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와 협력을 위한 교회의 역할

주도홍(기독교통일학회 회장, 백석대학교 교수)



1. 들어가는 말
  
   짧은 시간에 원론적인 면에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독일교회의 동서교류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며 나름대로의 교훈을 찾아 보려한다. “바람직한 남북교류와 협력”이라는 주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먼저는, 남북교류와 협력이 정치, 경제, 문화를 위시해 다양한 면에서 이루어질 때, 이를 향한 교회의 고유한 역할이 어떠해야할지를 생각하는 일이다. 다음은, 교회가 주도적이 되어 어떻게 남북교류와 협력을 해야 할지, 곧 교회의 남북교류와 협력을 논의하는 일이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서로 상관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첫 물음과 두 번째 논의가 전혀 다른 답을 가져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상당 부분 중첩이 될 수도, 그렇지 아니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 두 가지 면이 오고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1907 어게인’을 표어로 2007년 역사의 현장인 평양에서 대 부흥 집회를 열기를 원하고 매스컴에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렇지만, 2007년 3월 현재 정작 평양당국은 부정적이라는 소식이다. 아니 북측의 허락도 없이 이 엄청난 계획을 발표를 한 것이니, 조금은 당황스럽다. 만약 평양 대 집회가 이뤄진다면 한반도 분단사에서 정치, 경제, 종교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역사일진데, 준비 팀의 경솔함과 허술함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역사가 공산치하 동구권에서 없지 않았다. 1983년 동독 공산치하에서 열린 루터 출생 500주년 기념대회였다.
  

2. 1983년 루터 기념대회

a) 20만 명이 동독에 오다
   루터 출생 500주년 기념대회를 위한 독일교회의 준비는 철저했고, 완벽할 정도였다. 1983년 공산치하 동독에서 종교개혁자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출생 500주년을 맞아 성대한 국제대회가 개최되었다. 독일의 보름스와 같은 루터의 역사 현장이 서독에도 있지만, 루터의 유산과 역사현장이 거의 대부분 동독 지역에 위치하였다. 루터 기념 국제대회에 참여한 인원은 미국,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를 위시한 35개국에서 모여든 크리스천 사절단 20만 명을 선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이었다. 이 신앙적 국제대회를 위해 당사자인 동독정권, 동독교회가 주도권을 가져야했고, 아울러 서독교회, 서독정부의 적극적 참여와 재정적 도움이 있어야 했으며, 그리고 세계교회의 뜨거운 호응과 참여가 요구되었다. 혹시 행사기간동안 대두될 반체제 저항들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요사태 등을 향한 동독정권의 불안과 조바심을 서독정부는 미리 헤아려 조심스럽고 지혜롭게 준비해야 했다. 동독정권은 몇 가지를 교회에 요청하였는데, 교회가 평화운동에 동참할 것, 정치적 문제에는 개입하지 말 것, 종교적 관심에 집중할 것, 철저하게 교회는 자체단속을 해 줄 것 등이었다. 무엇보다도 루터야말로 가장 거대한 독일의 유산으로 500주년 루터대회는 사실 전 독일의 일이요, 경사임을 부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엄청난 대회는 성사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동독교회도 세 가지 면에서 함께 보조를 맞추었는데, 국가 이익에 일치하며, 국가 정치에 협조하고, 다른 장애들이 발생하지 않은 가운데 기념대회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b) 동상이몽
   동독 당국의 대회를 향한 정치적 추구와 동독교회, 서독교회, 서독정부 그리고 세계교회의 보다 신앙적 목적은 근원적으로 달랐다. 그렇다고 동독당국이 또한 서독측이 그러한 전혀 상이한 목적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곧 그들은 서로 간 동상이몽의 꿈을 꾸고 있었다. 동독당국이 가졌던 목적은 다섯 가지였다: ‘루터를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역사 전진적 인물로 인정하고 보존하며 역사적 유산의 확산을 돕는다. 독일사의 전통을 추구함과 세계사적 사상논쟁에 있어서 독특한 위치를 갖는다. 비록 다른 세계관과 신앙을 가졌을지라도 역사적 활동 그 자체를 평가한다. 세계에 동독의 정책이 얼마나 인도주의적이며, 평화를 사랑하는지를 확인시킨다. 종교개혁, 농민전쟁 그리고 독일초기 민중 혁명에 관해 유물사관에 입각한 역사연구의 탁월성을 세계학회에 과시한다.’ 동독교회, 서독교회, 세계교회가 가졌던 목적은 서로 간 상당 부분 일치하면서도, 상이한 면도 없지 않았다. 그들은 우선적으로 종교적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였음을 당시 발표된 각자의 입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독의 ‘독일교회연합(EKD)’도 적극적으로 나름대로의 지침을 가지고 준비하였다: ‘루터이해를 향한 두드러진 차이점들에 대한 논쟁을 삼간다. 루터의 해를 통해 주어진 기회를 결코 헛되이 놓치지 않는다. 그 어떤 경우라도 행사진행에 있어서 경쟁관계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러한 지침은 마르크스주의 루터이해를 염두에 둔 사려 깊고 지혜로운 처사로서, 루터의 해를 맞아 동서독의 긴장완화 내지는 서로를 보다 더 가까이 이해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을 기대하였기 때문이었다. 동서독교회는 다른 면에서는 분명 선교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었는데, 동독교회가 가졌던 두 가지 추구는, 동독에서의 교회생활의 활성화, 교회의 테두리를 벗어나 교회의 실체를 알림과 동시에 세상에서의 교회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었다. 사실 동독 공산정권은 교회가 자멸하도록 정책을 강화하고 있었다.

c) 분단시절의 형제사랑
   독일교회의 역사를 거슬러 살펴보면, 서독교회는 어려움에 처한 동독의 동족과 ‘사회주의 속의 교회’를 갖은 인내와 사랑으로 분단 시절 내내 거의 반세기 동안 꾸준히 도왔다. 동서독 간 정치의 찬바람이 매몰차게 불어도 동독을 향한 서독교회의 사랑은 한결같았다.  특히 ‘디아코니아 재단’(Das Diakonische Werk)을 동독에 상주시키면서, 서독교회는 형제사랑을 동독정권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힘 있게 실천하였다. 물론 서독교회의 행위에 한국에서처럼 반대도 있었고, 오해도 있었다. 그렇지만, 서독교회는 예수 사랑의 섬김의 신학 위에 서서 성육신의 형제사랑을 분단 하 묵묵히 확고한 신념을 갖고 실행해 옮겼다. ‘배고픈 자에게 먼저 먹을 것을 주라’는 주의 명령을 잊지 않았다. 몇 가지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서독교회는 동독을 도왔다. 첫째, 명목 있는 도움으로 상대의 자존심을 지켰다. 겸손한 사랑만이 성공할 수 있음을 알았다. 둘째, 그리스도의 사랑에 입각한 확고한 철학과 순수한 지원 원칙을 지켰다. 셋째, 지원의 다양성과 대담성을 잊지 않았다. 수요자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필요를 채우려 했다. 넷째, 서독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합법적으로 그리고 떳떳하게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섬기러 오신 ...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통치를 이러한 섬김을 통하여 구체화하셨던 것”을 인식하고 “예수님의 ... 가장 큰 섬김이야말로 바로 십자가 사건이었으며, 교회의 섬김은 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로부터 출발되는 것”임을 근거로 하여 ‘섬김의 신학’은 교회가 진정한 사랑의 공동체이어야 함을 확신했다. 이런 결과 서독교회는 동독 정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d) 어떻게 준비했나?
   루터 기념대회 행사를 위한 실질적 준비기간은 동독정부, 동독교회, 서독교회, 서독정부 그리고 세계 「루터교연맹」이 함께 한 1979년부터 1983년에까지 5년 동안이었다. 동독정부는 공산당 총서기장 에리히 호네커(Erich Honecker)가 「마르틴 루터 위원회」의 위원장이 되어 모든 준비를 지휘하였는데, 놀라운 일이었다. 우선적으로 동독정권은 ‘배신자’ 내지 ‘반동’으로서의 루터를 향한 지금까지의 마르크스-레닌주의 해석을 루터 기념대회 개최를 정당화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입장을 제시해야 했는데, 사회주의의 새로운 루터해석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또한 수십만 명의 국내외 손님들의 숙박문제, 비텐베르크, 아이스레벤, 에어푸르트, 바르트부르크 지역 등에 거의 방치되어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던 가옥들, 예배당, 수도원, 대학건물들, 동상, 성(城) 등의 루터의 유적지 수리 및 복구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했다. 이런 점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쪽은 말할 것도 없이 동독정권이었지만, 문제는 이에 소요되는 엄청난 경비를 동독정권은 감당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가난한 동독교회는 말할 것도 없었다. 세계 「루터교 연맹」, 서독교회가 그리고 서독정부가 이에 대한 예산을 전적으로 지원하였다. 서독정부가 1983년 6월 29일 루터 기념대회를 준비하면서 동독정부에 서독정부의 보증으로 차관으로 주기로 약속한 금액은 10억 마르크(당시 약 8000천억 원)였다. 동독에 상주하고 있던 「디아코니아 재단」의 실질적 활약 역시 두드러졌다. 동독교회는 루터전집을 발간하며, 루터의 전 생애를 다루는 전기를 펴내며, 루터의 생의 업적들과 현장들을 향한 역사적 연구를 진행하며, 루터의 역사적 영향을 추적하고, 루터의 사상과 업적들을 현실에서 구체화하고자 하였다. 수많은 기념대회, 학술대회 그리고 대중 집회를 계획하고 준비해야 했다. 그러는 중, 동독정부는 새로운 법안을 발표했는데, 1970년부터 적용해 오던 집회행사 법을 새롭게 수정하였다. “전적으로 종교적 성격을 띤 집회들은 지금까지의 원칙적 신고의무에서 면죄”되며, 집회에 모인 인원수를 점검하지 않아도 되게끔 하는 내용이었다. 문화재 보호 법안도 통과시켰는데, 루터 유적의 수리와 복구를 위해 요구되는 것이었다. 동서독 간에는 1982년 12월 2일 새로운 문화협약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러한 준비와 노력을 기초로 하여 루터 출생 500주년 기념대회는 시작되었다. 1983년 2월 18일 루터의 사망일에 아이스레벤의 출생 본가가 수리를 거친 후 비로소 다시 문을 열면서 기념대회의 막이 올랐고, 여러 행사와 다양한 집회를 거행하였다. 루터의 출생일인 1983년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아이스레벤과 라이프치히에서 35개국에서 찾아온 수십만 명의 손님들과 함께 성대하게 기념대회를 개최한 후, 축제의 코이노니아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루터 기념대회의 모든 행사가 막을 내렸다. 이러한 행사는 서독을 위시한 세계에 TV로 생중계되기도 하였다.

e) 결과는 어떠했나?
   결과, ‘사회주의 속의 교회’였던 동독교회는 이제까지의 움츠러들어 기를 펴지 못하던 상태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 입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새로운 용기를 회복하였는데, 1984년 동독교회 총회는 이를 입증하고 있다. 동독정권 역시 루터 기념대회를 계기로 하여, 교회를 향한 보다 큰 신뢰를 갖게 되어, 서로 선한 의지와 존경을 주고받으면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자는 요청을 1985년 2월 11일 동독 총서기장 호네커가 하였다. 그 외에도 동서독관계의 진전 등을 포함한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유대관계가 닫힌 사회였던 동독과 더불어 긍정적으로 형성되었다. 다시 말해 독일 땅에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였다.
   독일 통일의 초석을 놓았던 1989년 독일 라이프치히 니콜라이교회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퍼져간 촛불기도회는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국가를 위해 기도하며 평화시위와 함께 “언론의 자유를 달라!” 그리고 “여행의 자유를 달라!”고 외쳤다. 사실 언론의 자유를 향한 외침은 공산치하 동독에서는 분명 새로운 것이었다. 1989년 10월 9일을 역사는 독일통일에 있어 결정적 ‘전환’(Wende)을 이룬 시점으로 보는데, 라이프치히를 위시한 동독의 다른 도시에서 더 이상 동독 경찰이 시민운동에 아무 제재도 할 수 없게 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결국 1989년 11월 9일 동독의 국경이 열리기 시작했으며, 1990년 10월 3일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독일통일은 분단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며 찾아왔다. 분단 하 독일교회가 독일 통일에 주의 사랑과 섬김으로 전력한 점 그리고 동독교회가 사회주의 속에 존재하면서도 자제력을 잃지 않고 인내하여 결국은 니콜라이교회의 촛불기도회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사실은 많은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거대한 평가를 받는다. 결국 “조용한 개신교 혁명”이라고 까지 일컫는 독일통일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교회는 이데올로기가 그리스도의 사랑의 명령을 가로막을 수 없음을 바로 인식하고 분단 하 성령이 주시는 인내와 사랑으로 어려운 시대 하나님이 주신 역사적 사명을 감당하였다. ‘섬김의 신학’, ‘실천적 대화’, ‘성육신의 사랑’으로 ‘특별한 유대관계’를 동독과 분단 내내 유지하였다. 정치를 뒤따라 다니지 않았고, 도리어 정치를 선도적으로 이끌었던 독일교회였다. 정치가 막힐 때 교회는 그리스도의 부활의 능력으로, 화해의 복음으로 평화를 이끌어냈다. 5년간의 실질적 준비를 한 후, 결국 루터 500주년 기념대회를 통해 신앙적 국제적 축제만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빛으로 분단 독일에게 방향을 제시하였다.


3. 한국교회의 남북교류를 위한 5 원칙
  
a) 성경적 원리를 확립하라
   교회는 성경의 음성을 듣고 살며, 행동한다. 교회의 존재, 삶의 원리가 하나님의 말씀 성경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교회가 이 원리를 상실하면 교회됨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기에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 지를 깊게 묵상하고 나름대로 결론이 도출되면 그대로 순종하는 원리적 교회여야 한다. 특히 분단 상황 하에 있는 한국교회는 이데올로기와 복음의 관계 정립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복음은 하나님의 음성이며, 이데올로기는 사람의 소리이다. 사회주의이든, 자본주의이든 하나님의 복음에 귀를 기울일 때 소망이 있고, 생명이 있다. 곧, 한국교회는 이념을 치유하는 복음임을 먼저 확신해야 한다. 복음의 수월성, 초월성, 영원성을 성숙된 신앙에 서서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이념을 보는 관점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상대적으로 더 성경적인지 따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면 무신론주의의 유물론주의를 따를 수는 없다는 점이다. 특히 하나님의 자리에 김일성을 두는 또 다른 종교를 신봉하는 일은 있을 수 없음이 상식에 속한다. 지난 시절 동구권에 “사회주의 속의 교회”가 존재했지만, 연구해 보면 본질적으로 상존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공산 정권 당사자들이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선전도 했고, 그런 헌법도 가진 적이 없진 않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연 도태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었고, 많은 어려움을 주어 도저히 살아남기가 어렵게 만들었다. 그래도 가장 나은 사회주의 국가라던 동독의 경우도 이점에서 전혀 예외는 아니었다.      

b) 존경을 받는 교회여야 한다
   교회가 세상의 존경을 받을 때, 교회는 비로소 우리 주의 일을 감당하게 된다. 훨씬 효과적으로 그 무언가를 감당할 수 있다.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지 않을 때 사람들은 교회의 말과 행동을 신뢰하고 따르며 존경하게 된다. 그렇지만, 교회됨의 상실은, 소금이 그 맛을 잃었을 때, 밖에 던져 행인의 짓밟힘을 받듯, 능멸과 멸시, 조롱의 대상이 된다. 예수님의 몸 된 교회는 거룩한 곳, 성결한 곳, 청빈한 삶을 사는 곳, 곧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들’의 모임, ‘예수 따르미’의 공동체이어야 한다. 세속주의, 물질주의, 명예주의, 귀족화, 정치화, 교만이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의 모습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늘 확인하고, 돌이켜 회개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산상수훈의 8복 중 첫 번째 오는 복 “가난한 자가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임이요”(눅6:20)의 의미를 되새김하는 교회가 될 때, 맘몬주의라는 바이러스 때문에 진정한 삶과 행복을 잃고 표류하는 한국사회에 생명의 빛을 비출 수 있게 될 것이다.
  
c) 보답하는 사랑을 해야 한다
   신학적으로 교회가 사랑함은 하나님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지, 더 이상 뭔가를 바라는 사랑은 아니다. 이는 종교개혁적이지도, 성경적이지도 않다. 이미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사랑 때문에 교회는 사랑하는 자로 나서는 것이다. 이미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빚을 되갚는 행위일 뿐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교회의 사랑은 다른 사랑, 거룩한 사랑, 세상이 말하는 사랑과는 차별된 사랑이다. 대가를 바라는 선행은 “업적주의”, 행위구원에 입각한 신앙, 종교개혁이 청산한 “졸렬한 사랑”(M. Luther), 선후가 바뀐 비성경적 윤리이다. 교회의 사랑은 이미 받은 하나님의 독생자를 통해 주신 십자가의 사랑에 보답하는 사랑, 감사의 행위일 뿐이다. 결코 ‘GIVE AND TAKE’ 또는 ‘Win-Win 전략’도 교회가 내세울 사랑일 수 없다.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였음이라.”(요일4:19)는 말씀에 응하는 사랑이어야 한다. 굳이 대가를 찾는다면, 배고픈 자가 더 이상 배고파하지 않을 때, 아픈 자가 건강을 되찾았을 때 그것이 대가라면 대가이다.  

d) ‘상처 입은 치유자’로 나서야 한다
   한국교회는 한국전쟁에서 공산당으로부터 많은 어려움과 상처를 받았다. 남북 분단이 이제 60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다. 거의 피해 당사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굳이 당한 피해를 따지자면 남측이든 북측이든 엄청난 불행을 서로 간에 당했다. 아니 훨씬 더 많은 피해를 북측이 입은 것으로 통계되고 있다. 한국교회가 통일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시점은 얼마 되지 않았다. 거의 반세기를 한국교회는 침묵하였다. 정치적 상황, 이데올로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치유되지 않은 아픔, 상처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한국교회는 북한을 돕는 일에 그리고 통일을 위해 그 어떤 종파보다도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힘쓰고 있다. 감격스럽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교회가 십자가를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상처 입은 치유자”, 화해자, 승리자의 모습으로 나서야 한다. 원수 사랑의 모범을 보이는 한국교회여야 할 것이다. 이는 남북통일의 전제이다. 교회가 용서하지 못하고, 하나 되지 못한다면, 통일 후 통합화과정에 있어서 교회의 역기능은 불 보듯 하기 때문이다.  

e) 정치를 이끄는 교회여야 한다
   문화변혁 사명에서 볼 때, 정치를 바꾸는 교회여야 한다. 정치를 이끈다는 말은, 정치를 초월한다거나 또는 무시한다거나, 정치적 교회여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정치를 따라다니는 파당적 교회도 아니어야 한다. 정치가 벽에 부딪혀 남북관계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교회가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추구해야 한다. 정치가 길을 잃었을 때, 또는 정치가 너무 정략적일 때 보다 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북핵문제로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었을 때도, 교회는 성경에 입각할 때 얼마든지 자기의 길을 당당히 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악을 악으로 갚게 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길은 예수님의 길이다. 그 길은 다른 길이고, 본질적으로 고난의 길 ‘Via Dolorosa’임을 부정하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그 길은 부활의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다. 사실 크리스천 정치가들은 이러한 교회의 역할을 인식하고, 함께 주의 뜻을 이루려는 동역자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조용한 개신교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독일통일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joud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