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안수에 대한 논평
총신대 신대원 김정우 교수

        이렇게 귀한 자리에 부족한 저를 초대해 주신 복음주의신학협의회에 감사드린다. ‘여성 안수’ 문제는 복음주의 서클에서 논의자체가 어려운 문제로서, 거의 타부시 되는 문제인데, 이런 민감한 문제를 공론화 하며, 냉정한 토론을 통하여 성경적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그렇지만, 논평자인 나 자신은 이 자리에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발제자들이 두 분 모두 여성안수를 찬성하는 신약 전공자들이 때문이다. 여성 안수와 연관된 성경해석은 기본적으로 신약성경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신약 교수들이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하며, 여성안수를 찬성하는 신약학자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여성안수를 반대하는 신약학자들이 논평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이 점에 있어서 본인은 구약학자로서 적절한 논평자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김명혁 교수님의 제자로서, 선생님의 부탁을 따라,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십자가를 진 것 같이(막 15:21) 이 짐을 지게 된 것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따라서 논평자는 한 교단이나 학교의 입장을 대변하기 보다, 스승의 요청에 신실하게 순종하는 한 제자의 자리에 있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현재 ‘여성 안수’ 문제는 찬성자와 반대자들이 끝없는 듯한 ‘해석적 순환’(hermeneutical circle)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것 같으므로, 논평자는 더욱 확실한 성경해석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더 큰 해석적 공감대’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두 분 선배님의 글에 비평적인 평가를 시도해 보게 되었음에 대해서도 양해를 바라게 된다.

1. 박수암 교수의 기본 관점은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1) 발제자는 ‘여성 안수에 대한 신약성서의 견해’를 긍정과 부정의 관점에서 본다.
        (2) 신약성경의 구조, 즉 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 사도행전, 바울서신의 흐름 속을 따라서 본다. 복음서에서는 예수와 복음서 기자의 두 관점을 나누어서 보고 있으며, 각각, 긍정과 부정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3) 발제자는 여성 안수에 대한 긍정적 관점은 원칙으로, 부정적 관점은 예외로 다루고 있다.  
        (4) 부정적 관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각자의 상황의 빛 아래서 이해하는 것’을 제시한다.
        (5) 결론적으로 신약성서는 원칙적으로 긍정적이지만,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역반응을 고려하여 여성의 교역참여가 일시적으로 억제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는 나아가 오늘날 우리의 상황에서는 교회의 상황에 따라 허락될 수도 있고, 억제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2. 박수암 교수에 대한 논평
        1. 전체적으로 긍정과 부정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양면을 다 보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인 시각을 갖도록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발제자가 긍정과 부정으로 나눈 것 자체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하여 토론의 여지가 있다고 여겨진다.
        2. 예수의 견해.
        2.1. 긍정적 견해와 연관하여, 발제자는 예수 당대의 유대교적 배경에서 볼 때 예수께서는 여성의 신분과 권리를 크게 높였으며, ‘하나님 앞에서 여자를 남자와 동등한 지위에 놓음으로써, 남녀의 신분차별을 없앴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남녀의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의 신분을 높인 것’이 어떻게 ‘여성 안수’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발제자는 이 점에 있어서 “여성의 종교적 권리와 의무를 남자들과 동등한 것으로 돌려놓지 않았겠는가?”라는 추측만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입장을 받아들이려면 더 확실한 근거가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2.2. 예수의 부정적 견해와 연관하여, 예수께서 그의 12제자와 70문도 속에 ‘여성을 일체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대부분의 반대자들은 이것을 여성 안수 반대에 대한 결정적인 근거로 이해하는 것에 대한 발제자의 응답이 요청된다.

        3. 복음서 기자들의 견해.
        3.1. 긍정적 견해와 연관하여, 발제자는 여성들이 부활의 증인이 되었음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나, “요한은 여인들을 사도와 같은, 혹은 사도보다 우월한 반열에 두려고 했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논거 제시가 요청된다.
        3.2. 부정적인 견해와 연관하여, 발제자는 “마가가 다른 복음서 기자들과 달리, 여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다”고 하는 데, 그렇다면 여성의 지위와 사역과 연관된 복음서 전체의 통일성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요청된다.

        4. 바울 서신의 관점.
        4.1. 긍정적 관점과 연관하여, ① “남자나 여자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천명을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갈3:28). 그렇지만, 이 구절도 신약신학적으로 어떻게 여성 안수와 연관될 수 있는지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② 유니아를 사도로 간주한 것(롬16:7)은 매우 흥미로운 구절이나, <개역>에서는 ‘사도에게 유명히 여김을 받고’로 번역이 되고 있는 데, 이 절에 대한 보다 확실한 해석이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와 함께 제시되었으면 한다.
        4.2. 부정적 관점에 있어서, ① “여자는 남자 아래 있는 표로서 머리에 수건을 써야 한다” (고전5:9)는 점에 대하여, W. O. Walker, G. W. Trompf 는 ‘후대의 삽입’으로 본다고 하는 데, 본인의 관점은 무엇인지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점에 대하여 발제자는 ‘고린도교회의 예배가 우상예배와 구별되기 위함’이라고 하나, 이에 대한 성경 안과 밖의 근거가 제시되었으면 한다.
        ② 디모데 전서와 연관하여, “이 글은 영지주의 이단을 저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기록되었고(딤전1:4; 4:1-3), 여자들이 특히 이 사상에 유혹되기 쉬운 상황에 있었으므로 여자들의 공적인 활동을 금지한 것이라 본다”고 하는 데, 구체적으로 영지주의 문헌이 제시되었으면 한다.

5. 전체적인 평가
        (1) 발제자는 신약성경 안에서 여성에 대한 긍정적 모습을 잘 드러낸 것으로 여겨진다. 이것은 주후 1세기 당대 문화와 종교에 있어서 남성우월주의적이며 가부장제적인 여성 비하와 차별의 배경에서 볼 때, 대단히 중요한 지적으로 여겨진다. 이것은 우리들에게 여성에 대한 부정적 세계관을 교정해 주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2) 여성 안수에 대한 반대의 논리로 사용되는 바울서신의 주요 구절들에 대한 발제자의 ‘사회, 문화적 해석’은 성경이 문화적 역사적 배경 없이 기록되지 않았음을 고려해 볼 때 눈 여겨 볼만하다.
        (3) 발제자는 본인의 입장을 전개함에 있어서, ‘긍정’과 ‘부정’을 지나치게 도식화 한 것으로 여겨지며, 긍정과 부정이 어떻게 변증법적 통합을 이룰 수 있으며, 이를 위하여 더 큰 신약신학적 틀과 전망이 제시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4) 발제자는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신약의 모든 본문들을 ‘문화적 상황’의 논리로 처리하는 데, 확실한 논거를 위하여 ‘구체적으로 그 상황’이 무엇인지 문헌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성경에서는 문화적 상황 안에도 규범성이 있고, 규범성 속에도 상황성이 있는데, 이 둘의 관계에 대한 더 정밀한 논증이 요청된다.
        (5) 발제자가 주장하는 바 신약기자들이 여성의 신분을 높이는 것은 좋은 데, 이것이 어떻게 여성의 ‘역할’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주장이 좀 근거 있게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여성 안수와 연관된 모든 문제는 여성의 ‘신분’과 ‘역할’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여성 사역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여성 사역자들의 ‘존재’ 자체를 늘 건드리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3. 김상복 목사의 ‘한국 교회의 여성 안수’에 대한 답 글

3.1. 장점

(1) 전체적으로 볼 때 실제로 목회를 하고 계시는 분답게 설명을 편안하고 쉽게 하며,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
(2) 여성 사역에 대한 19가지의 질문은 여성 안수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떠나서 현재 한국교회의 여성사역자에 대한 이중적 잣대, 즉, “여성은 남성과 인격적으로 평등하지만 기능적으로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논증으로서, 목회자로서의 지혜가 잘 드러난다.  
(3) 신약성경에서 여성안수를 반대하는 ‘금지 본문’으로 여겨지는 구절들을 하나하나 다루면서, 이 본문들이 여성 안수와 무관하다는 점을 밝히려는 시도는 좋아 보인다. 그 방법으로 여성의 가르침에 대한 금지가 나오는 본문들을 일반적인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닌 가정 안의 남편과 아내의 문제로 제한시킨 것은 본문의 오용을 막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4) 신약시대에 일반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과 오늘날 정규 신학교육을 받은 여성을 구별한 것은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5) 목사직을 ‘권위적인 주장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섬기는 자리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6) “여성 사역은 성령이 주신 은사에 근거하여야 하며 성에 매여서는 안 된다”는 2004년 로잔 포럼의 선언은 여성 안수 문제에 있어서 성령론을 새롭게 도입한 것으로, 논의의 새로운 차원으로 여겨진다.

3.2. 아쉬운 점
(1) 전체적으로 논의가 신약의 문제 구절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짐으로 말미암아, 여성 안수의 타당성을 뒷받침할만한 구약의 근거가 별로 제시되고 있지 않고 있다(그러나 발제자가 제시하는 드보라의 케이스는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여성 안수 반대론의 논지 가운데 핵심 부분은 구약의 본문을 근거로 삼고 있다(예로서, 구약의 제사장과 신약시대의 목사 사이에 대한 논의도 이 안에 포함되어 있다).
(2) 발제자는 목사의 ‘안수’ 문제를 ‘장로, 안수집사, 권사, 선교사’ 안수와 연관하여 일반화 시킴으로써, 목사의 고유영역으로 이해되고 있는 ‘설교,’ ‘성례의 집행,’ ‘축도’ 등의 영역 문제는 논의에서 빠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 발제자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신약의 본문들이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근거 본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여성 안수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듯 하다. 그렇지만, ‘반대에 대한 반대’의 논리로 찬성을 이끌어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더욱 긍정적으로 여성 안수를 입증할만한 성경의 원리와 신학과 주석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 가야 하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 신약의 몇몇 구절 해석과 연관하여, 에베소서 5장은 분명히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다루지만, 딤전2:11-15절은 아담과 하와의 창조 순서와 타락의 책임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에(13-14절), 좀 더 자세한 해석이 요청된다. 이와 연관하여 발제자는 문제시 되는 본문을 대부분 가정 안에서의 질서 문제로 봄으로써,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 시킨 것처럼 보인다.
        (5) “묶여져 있던 나귀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은유는 혹시 여성을 나귀에 비유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비하적 암시가 될까 두렵다. 물론 발제자에게 이런 의도는 없는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