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사랑, 나라 사랑의 지도자 이기풍 목사

                                                                                             이   사   례
                                                                                            (이기풍 목사 딸)

아버지는 1868년 11월 21일에 평양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이 시절은 우리나라의 정세가 심히 어지러운 때였습니다. 우리나라는 강대국에 둘러 쌓여있는 반도이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서쪽에 있는 대국(大國) 현 중국은 우리나라를 자기들의 속국으로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수시로 조공을 바치게 하였습니다. 북쪽 아라사(소련)는 얼지 않는 항구를 찾으려고 남쪽에 있는 우리나라를 탐내고 있었습니다. 동쪽에 있는 일본은 1592년인 400여년 전에 풍신수길 장군이 20만대군을 이끌고 쳐 들어와서 삽시간에 10만명의 선한 백의민족이 살해를 당했습니다.
이러한 시절에 자라난 청년 시절의 아버지는 나라 사랑을 구호로 삼으셨습니다. 그 당시에 나라를 사랑하는 많은 청년동지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서재필 선생, 안창호 선생과는 유독히 친하게 지냈다고 들었습니다. 그 중의 특별한 사건 중 하나는 청년 시절의 이승만 선생이 1898년 독립협회 회원으로 선출된 후로부터 일본 형사들이 체포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때 아버지가 청년 이승만 선생을 안내하여 새벽을 기하여 선교사가 사는 경내에 성공적으로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청년 이승만은 게일 선교사(의사)와 친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예수를 믿기 전에 미국 선교사(양코배기)가 1895년 길에 나타나자 우리나라를 빼앗으려고 온 줄로 오해하고 교회를 부수고 마포삼열 선교사의 턱을 돌로 쳐서 피를 흘리게 하고 이 나라에서 쫓아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사랑으로 인내하는 선교사의 모습에 감동되어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 이런 아버지가 선교사님들의 총애를 특별히 많이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 중에 마포삼열 선교사와 게일 선교사가 더욱 아버지를 사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청년 이승만 선생을 알게 된 동기도 게일 선교사와 이승만 선생과 친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어머니가 게일 선교사의 양녀로 게일 선교사님 댁에서 지날 때 청년 이승만 선생이 왜경에 쫓겨 미국 선교사들이 사는 경내에 들어왔을 당시 유일하게도 한국 여성이었던 어머니(윤함애)가 청년 이승만 선생의 식사를 1개월간 대접하였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황해도 안악 중골 윤진사의 딸의 신분으로 예수를 믿고 마포삼열 선교사에게서 세례를 받게 되자 양반의 가문을 망쳤다는 이유로 삭발을 당하고 외출을 금지 당하여 방에 갇히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셔서 삼일간 새벽마다 나가서 담을 판 결과 개가 기어나갈 만한 구멍이 뚫어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1898년 만 20세의 젊은 처녀 몸으로 개구멍으로 빠져나와 15일만에 평양에 계신 마포삼열 선교사 댁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발에 동상이 걸려 버선이 벌겋게 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마포삼열 선교사는 너무나도 놀라고 기뻐서 즉시 그 당시 의사였던 게일 선교사의 양녀로 삼게 하였습니다. 어머니가 게일 선교사의 양녀로 있는 동안에 평양 숭의여학교 1회로 졸업을 하셨습니다. 그 시절에 어머니가 게일 선교사님 댁에서 기거하였기 때문에 청년 이승만 선생의 식사를 대접할 수가 있었습니다.
한달 후에 청년 이승만 선생이 게일 선교사님 댁에서 나와서 다시 활동을 하시다가 1899년 1월달에 체포가 되어 1904년 8월까지 만 5년 7개월간 옥고를 치르셨습니다. 감옥에서 나와 이승만 선생이 미국으로 떠나실 때 마포삼열 선교사와 게일 선교사님들의 추천서를 받으셨습니다. 아버지는 1903년에 평양신학교에 입학하였고 마포삼열 선교사의 중매로 어머니와 결혼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1945년 해방이 되고 이승만 박사님께서 대통령이 되셔서(1948년) 전남 도청을 순찰하러 오셨을 때 전남 도지사실에서 이승만 대통령께서 어머니와 반갑게 만나셨습니다. 나라를 사랑하셨던 청년 이승만 선생은 1950년에 북한이 도발하였던 6.25 전쟁 당시 조국이 완전히 공산군에게 점령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던 위기에서 이 민족의 생명을 구출해내신 위대한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청년 시절에 아버지의 마음 속에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열렬한 초대교인이셨던 김구 선생의 어머니를 안악에서 알게 되셨습니다. 아버지는 김구 선생의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으셨습니다. 국내에서 김구 선생을 알게 되자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김구 선생의 신변을 보호해 주는 동지로서 따라 다니면서 같이 행동을 취하셨습니다. 청일 전쟁에서 청나라가 일본에 패한 이후로부터 일본의 세력은 점점 강하게 되었고 드디어 1895년에 명성황후가 일본 헌병의 손에 처참하게도 살해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김구 선생은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명성황후를 죽인 미우라 고로-를 죽이려고 항상 칼을 품 속에 품고 다녔습니다. 아버지 역시 정의에 불타는 애국 청년이었고 나라를 위하여 목숨이라도 바칠만한 기백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김구 선생의 주변을 맴돌면서 틈틈이 긴밀한 연락과 협력을 하였다고 합니다. 김구 선생은 황해도 안악 하포에 있는 조그마한 주막집에서 미행한 끝에 미우라 중장으로 잘못 오인을 하고 쓰지다 오스케 대위를 만나게 되자 김구 선생은 농군으로 변장을 하고 막걸리를 들이키는 체 하다가 갑자기 쓰지다 대위의 멱살을 덥석 잡아 격투 끝에 그 자의 목을 칼로 찔러 죽인 후에 온 얼굴에 그 자의 피를 바른 채 도망하지 아니하고 태연하게 주막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급한 정보를 받은 일본 헌병들이 몰려와서 두 손에 수갑을 채웠으나 너털웃음을 웃으시며 인천형무소에 수감이 되셨습니다. 내가 어린 시절에 김구 선생께서 그때 감행하셨던 옛 이야기를 말씀하실 때마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셨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가 항상 김구 선생의 이름을 자주 부르셨기에 내가 아버지에게 왜 이름이 김팔이가 아니고 김구냐고 질문했던 일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1945년에 해방이 되자 김구 선생님도 고국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김구 선생님은 광주 지방을 순찰하시기 위하여 광주에 내려 오셨습니다. 김구 선생은 광주 대성초등학교 교정에서 그리고 광주중앙교회에서 두 번 강연을 하셨습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어머니를 모시고 광주에서 생활을 했으며, 광주중앙교회에 출석하고 있었습니다.
김구 선생님은 우렁찬 목소리로 강연을 다 끝내자 목소리를 높여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한국에 돌아와서 들은 이야기인데 이기풍 동지의 가족이 광주에 생존하고 있다는데 만일 이 자리에 참석하셨으면 지금 단 위로 올라오시오.”라고 외치셨습니다. 나는 무심코 앉아 있었지만 소천하신 광주 Y.W.C.A 총무로 계셨던 조아라 선생님이 내 옆구리를 찌르며 자네 가족을 찾고 계시니 빨리 단 위에 올라가라고 재촉을 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단 위에 올라갔습니다. 평소에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대로 김구 선생의 얼굴은 얽음 얽음 했습니다. 나를 보시더니 등을 두들기시며 이 딸 하나 남아 있느냐고 하시며 눈물이 글썽하셨습니다. 그날 밤 김구 선생은 광주 경찰청장 댁에서 유숙하셨고 그 다음 날 아침에 우리는 아버지의 친필로 쓰신 액자를 들고 김구 선생님을 방문하였습니다.
김구 선생은 액자를 어루만지시며 이기풍 동지가 그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몇 주 후에 어머니께서 서울에 가실 일이 생겨 김구 선생 저택을 방문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풍로화루에 직접 빈대떡(녹두지짐)을 지져서 무릎을 꿇으신 채 어머니에게 잡수시라고 권하셨다고 합니다. 김구 선생님은 항상 나를 그림자 같이 따라 다니며 틈만 나면 나와 함께 행동을 같이 했던 이기풍 동지가 새삼스럽게 보고 싶다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평민적이고 의리가 있으신 김구 선생님의 행동을 보시고 어머니는 많은 감동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1949년 6월 26일에 김구 선생님이 암살을 당하셨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슬피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버지는 나라도 사랑하셨지만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셨습니다.
1907년에 7명이 갓을 쓰고 평양신학교 제1회 졸업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그후 독노회가 조직이 되었고 제주도에 선교사 1명을 파송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아버지는 하나님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자기의 생명과 모든 부귀영화를 분토와 같이 버리고 용감하게 제주도에 선교사로 갈 것을 결심하셨습니다. 1908년 2월에 어머니와 함께 평양을 떠나 인천항에서 출발하여 목포까지 가는 도중에도 말할 수 없는 풍랑으로 고생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머니를 목포에 머물게 하시고, 아버지 홀로 돛단배를 타고 제주도를 향하셨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조류가 심한 추자도 부근에서 심한 풍랑으로 인하여 배가 산산조각이 나 버렸습니다. 아버지는 널판지 하나를 붙잡고 하루 반 동안을 바다 위에서 표류하셨다고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바다 위에서 추운 것도 참을 수 있고, 배고픈 것도 참을 수 있었으나 제일 참기 어려웠던 것은 캄캄한 칠흑 같은 밤에 아무 물체도 보이지 않을 때 너무 피곤하여 잠이 와서 널판지를 놓아버릴 뻔할 때가 제일 위험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만 영안으로 바라보며 이 고통을 참고 견디셨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크신 권능의 손길에 의하여 아버지는 추자도에서 구출이 되었습니다.
몇일 후에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그 기쁨은 말로 다할 수가 없으셨다고 합니다. 제주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한라산을 한 바퀴 도는 데 한달이 걸리셨다고 합니다. 집집마다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아서 마구간에서 밤을 새우게 될 때가 많으셨다고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아버지 마음속에는 미신이 꽉 찬 제주도 땅을 복음화시키는 일 밖에 없었기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도하러 다니셨으나 서양 사교를 가르치는 목사로 낙인이 찍혀 아무리 대화를 해 보려고 해도 모두 도망가는 바람에 많은 애로를 겪으셨다고 합니다. 농사군의 옷을 입고 밭에 나가서 일을 도와주다가도 말 한마디 건네면 강한 평안도 사투리 때문에 즉시 알아차리고 도망을 가버렸다고 합니다.
초여름에 마치 제주도 관덕정 근처에 큰 내가 흐르고 있을 때 홍수가 나서 아주 센 물살에 돼지도 고리짝도 떠내려 왔습니다. 이 광경을 제주도 주민들은 양쪽으로 늘어서서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양쪽에 늘어선 주민들은 갑자기 와-하고 함성을 질렀습니다. 그 이유는 큰 뗏목같은 나무를 부여잡은 채  40대 여인이 떠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이때에 아버지는 즉각적으로 그 여인을 살리기 위하여 옷을 전부 벗어 던져버리고 속바지만 입은 채 물로 뛰어들었습니다. 평양 대동강에서 헤엄을 치던 그 실력을 발휘해서 있는 힘을 다해 큰 통나무를 언덕으로 밀어붙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드디어 전도의 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모든 주민들이 양손에 땀을 쥐고 보고 있는 가운데서 이 여인이 구출이 된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생명을 던져 전도하려고 힘쓰고 애쓰는 아버지를 도와주셨습니다. 이 사건 이후부터 야소교 목사가 서양 사교를 전하는 나쁜 사람이 아닌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절에 제주도 원주민이셨던 김재원 장로께서 아버지가 1908년 2월에 제주도 선교사로 오시기 전에 몸의 신병으로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치료하러 갔다가 병원 안에서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제주도에 내려오신 후 장로님은(그때는 성도) 치료를 마치시고 제주도로 귀향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김재원 장로님을 만나게 되자 말할 수 없이 기뻤고 용기백배 힘이 솟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김재원 장로와 아버지에게 전도를 받은 홍승웅 장로와 김행권과 함께 향교골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것이 제주도 땅의 첫 교회인 제주 성내교회인 것입니다.
제주도에 박영효 대감이 정배를 오셔서 아버지에게 전도를 받고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 박영효 대감은 하나님 은혜에 감격하여 100원을 헌금하여 군사 훈련청 터를 매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가 현재 제주 성내교회이고, 내가 3살 때부터 9살 때까지 이 기와집에서 자라났습니다.
제주도에서 김기팽 장로님의 사건, 미치광이가 낫게 된 사건들을 다 열거할 수가 없습니다. 그 중에 전도의 문이 열리게 된 큰 동기는 어머니가 평양에서 의사였던 게일 선교사에게서 애기 받는 법을 배워가지고 왔기 때문에 애기 받을 때마다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또한 죽어가는 어른들도 치료하여 살리게 되어 전도의 문이 더욱 활짝 열리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15년 동안 영흥학교와 유치원을 창설하였고, 제주 성내교회를 비롯하여 금성, 성읍, 조천, 산지포, 한림, 동수, 세화 등 9개 교회를 개척하신 후 1932년에 전남 벌교교회를 중심으로 낙안, 낙성, 무만동, 잣고개 이렇게 5개처를 다니시며 개척하셨습니다. 아버지는 1920년 총회 회장을 역임하셨으나 이북에 큰 교회의 초청을 뿌리치고 전남에 있는 시골교회에 오셔서 노년기에는 여수 남면, 우학리, 돌산, 안산 등 5개처 섬에 배를 타고 다니며 목회하시면서 끝까지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여 헌신, 봉사하셨습니다.
1919년에 광주제일교회 초대목사로 부임하셨을 때 독립만세 운동이 벌어지자 청년들을 소집하여 지하에서 맹렬히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기사가 1957년 전남일보에 실린 것을 읽어보았습니다.
이와 같이 아버지는 나라를 사랑하셨고,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여 1940년 11월 15일에 순천노회 사건에 17명 목사가 일제 검거가 되었을 때 아버지만 여수경찰서에 72세 고령의 몸으로 수감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아버지의 죄목은 첫째 신사 참배를 거부하였습니다. 둘째 미국 선교사와 같이 개척전도를 했기 때문에 스파이로 몰렸습니다. 셋째 묵시록을 전문적으로 강해하실 때마다 일본은 곧 망한다고 강대상을 두들기시며 설교를 하셨기 때문에 불경죄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여수경찰서에서 17호 죄수였습니다. 그때 당시 70세 이상은 경찰서에서 체포할 수 없는 법이 있었으나 아버지는 특별한 악질분자로 몰려 72세의 고령의 몸인데도 수감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끝내 해방을 보지 못하신 채 1942년 6월 20일에 순교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