 넘은 일을 생각하면 그것은 대단한 모험과 담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1962년 8월 돈 100불을 가지고 미국으로 가서 12년 동안 공부한 것도 대단한 모험과 담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귀국한 후 주일성수 문제로 중앙정보부에 붙잡혀 가서 심문을 받으면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설교준비까지 한 일을 생각하면 감사한 것뿐입니다. 중국 소련 북한 아프리카 방글라데시 브라질 아프가니스탄 등지를 모험적으로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저에게 모험적인 기질을 주신 것을 참으로 감사합니다. 넷째로, 하나님께서 저를 목회와 선교의 길로 걷게 하시고 인도하셨습니다. 제가 11살 때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온 가장 중요한 이유도 제가 서울대학교 문리대 사학과에 들어가서 공부하게 된 이유도 미국에 가서 12년 동안 공부한 목적도 훌륭한 목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귀국하자 마자 목사의 길과 교수의 길과 선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저는 은퇴 후에도 작은 교회들을 돌아보는 목회의 일과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는 선교사들을 돌아보는 선교의 일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다섯째로, 하나님께서 저를 건강과 풍부의 길로 걷게 하시고 인도하셨습니다. 저는 한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건강 때문에 걱정한 일은 거의 없었고 돈 때문에 걱정한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 단 돈 100불을 가지고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가서 12년 동안 공부하는 동안 한국으로부터 한 푼의 도움도 받지 않았지만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귀국 후 저는 경제적으로 부족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곳 저곳으로 달려가며 도움의 손길을 펴면서 살게 하신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여섯째로, 하나님께서 저를 화해와 사랑의 길로 걷게 하시고 인도하셨습니다. 저는 본래 이기적이고 보수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반일주의자였고 반공주의자였고 반 모슬렘주의자였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바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교회와의 화해와 협력을 주도하게 되었고 북한 동포 돕는 일에도 앞장을 서게 되었습니다. 북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가서 가뭄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10여 개 이상의 우물을 파주었고, 방글라데시에 가서 안과 진료소를 세워주었고, 아프간에 가서 학교를 하나 세워주었고, 연변 조선족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격려의 손길을 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저로 하여금 화해와 사랑의 길로 걷게 하시고 그 길로 인도하시는 것을 생각할 때 얼마나 감사하고 얼마나 황송한지 모르겠습니다. 일곱째로, 하나님께서 저를 주님과 함께 있을 천국의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만남의 은혜를 주실 것입니다. 그날에 제가 가장 사랑하던 어머니와 어린 아들과 순교의 피를 흘리신 아버지도 기쁘게 만날 것입니다.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던 길선주 목사님 주기철 목사님 손양원 목사님 이성봉 목사님 김치선 목사님 한경직 목사님 박윤선 목사님도 모두모두 반갑고 기쁘게 만나서 무릎을 꿇고 감사와 기쁨을 나타내 보일 것입니다.』 이것이 2008년 6월 22일 창성교회에 와서 “내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란 제목으로 설교한 설교의 내용입니다.
둘째로, 저의 아버지가 저에게 베푸신 은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저의 아버지 김관주 목사님은 북한에서 신앙의 절개를 지키며 진실하게 목회 하시다가 47세에 순교하신 분이십니다. 저의 아버지 김관주 목사님은 평남 안주 출신인데 일본으로 가서 법학공부를 하시다가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신학을 마친 후 한경직 목사의 초청으로 1938년부터 신의주 제이교회에 와서 처음에는 부목사로 나중에는 담임목사로 목회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함께 가지지 못했습니다. 목회 일에 바쁘셨을 뿐 아니라 신의주에 계실 때나 평양에 계실 때 주로 감옥에 계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신의주에 있을 때 이따금씩 저를 칭찬해 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아물거립니다. 그리고 일제 치하에서 신의주 감옥에 갇혀 계시던 아버지를 만나 뵙기 위해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감옥을 찾아가곤 하던 기억도 분명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아버지를 직접 만나 뵙지 못했고 감옥의 담밖에 서서 목소리를 돋우어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쳐 아버지를 부르곤 했습니다. 그때 저는“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라는 노래를 자주 부르곤 했는데 노래 부르던 저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저는 그 때부터 신앙은 고난을 무릅쓰면서도 타협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의 아버지 김관주 목사님은 한경직 목사님이 월남한 이후 1946년까지 신의주 제이교회에서 9년 동안 목회 하시다가 1947년 평양 서문밖 교회로 가서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아버지는 기독교 자유당 결성과 관련하여 1947년 11월 18일 평양에서 김화식 목사님 등과 함께 감옥에 투옥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동탄광으로 옮겨져 그곳에서 복역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만나 뵙기 위해 사동 탄광을 자주 찾아가곤 했습니다. 죄수 복을 입으신 아버지를 만나 뵈온 기억이 납니다. 저는 아버지로부터 신앙적인 감화를 은은하게 받았습니다. 신앙의 절개를 지키기 위해서는 고난도 감수해야 한다는 교훈을 실제로 받았습니다. 제가 평양 제5 인민학교를 다닐 때 월요일마다 벌을 받고 그리고 때때로 정학을 당하면서도 주일성수를 끝까지 고수했던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아버지의 감화와 교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1948년 7월 사동 탄광에서였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만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여기서는 주일을 제대로 지킬 수도 없고 신앙생활을 제대로 할 수도 없어요. 저 남쪽으로 갈래요.” 아버지는 저를 한 참 바라보시더니 그러면 가라고 말씀했습니다. 아버지는 저 만이라도 주일을 지키면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기를 원하셨을 것입니다. 그것이 저의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저는 주일성수와 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해 만 11살 되던 해 즉, 1948년 8월 어느 날 38선을 넘어 단신으로 월남했습니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가 되고자 하는 단 한 가지 소원을 가지고 남한으로 넘어왔습니다. 몇몇 어른들과 함께 캄캄한 어느 날 밤 38선을 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손 들고 서지 않으면 총을 쏘겠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경비군인들에게 발각된 것이었습니다. 몇몇 어른들은 모두 손을 들고 그 자리에 섰습니다. 그러나 저는 설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남쪽을 향해서 혼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언덕을 넘고 파밭을 지나고 강을 건너서 남한 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직 어둠이 깃든 이른 새벽이었습니다. 어느 초가집에 들어가니 그날 밤 38선을 넘어 온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저를 데리고 오던 사람들이 모두 붙잡히고 오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서 청년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서울로 가는데 어떻게 가야할 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 청년이 저를 기차에 태워 서울에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을지로 3가에 사시던 저의 이모님 집에까지 데려 다 주었습니다. 저는 그 청년이 누구였는지를 지금까지 모릅니다. 후에 알아보려고 애를 쓰기도 했지만 아직도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인도하신 것이었고 저를 위해 보내주신 천사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하나님께서는 저를 너무 많이 축복해 주셨습니다. 서울에 와서 주일 성수의 자유와 예배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게 하셨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주셨습니다. 서울 중, 고 및 서울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에 가서 12년 동안 신학을 공부하고 돌아와서 목회의 일과 교수의 일과 구제의 일과 선교의 일을 마음껏 하게 하셨고 그리고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셨습니다. 저의 슬픔과 아픔을 보석으로 바꾸어주시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망극하신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저는 저 자신이 너무너무 부족한 죄인인 것을 잘 압니다. 그런데 죄인 중의 괴수인 저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은혜를 베푸신 것은 첫째는 예수님이 흘리신 피 공로이지만 그 다음에는 주기철 목사님 손양원 목사님 그리고 저의 아버지 김관주 목사님들이 흘린 순교의 피 소리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0년 2월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란 제목의 글을 써서 국민일보 (2010.2.1)에 실린 일이 있는데 그 글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의 아버지! 오늘의 나의 나 된 것은 물론 하나님의 망극하신 은혜 때문이지만 그 다음으로는 무엇보다 먼저 나에게 신앙의 씨앗을 심어주신 아버지와 사랑의 씨앗을 심어주신 어머니 때문임을 저는 평생 고백하고 또 고백합니다.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말이 아닌 고난의 삶과 순교의 죽음으로 주님을 믿고 따르고 예배하고 섬기는 삶이 무엇인지를 순수하고 진하게 가르쳐주셨습니다. 아버지가 저의 이름을 명혁(明赫) 즉 ‘밝고 빛나는’ 사람이 되라고 지어주셨는데 부족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밝고 빛나는 한 평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동경에서부터 유학생들 모임의 ‘총무’의 일을 하셔서 그랬는지 저도 학생 때부터 평생 ‘총무’의 일을 하면서 심부름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경직 목사님의 말씀대로 아버지가 ‘강직’하시고 ‘진실’하셨는데, 저도 강직하고 진실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동탄광에 계시면서 같은 탄광에서 노동하는 죄수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베푸셔서 저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고 하셨는데, 저도 부족하지만 고통을 당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펴면서 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제물 되는 삶을 살다가 제물 되는 죽음을 죽는 것을 저의 삶의 소원과 기도로 삼고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먼저 가 계시고 어린 아들이 먼저 가 있는 천국을 늘 그리워하고 사모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만간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천국에서 반갑게 만나 뵙고 품에 힘껏 안기겠습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2010.2.1).
셋째로, 저의 어머니가 저에게 베푸신 은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1997년 1월 12일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란 글을 쓴 일이 있습니다. 나의 어머니에 대한 글과 내가 어머니에게 띄운 편지를 소개하는 글이었습니다. 그 글이 국민일보에 실렸고 제가 쓴 책 “영 몰라 통 몰라”에도 실렸는데 그 글을 거의 그대로 인용합니다.
『나의 어머니는 나를 극진히 사랑하셨다. 나에게는 여동생 하나와 남동생 둘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항상 동생 하나는 10리쯤 멀리 다른 동생 하나는 50리쯤 멀리 그리고 다른 동생 하나는 100리쯤 멀리 두고 살찌라도, 어머니는 나를 언제나 어머니 곁에 두고 살겠다고 말하곤 했다. 지금은 정반대가 되었다. 어머니는 항상 나를 특별하게 대해 주셨다. 내가 맏아들이기도 했지만 내가 항상 어머니의 말씀도 잘 듣고, 공부도 잘 했고, 어머니가 원하는 일들을 미리 알아서 해 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나를 극진히 사랑했지만 동시에 나를 엄격하게 훈련시켰다. 아침에는 항상 일찍 일어나야 했었고 어렸을 때부터 이불 개고 방 청소하는 등의 일들은 스스로 해야만 했었다. 때로는 어머니의 종아리 매를 맞으며 울기도 했다. 어머니는 참으로 진실하고 책임감이 강하신 분이셨다. 자신이 하신 말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졌고 자신이 빌린 돈은 반드시 기한 내에 갚곤 하셨다. 어머니 유춘택씨는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유동렬씨의 조카였고 하얼빈에서 의사 일을 하면서 형의 독립운동 자금을 공급하던 유동운씨의 장녀였으므로 남다른 민족애를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일본에서 의학공부를 하던 중 신학공부를 하던 아버지를 만나 결혼해서 나를 낳았다.
『그리고 한경직 목사의 초청으로 갓난 아기였던 나를 데리고 신의주로 왔다. 어머니는 신앙심이 처음에는 그리 깊지 못했으나 차츰 깊어 졌다고 생각한다. 신의주에 있을 때는 애린원을 개원하고 신의주 제이교회의 신자들의 병을 치료해 주었다. 그리고 여러 차례 투옥된 아버지를 찾아 감옥을 왕래하면서 어머니의 신앙심은 점차 깊어 졌다고 생각한다. 평양 서문밖교회로 옮긴 뒤 곧 투옥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서 사동 탄광을 한 달에 한 두 번씩 왕래하곤 했다. 그 당시 나는 평양 제5인민학교 5학년에 다니고 있었는데 주일성수 문제로 거의 매주 월요일 마다 학교에서 벌을 받곤 했다. 어머니는 나의 확고한 신앙적 신념을 이해하셨거나 나의 장래를 내다 보셨던지 내가 남쪽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그 어려운 요청을 허락해 주셨다. 나를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맏아들을 포기하는 가장 큰 아픔과 희생을 감수한 것이었다……
[참고로 제가 어머니와 이별한 지 19년 후인 1967년 가을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를 읽어 드립니다. 저는 그 때 그 편지를 받아들고 읽으면서 울고 또 울고 또 울었습니다. 편지 원본은 후에 중앙정보부에게 빼앗기고 사본을 지금도 성경책 속에 넣고 다닙니다. “내 아들 명혁에게．9월 5일 네의 편지와 동시에 외로히 자라 성인이 된 내 아들 명혁이에 얼굴을 더구나 훌륭하게 된 내 아들을… 나는 보고 십고나. 손이라도 한 번 꽉 쥐여보고 보고 십고나．이 내 기쁨을 지면 상으로 표현할 수 없다．명혁아! 나는 네 말 그대로 오래오래 살아서 내 사랑하는 아들 만날 날을 기다리겠다．몽중엔들 이저스랴 내 명혁이. 부디 건강하기를 축원하면서 어머니 글 9월 29일”]
『어머니의 편지를 압수당한 지 20여 년이 지난 1997년 1월 5일 뜻밖에 어머니의 편지 사본 한 장을 이모님 한 분으로부터 전해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5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어머니의 예쁜 사진도 함께 전해 받았다. 나는 너무나 기뻤다. 30여 년 전의 감격이 되살아났다. 나는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어머니의 피 맺힌 사랑을 다시금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를 부르며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보았다.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부르고 또 불러도 못다 부를 그 이름, 나의 어머니! 부르고 또 불러도 좋고 또 좋은 그 이름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압수 당했던 어머니의 편지 사본을 20여 년만 에 다시 찾아 읽고 또 읽고, 그리고 5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어머니의 예쁜 사진을 보고 또 보면서 나는 어머니를 부르고 또 불러 보았습니다. 아,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어머니는 너무나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나는 나를 부르시는 어머니의 애절한 절규를 한 마디 한 마디 다시 들으면서 어머니의 가슴에 피 맺힌 아픔과 슬픔을 가슴으로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너무나 사랑하셨고 너무나 사랑하시다가 나중에는 나를 남쪽으로 떠나 보내시는 가장 큰 희생을 감수하셨습니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맏아들을 스스로 잃는 것보다 더 큰 희생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어머니는 나를 위해서 스스로 가장 큰 희생을 감수하셨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어머니로 하여금 가장 큰 희생을 치루며 가장 큰 아픔과 슬픔을 안게 한 나의 불효를 무엇으로 갚아 드릴 수가 있사옵니까? 어머니, 나의 불효를 책하시고 또 책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도 보고 싶어하는 어머니에게 얼굴 한번 보여 드리지 못했고, 그렇게도 잡아보고 싶어하시는 손 한번 쥐어 드리지 못한 채 20여 년이 지났고 30여 년이 지났으며 이제는 50여 년이 지났습니다. 이 몹쓸 불효 자식을 책하시고 또 책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나는 어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철도 없이 어머니를 훌쩍 떠나 남쪽으로 온 다음 한 2년 동안 나는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밤마다 남 몰
래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물론, 이모님들이 나를 잘 보살펴 주셨지만 나는 어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기도와 하나님의 크신 은혜로 나는 부족함이 없는 한 생애를 살아 왔습니다. 아니 너무나 넉넉한 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이것이 어머니에게 조그마한 위로와 기쁨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며 하나님을 바로 예배하고 싶은 단 한가지 마음을 가지고 어머니를 떠나 남쪽으로 온 저를 하나님께서는 너무나 많이 사랑하셨고 너무나 많이 축복해 주셨습니다. 마음껏 공부도 할 수 있게 해 주셨고 마음껏 하나님을 예배하며 섬길 수도 있게 해 주셨습니다. 어머니, 나는 병원에 가는 것도 잘 모를 정도로 건강하게 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행복한 가정도 이루었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일들을 하지만 특히 북한 동포돕기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팔순이 훨씬 지나신 어머니께서 살아계시다면 나는 어머니를 마음껏 기쁘시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몸도 씻어 드리고 싶고, 음식도 대접해 드리고 싶고, 그리고 어머니의 품 안에서 함께 잠도 자고 싶습니다. 어머니가 지금 하늘 나라에 계시다면 먼저 순교하신 아버지를 뵈올터이니 어머니의 슬픔을 거두시고 위로와 기쁨을 아버지와 함께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요사이 나는 하나님께서 어머니를 많이 위로해 주시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사실 이런 기도는 처음 드려보는 기도입니다.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나는 어머니 뵈올 날을 날마다 기다리겠습니다. 먼저 천국에 간 어머님의 손자인 나의 사랑하는 아들 철원이, 나를 늘 칭찬해 주시면서 나에게 신앙의 뿌리를 심어 주신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그리고 누구보다도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 주신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를 뵈올 날을 기다리면서 하루 하루를 바르고 진실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어머니가 진실하게 사는 법을 나에게 가르쳐 주셨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하나님께서 어머니를 위로하시고 축북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1997년 1월 12일 불효자식 명혁 올림”』
이제 말씀을 맺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하나님의 자녀들로 세상에서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고 섬기면서 살아가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망극하신 은혜와 부모님의 한 없는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부족하지만 날마다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고 섬기고 경외하면서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사랑하시는 우리들의 부모님을 사랑하고 섬기고 효도하면서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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