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일대기나 사도들의 시대를 재현한 헐리우드의 영화들 가운데는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고고학적 시각에서 보면 그런 명작들 가운데도 허구적인 요소들도 적지 않게 띄어서 영화의 감동을 반감시키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를 들면 로마 기병이 말을 타는 장면을 꼽을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마 기병들마다 안장과 발을 고정시키는 등자를 이용해서 말을 탄다. 이것이 사실일까? 이것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완벽한 허구이다.
말을 탈 때 안장과 함께 사용되는 등자는 5세기 중엽에 가서야 발명되었다. 물론 고구려 같은 일부 국가들의 경우에는 5세기 이전에도 이미 진보된 야금술을 이용해서 청동이나 철로 등자를 만들어서 강력한 기마 부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등자가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로마군은 물론 이집트, 바빌론, 그리스, 페르시아 등의 군대들은 등자를 사용할 수 없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자랑을 아끼지 않은 기병들의 경우에도 중앙 아시아를 횡단할 때는 안장에 앉았지만 다리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어정쩡한 자세를 계속해서 취해야 했었다. 또 기병들은 등자가 없었기 때문에 말을 타고 질주하거나 뛰어오를 때 낙마하지 않도록 말의 갈기를 단단히 붙들어야 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로마 기병이 등자가 달린 말을 타는 장면은 배우의 낙상을 염려한 감독의 배려가 빚어낸 거짓이거나 아니면 1세기 당시에는 등자가 발명되지 못했다는 것을 소품 담당자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데 따른 무지의 결과였을 것이다.
|