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발제/한국교회 ‘지성전 체제’ 무엇이 문제인가 -기독교사상 2003년 11월호 기재

모든 교회는 ‘주님의’ 교회이다
손인웅 / (바른목회실천협의회 이사장, 덕수교회 담임목사)


   ‘대형교회의 열심은 아무도 못 말린다’고 한다. 그 선교적 열정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다. 문제는 그 열심이 성장제일주의라는 세속적인 논리에 근거하여 대기업의 확장주의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성전의 발상자체가 순수한 복음에 근거한 교회 개척이 아니라 전제군주시대의 제왕적인 통치술과 구약시대의 중앙집권적 중앙성전제도의 개념에서 태동한 것이기에 시대착오적인 과오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기서 대형교회의 문제점이 지성전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형교회의 공과(功過)를 논하고 그 평가를 위한 틀로서 교회론에 대해 언급하려고 한다. 그리고 지성전 문제를 논하기 위해 몇 가지 갈래를 정하여 비판적 입장을 먼저 논하고, 긍정적인 면과 대안을 제시한다.

   1. 대형교회가 낳는 지성전(支聖殿)이라는 기형아
   대형교회의 문제는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는 큰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강하다. 자신이 너무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작은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큰 것을 지향하는 사대사상(事大思想)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한 콤플렉스가 작용하여 교회를 선택할 때에도 대형교회를 선호하고, 대형교회 교인이라는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한다. 대형교회에서는 재정적, 인적 자원의 풍부함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교인들에게 많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 따라서 가난하고 작은 교회를 힘겹게 섬기면서 고생하는 성도들은 대형교회를 부러워한 나머지 기회만 있으면 대형교회로 이동하게 된다. 그래서 작은 교회는 더욱 약화되고 쇠퇴하여 문을 닫는 수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대형교회들이 한곳에 교인을 모으다가 수용능력이 한계에 부딪히자 이것을 돌파하기 위해서 부속시설에 TV 수상기를 설치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도시의 동서남북에 지성전을 설립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욕심이 지나쳐서 위성중계를 통해 전국적으로 지성전을 확장하고, 심지어는 유명 브랜드로 세일하는 기업체처럼 해외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교회에서 어떤 인물을 부각시켜서 교세를 확장하고, 어떤 교회의 이름으로 지성전을 설립해 나감으로써 세계를 복음화하려는 선교적 시도는 위험한 발상이다. 모든 교회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한다는 신앙고백으로 예수 그리스도 위에 교회를 세워야 할 것이다.

   2.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교회의 모형
   ‘교회의 원리는 교회와 함께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와 함께 시작한다’는 판넨베르그의 말처럼, 하나님 나라의 원리는 교회의 모든 삶과 행위를 결정짓는다. 따라서 성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나라를 바르게 인식할 때, 교회가 무엇인지, 교회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 또 교회의 참된 모습은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된다.
   아들 불름하르트는 이 땅 위에 임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성서의 증언대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곳에 자유, 정의, 진리, 평화 그리고 생명의 역사가 일어나고 거기서 ‘예수 이겼네’라는 외침이 터져 나온다. 하나님의 나라에 뿌리를 둔 교회는 언제나 하나님의 오심을 서둘러 기다리는 역사 종말론적인 증언공동체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예수께서 이 세상에 다시 오실 때까지 마치 겨자씨처럼 계속 자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교회는 주님 앞에 서기 위해서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와 같이 자신을 성결하게 가꾸어야 할 것이다.
   초기에 사도들이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그림을 교회의 원형과 원리로 삼아 교회를 세우고 가꾸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들도 그 그림을 교회의 모형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갈3:26-28). 이러한 모형을 가지고 ‘지성전’ 문제를 풀어 나갈 때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다”(롬 14:15).

   3. 지성전(支聖殿)이란 신조어(新造語)의 근거와 출처
   지성전이라는 말은 1990년대 초 모교회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그 교회는 본 교회에서 예배드린 실황을 비디오테이프로 만들어 서울, 경기 지역 여러 곳에 예배당 형식의 ‘지성전’을 마련하여 그 지역에 가까운 사람들을 중심으로 비디오 영상예배를 드렸다. 그 후에 위성중계로 화상예배를 드리면서 그 지역은 물론 국내 여러 곳과 외국에까지 확산되었다. ‘지성전’이라는 아이디어는 지교회(支敎會)라는 개념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성전이라는 말은 구약시대의 예루살렘 중앙 성소를 지칭하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성전’의 개념과 ‘교회당’, ‘예배당’의 개념, 지성전과 지교회의 개념에 따른 제사장과 목사의 개념, 성전제사와 교회의 예배에 대한 이해 등을 바르게 확립해서 오늘의 엄청난 혼동과 오류를 극복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분명히 정립해야 할 과제는 ‘성전’이라는 말을 예배당(교회당)의 뜻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성전제사’라는 용어도 ‘교회당에서 드리는 예배’와 혼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목사’가 ‘제사장’이라는 의식도 버리고 오히려 ‘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며, 지교회(支敎會)의 개념을 ‘지성전’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을 철저히 금해야만 할 것이다.

   4. TV 모니터 앞에서 위성중계로 드리는 영상예배의 문제점
   현대인의 기발한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는 영상매체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그중에서도 영상매체를 활용하여 선교하고, 다양한 교육과 문화활동, 지식의 전달에 많은 효과를 거두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성전 형태의 방법으로 중앙에서 송출하는 예배프로그램으로 예배드리는 방법만은 분명히 사탄의 유혹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예배는 하나님을 모시고 설교자와 성도들과 함께 인격적 만남 속에서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정성을 드려서 경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탄의 유혹이라는 사실의 증거는 예배의 본질 훼손과, 모이는 교회의 파괴와, 교회의 쇠퇴현상 등이다. 특별히 성만찬 의식의 의미약화 현상이나 설교자와의 인격적인 만남이 없는 가운데 영상 앞에서 인간을 높이며 따르는 행위는 설교자를 우상화한 나머지 하나님의 말씀 자체가 약화될 뿐 아니라, 하나님과도 멀어지게 된다. 이것은 바로 사탄의 예배 파괴 행위요, 교회 훼파를 위한 전술전략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5. 지성전이 선교전진기지인가?
   대형교회들은 전국의 각 지역에 지성전을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침체된 선교열정을 일깨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한다. 그들은 모든 자원을 동원함으로써 안으로는 교인들이 적극적으로 선교에 동참하고, 해당 지역에서도 새로운 전도 운동을 일으키며, 효과적 선교방법의 적용과 충분한 재정지원을 통해서 단기간에 자립교회를 세운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성전을 지역선교의 중심으로 삼아서 중앙 성전의 세력을 확장하는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선교전략은 이미 폐기처분된 제국주의식 선교 방법임을 인식하고 하나님의 선교신학에 근거한 새로운 선교의 개념을 정립해야만 할 것이다.

   6. 중앙성소제사제도와 중앙집권 제도의 문제점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는 성막제사를 드리면서 성소의 이동성을 중요시하였고, 가나안 땅에 들어간 후에는 상당기간 동안 지파별로 가까운 지역중심의 성소를 여러 곳에 세워서 제사를 드렸다. 그러나 통일왕국시대에 들어서면서 예루살렘에 도읍을 정하고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갖추면서 중앙 성전을 건축해서 모든 백성들의 중앙성전제사를 의무화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결국 종교의 정치화와 함께 외형적 대형화를 추구함으로 국민들의 신앙은 질적으로 저하되고 중앙성소제사는 타락하게 되어 결국은 중앙 성전이 파괴되고 지역 중심의 회당 예배 제도가 환영받게 되었다. 회당예배가 성전 재건 후에도 폐지되지 않고 발전하여 그리스도 교회로 이어지게 되었다.
   중앙 성전과 지성전 체제개념은 다분히 세속적인 발상으로 자본주의의 타락에서 발생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론에 근거한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체제의 지성전은 인사, 행정, 재정, 예배, 선교 등 모든 것을 중앙 성전에서 통제하고 관장함으로 명실 공히 전제군주시대 중앙집권제의 구습을 재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교회의 행태는 대기업의 횡포로 중소기업을 말살하는 경우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지금은 창조적 자율성과 평등의 가치를 존중하는 지방분권시대라는 것과 이러한 민주주의제도가 장로교회에서 나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7. 장로교회의 원리와 헌법 정신과 교회 설립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지성전의 개념은 성립될 수 없다.
   회중교회들이 지성전을 세우는 것은 개교회의 자유로운 결정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장로교회는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교회는 ‘주님의 교회’라는 전제 아래 ‘노회의 교회’이므로 지교회(支敎會)라고 부른다. 지교회는 반드시 지역 노회에 소속되어 교회를 설립, 합병, 분립, 폐쇄할 때 노회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노회에서 파송하는 당회장이 담임목회를 해야 하며, 교회의 재산은 노회 유지재단에 편입하여 보존해야 한다. 그러므로 어떤 교회가 타 노회 지역에나 같은 노회 지역에 교회를 설립할 때는 반드시 그 노회의 소속 지교회가 되는 것이지, 설립한 교회의 지교회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대형교회들이 여러 지역에 지성전을 건립해서 실제로는 교회의 기능으로 운영하면서도 재산권 문제 때문에 기도처나, 여러 가지 명칭으로 지성전 형태를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러한 지성전 개념의 교회들이 중앙 성전에서 재산권을 가지고 교역자를 파송하고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통제하며, 예배권까지 장악해서 위성으로 송출하는 예배 프로그램을 TV 수상기로 수용하도록 운영하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히 하나님께서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고 지역교회들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결론 : 지성전 문제 해결을 위한 몇 가지 제언

   대형교회의 공헌은 적지 않다. 작은 교회가 할 수 없는 국내선교와 사회봉사와 교육 등을 많이 수행함으로써 기독교의 세력을 과시하는 면이 있다. 대형교회들 가운데서도 모범적으로 목회를 하는 교회들이 있다. 대형교회들이 전심전력을 다해서 선교와 사회봉사를 실천한다면 기독교에 대한 사회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인 취약성 때문에 시한폭탄 같은 위험성은 언제나 내포하고 있다.
   지성전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한다.
   ① 모든 교회는 주님의 교회라는 공교회(公敎會)의 개념을 가지고 개인주의적 사욕과 영웅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회의 사유화 의식에 근거한 세습문제나 지성전식 확장주의, 무한 경쟁이라는 세속적인 욕망도 다스릴 수 있다. 모든 목회자와 성도들은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복종해야 한다.
   ② 선교와 교회 개척이라는 지상명령을 실천하는 열심으로 승화시켜 나가야만 할 것이다. 청주의 ‘C'교회는 본교회를 계속 키우지 않고, 각 지역에 많은 교회들을 개척해 부목사들에게 위임하는 미덕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곧 예루살렘교회, 안디옥교회, 에베소교회, 소아시아 교회들이 설립되는 기본 방식이었다. 교회가 장성하면 자연스럽게 교회를 낳게 된다. 예배당을 건축하면, 교역자를 해당 지역의 노회를 통하여 파송하고, 재정과 행정, 예배, 교육 등 모든 것을 완전하게 독립시켜야 할 것이다. 교회 명칭도 반드시 본교회를 따르지 말고 그 지역의 명칭을 따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 땅의 모든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한다는 종말론적인 신앙으로, 하나님 나라 실현이라는 궁극적인 선교적인 비전을 가지고 이상적인 교회상을 꿈꾸며 건강하고 아름다운 교회를 세우고 가꾸는데 최선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기독교사상｣, 2003. 11월호, 기상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