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경 목사님 말씀

나이 먹은 사람으로서 느끼는 것 몇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우선, 한국 교회는 건강을 되찾아야 합니다. 우리 몸에 병이 들면, 아무리 신체가 건강하고, 능력이 뛰어나도, 그것을 그 기능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30년 동안 교회가 급성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몸집이 보고 활발한 것 같은데, 한국 교회를 올바로 진단해 본다면, 뭔가 알지 못하는 어떤 병리 현상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개교회 중에는 건강하게 질과 양이, 그리고 성숙하게 성장하는 교회도 많지만, 한국 전체를 총체적으로 진단해 본다면, 뭔가 모르게 어떤 병에 걸려서 앓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 교회 미래를 염려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 아닌가 싶습니다.

첫째,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한국 교회는, 실상보다는 허상, 실세보다는 허세, 실수보다는 허수, 이런 것으로 단장한 교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본질에서 많이 떠나서 전부 그런 상층구조에만 관심이 모였였기 때문에,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렸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서울에서 멀지 않은 어느 지방에서 설교를 하러 갔습니다. 큰 교회인데, 어떤 분이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주일에 7번을 모이는데, 아침 3번을 설교 했는데, 한 번은 좀 비었고, 2번은 꽉 찼습니다. 한 1500석 정도 되는 것 같아도.

수석 부목사님과 얘기를 하는데, “주일에 얼마나 모이시냐?” 물었습니다.  
많이 모이면, 아이 어른 합해서 3000~4000명 모인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1500석인데, 주일에 7번 모이면, 1만명 모인다고 봐야 하는데, 차를 데리고 온 사람은 분명히 3만명 모인다고 했는데, 어떤 차이입니까?” 그 분이 웃으시면서 “그것도 맞고, 이것도 맞습니다. 그것은 믿음의 수치이고, 제가 하는 것은 실제로 모이는 수치입니다. 금년에는 3만명 모이는 것을 목표로 결정했으니까, 이것은 포부지요, 새해부터 3만명 모인다고 한다”고 신자들이 말하는 것이에요. 그런 소망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그러나 공정하게 분석을 해 보면, 물량주의에 오염된 한국 교회의 모습을 나타낸 것, 정직성의 은폐가 아닌가 싶습니다. 수치는 믿음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는 어딘가 모르게 허(虛)자가 들어가서, 신자들도 강박관념에 들었고, 교역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두 번째로, 우리가 되찾아야 하는 것은, 기독교의 신뢰성입니다.  
여러분, 믿지 않는 사회에서 기독교 신자들이 천 만 명이라고 하면, 막강한 세력인데, 기독교가 무언가를 하면 영향력이 크고, 따라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기독교가 성명을 내도 믿지 않는 사회에서 기독교의 음성을 예언자의 음성처럼 듣는가? 아닌 것 같습니다. 3․1운동 당시에는 남북 합해서 기독교 신자가 20만 명이 안되었을 때인데, 교회는 무저항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 그래서 일제가 가장 미워한 사람들, 그리고 속으로는 두려워한 사람들이, 기독교 목사 장로였습니다. 두려워한다는 것이 그만큼 기독교의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최근에 안 믿는 사회의 비판을 둘째치고 라도, 제일 무거운 점 한 가지는 우리들의 지도를 받고 있는 신도들이 교회 지도자들에 대해서 신뢰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느 평신도 모임이었는데, 각 교회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 많이 모였는 자리에, 한 90분 강의를 하고 나가는데, 알지 못하는 50대 초반에 남자분이 저를 복도에 세워 놓고 하는 말이, “목사님 저를 장로입니다. 저는 시무장로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참 착실히 합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목사님을 절대로 존경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 강의를 듣고 저에게 하는 말이지요?” “아닙니다. 처음 봤는데 ...”  

제가 그 분과 헤어지고 오면서 생각한 것이 “그 분이 말한 사람 중에 하나가 나다!”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제일 염려하고 되찾아야 하는 것이 교회 지도자들의 신뢰성입니다. 적어도 신도들에게 존경을 받고, 신뢰를 받고, “이 목사님이라면 다 따라서 하겠다, 마음으로 순종하도록 해야 하는데 ....”
우리 선배 목사님들은 현대 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세련되고 논리적인 설교를 하지도 못했습니다. 설교도 아주 소박한 설교를 했지만, 그분들의 생활은 예수님을 단순히 믿고 순종했었지요. 그런데도 모든 사람들이 믿고 따랐습니다.
오늘날 교회는 부요해졌습니다. 과식하면 탈 나듯이, 부요해지면 잡음이 생깁니다. ‘내가 지도하는 신도들이 우리 목사님을 얼마나 신뢰하고 존경하는가?’ 깊이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저는 그 때 제게 말한 그 장로님 이야기를 지금도 짐처럼 지고 다닙니다. ‘준비해서 말하는 것은 쉬운데, 생활은 어렵구나. 그와 엇비슷해야 되겠구나.’

마지막으로 한 가지는, 한국 교회가 많이 성장해서 미국 다음의 선교 대국이 되었지만, 그만 성취감에 자꾸 빠져서 전도열이 옛날 초기보다는 감상적이고 낭만적이 되어 버렸습니다.
옛날의 목사님들이 신도들에게 “예수님 사랑하십니까? 정말 사랑하십니까? 증거를 보이시요! 친척들 중에 예수 안 믿는 사람 중에 한 사람 데리고 와서 등록을 시켜야지요!” 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신앙고백적인 전도를 말했거든요. 그런데 오늘날은 감상적인 낭만적인 전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또 첫사랑을 상실했습니다. 천 명을 한꺼번에 사랑할 수는 있는데, 양 한 마리, 한 영혼 한 영혼을 아끼고 사랑하고 돌보는 그런 따뜻함이 없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에만 얽매일 수 없습니다. 조직체이기 때문에, 반성할 것도 있습니다. 다 우리의 책임입니다. 거기에 얽매일 시간이 없습니다. 바울의 고백을 보십시오. 바울이 우리보다 얼마나 큰 일을 할 사람입니까? 그런데 이 분이 인생 말미에 하는 말이, “이룬 것도 없다, 성취한 것도 없다, 내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한다”고 고백하는 것이지요. 중단없는 전진을 말한 것입니다.          

지난 날의 것들을 자꾸 들추지 말고, 앞으로 힘내어서 전진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