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찬　:　양극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김원배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상임총무)

인생의 경험과 경륜이 탁월하신 두 분의 견해와 양극화의 현실에 대한 견해와 해결방안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여기에 저의 작은 생각을 첨언합니다.

1. 저는 1975년부터 1980년 초까지 재단법인 크리스챤 아카데미가 실행하였던 중간매개집단형성을 위한 사회교육과정에 교회사회 간사로 일한바 있습니다. 그 당시 한국사회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도시와 농촌, 남성과 여성,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양극화(bipolarization)가 극에 달하고 있는 때였습니다. 중간매개집단교육이 지향했던 목표는 근대화과정에서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양극화현상을 극복하고 함께 사는 민주적인 공동사회를 건설하는 것이었습니다. 민주적인 공동사회를 건설하는 데는 한국사회 각 부문에 잠재되어 있는 지도력을 깨우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중간매개집단이 될 대상들을 목회자, 여성, 청년을 포함한 시민단체지도자들,  언론인들, 노동조합간부들, 농민지도자들로 정했습니다. 중간매개집단의 교육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공동사회건설의 사명을 깨닫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간매개집단들은 각자가 속해있는 현장에서 한편으로는 힘 있는 자들에게 선한 압력집단의 역할을 하고, 다른 한편 소외되고 힘없는 자들을 일으켜 세워 함께 사는 민주공동사회를 건설하는 화해자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권고 받았습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는 그 당시 한국사회가 모든 부문에서 양극화되었고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흑백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교육과정을 진행하였던 스텝진들과 교육 참가자들이 각 부문에서 한국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도자들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환경부 한명숙 장관과 함께 교회사회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우리에게 의미를 주었던 성경은 에베소서 2장 13-16절 말씀이었습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원수 된 것 곧 의문에 속한 계명의 율법을 자기 육체로 폐하셨으니 이는 이 둘로 자기의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
증보자이신 예수그리스도의 역할을 대신하여  양극화된 한국사회의 통합과 화해를 선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이 현재 복음주의 진영과 에큐메니칼 진영에 속한 목회자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한목협을 섬기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2. 70년대 경제적, 사회적 차원에서 심화된 양극화는 오늘에 이르러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세계화의 영향으로 세계구조적인 차원에서 20:80 이라는 양극화의 현상이 심화되는 한편, 각 나라 안에서도 같은 양상이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사회도 IMF를 겪으면서 급격히 20:80사회로 급락해 가면서 양극화 현상이 다시 심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새로운 문화의 충격으로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세대간의 양극화를 비롯하여 다른 양상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의 양극화의 극복을 위해 창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양극화현상이  새롭게 심화되고 있는 상황가운데서 화해와 중간매개자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자체 안에 내재한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우를 범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가 한국사회 안에서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하여 창조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할 때인데도 말입니다.. 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서둘러야 할 과제가 한교협과 한기총으로 나누어진 한국개신교의 양대기구를 연합하는 일입니다. 이미 무르익은 연합무드를 실천에 옮겨 단일된 연합기구를 창출해 낼 때, 사회 안에서 교회의 신뢰도를 회복하고 적극적인 화해와 중보자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한국교회의 연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카이로스의 시간입니다. 열린 보수와 열린 진보의 창조적인 역할이 지금처럼 기대되는 시기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3..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기독교문화는 세대간 갈등을 벗고 화합하는 퓨전(fusion)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문화간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문화간 혼합을 통해 전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문화를 적대(Christ aganinst culture)시 해왔던 태도를 지양하고 문화의 변혁자(Christ as transformer of culture)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함으로서 복음과 문화사이의 갈등과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물론 한국기독교는 교회가 선포하는 구원과 선교가 외부세력에 의해서 근본적으로 위협을 받는 상황가운데서는 “고백신앙(status confesionis)”의 전통을 지켜가야 합니다. 이 세상의 무질서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투쟁하는 것이 하나님에 대한 복종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근본적인 신앙의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협력하고 이해하면서 사회적인 봉사와 증보자의 역할을 대화 가운데 풀어가야 합니다. 다른 전통과 신학을 가진 교단을 존중하면서 열린 자세를 가지고 대화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지금입니다.
교회일치운동 가운데서 터득한 금언이 우리에게도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교리는 우리를 나누게 만들지만 봉사는 우리를 하나되게 한다”라는 말입니다. 우리들은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선교의 과제들을 위해서 공동으로 협력하고 봉사하면서 서로 간에 가진 고정관념을 깨드리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화해자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부름을 받고 있습니다.



양극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논평)    
                                                     손 봉 호 교수(한복협사회위원장)


두 발제자들의 분석, 해결 방법은 모두 합당하고 유익합니다. 보완으로 다음과 같이 양극화 현상을 저 나름대로 분석하고 극복의 방향을 제안해 봅니다.
  

1. 2분법은 자연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야, 명암, 전후, 좌우, 상하, 남녀, 노소, 내외 등. 인간이 주로 채택하는 분류나 평가방식도 주로 이분법적입니다. 선악, 진위, 찬반, 흑백, 정반, 애증, 여야, 존비, 빈부, 유식과 무식, 주류-비주류, 합-불합격, 정통-비정통, 아군과 적군 등. 인간 사고의 기본적인 형식인 논리학은 두 가지의 가치(진, 위)만 인정하고, 전자계산기(컴퓨터)의 모든 정보도 binary digit (2개의 숫자)로 구성되어 있다 합니다.  

2. 이런 분류와 평가방식은 매우 자연적이고 편리하나, 자연에 가깝고 단순하며, 따라서 많은 경우에 환원적입니다. 흑백논리는 유치한 사고의 전형이고, 관점과 평가의 양극화는 수준 낮은 사고를 반영한다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와 교계의 양극화에는 이런 단순한 의식구조도 한 원인을 제공한다 할 수 있습니다.
  
3. 흑백사이에는 무수한 색깔이 있으므로, 흑백논리론 복잡한 인간 현상을 정확하게 인식하거나 평가할 수 없습니다. 무리, 불공정, 오류가 불가피하게 일어납니다. 아무도 100% 정확하게 인식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는 없으나, 그렇게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모두에게 있습니다.

4. 양극화는 자기 생각만 옳고, 그것과 다른 것은 모두 잘못되었다고 보는 것으로 사고의 단순성뿐만 아니라 자기반성과 자기상대화의 부족에도 그 원인이 있습니다. 특히 자기 반성과 자기상대화가 부족한 신앙인들은 자신의 편견을 강한 믿음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5. 현대 문화의 중요한 특징인 다원주의는 상대주의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인류의 계속된 자기반성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아무 개인이나 집단도 절대적으로 확실한 지식을 가질 수 없고 절대적으로 옳을 수 없음을 발견했기 때문에 생겨나는 풍조라 할 수 있습니다.

6.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하나님의 사랑을 확신하고 진정 겸손한 신자에게는 열린 마음, 상대를 존중하는 대화, 상대적인 관용이 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7. 성경의 기본적인 교리와 사회에 공인된 윤리적 기준, 기본적인 예의, 정의로운 법률 등의 규범을 상대화할 수 없으나, 그것을 어긴 정도와 심각성에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하고, 그 정도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면 양극화는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성숙한 신앙과 판단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